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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기고> 국립대 법인화, 무서운 음모

바람 2005.09.07 10:02 조회 수 : 658

<기고> 국립대 법인화, 무서운 음모
대학구조조정 사영화 프로젝트 중단되어야

<편집자주>교육인적자원부가 ‘국립대학 운영체제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 국립대학 법인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국립대학은 ‘공교육 포기’ ‘자율성 침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2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2일 충북대에서 임시총회를 갖고 국립대 법인화 추진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전북지역 전북대 교수회 모임에서도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참소리는 국립대 법인화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입장을 담은 <진보교육연구소> 배태섭 사무차장의 기고글을 싣는다.


노무현정부가 김진표 장관에게 부여한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대학구조조정’이었다. 그는 경제관료 출신답게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자 하였으나,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대학구조조정이 부진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정부의 졸속적이고 원칙없는 통폐합과 정원감축 방침은 대학구성원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샀으며, 따라서 정부의 계획이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러자 정부는 원활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국립대는 법인화를, 사립대는 영리법인화하여 경쟁과 효율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최근 들어 교육부장관의 일련의 발언(8․16 국립대총장 간담회, 7․22 광주·전남 국립대학 구조개혁 추진위원회 간담회, 7․20 관훈클럽초청토론회, 7․1 대교협 하계대학총장세미나)은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 ‘국립대 운영체제에 관한 특별법안' ’대학구조개혁특별법‘ ’대학정보공시제‘ 등을 법제화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천명이라 볼 수 있다.


국립대 법인화,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기반 마련


그렇다면 국립대 법인화가 무엇이길래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인가.


현재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는 법인격이 없는 ‘정부조직의 부속기관’ 내지는 ‘국가가 설치한 영조물’이다. 하지만 법인화는 그 목적이 ‘재정, 인사, 조직의 자율성과 효율성 및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게 조직형식과 법적 지위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즉 단위대학 중심의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운용이 가능하기 위해선 국가로부터 분리․독립된 ‘법인’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좋아 ‘효율’이니 ‘자율’이지 이렇게 되면 사실상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책임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이미 작년 4월부터 전국 89개 국립대학이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되어 민간경영기법의 도입, 외부자의 경영참여, 문부과학성에 의한 평가와 지원 등이 실시되고 있다. 일본의 위정자들도 법인화를 추진할 당시 정부지원이 현행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법인화가 ‘민영화’와는 다르다고 강변했었다.


하지만 이는 말장난에 불과했다. 일본의 경우 신보수주의 흐름 속에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그리고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에 따른 대학재편을 꾀한다는 점에서, 학문의 상업화와 대학자치의 말살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사영(私營)화라 할 수 있다.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 국립대학의 공공성 위협


법인화는 곧 ‘단위학교의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책임경영’을 의미하기 때문에 총장을 중심으로 각 대학에 많은 권한을 부여하되 각 대학은 이제 ‘알아서’ 수익을 내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야 한다. 이는 국가의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며, 정부는 경영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재정지원을 하게 될 것이다.


기존까지는 국립대학이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고등교육을 제공해 왔으나 법인화가 된다면 사립대학 수준으로 등록금이 인상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일본의 경우 국립대학이 법인으로 전환되면서 각 대학법인이 학생납부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등록금이 대폭 인상되었다. 국립대학이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한 기초학문의 고사는 뻔한 사태이다.


각 대학들은 한정된 예산을 따내기 위한 경쟁적인 조건 속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윤창출과 밀접한 연구에만 집중투자를 하게 될 것은 뻔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도 없고, 돈도 되지 않는 기초연구에는 예산이 삭감되고, 대학병원이 수익창출형 구조로 전환된다면 국립대학의 공공성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이렇게 교육과 연구라는 목적보다는 수익창출형 경영이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면서 교직원의 신분도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애초 법인화 논의의 출발이 국가행정조직의 구조조정이란 목적이기 때문에 조직의 대폭 축소와 노동력의 유연한 관리는 불가피하다. 법인화가 되면 현행 공무원 신분인 교직원이 법인의 직원이 된다. 법인의 대표이사격인 총장에게 인사권이 주어짐에 따라 유연한 고용 형태와 급여 체계가 가능해지고 겸직, 겸업이 자유로워진다. 이러한 고용형태의 파괴는 연봉제와 같은 성과주의에 기초한 급여체제의 도입과 짝을 이루게 된다.


고용형태 파괴의 한 형태로 ‘임기제’라는 것은 일정기간 동안 특정 연구를 목적으로 교원을 고용하는 제도로 외부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연구원을 연구용역비로 운영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인데, 마치 대학이 기업의 하청연구기관이 되어 버리는 셈이다. 이러한 교원노동의 불안정화는 계급적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낳게 되는데, 특허권이나 급여와 직결되는 성과의 달성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지배하게 될 것이며, 근무형태도 제각각이어서 서로 마주치는 일조차 힘들어지게 되면 교수회나 직원노조 등의 단결력이 급격히 붕괴될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음모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하고 국립대학의 총장선출방식을 개악하였다. 이는 대학주체들의 발언권과 힘이 약화되어 결과적으로 법인화 추진에 대한 저항을 사전에 무력화하려는 것이었다.


법인화, 대학의 자치와 자율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결국 국립대 법인화는 정부의 재정부담과 책임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지 대학의 자치와 자율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대학의 자치와 자율성의 본질은 대학 경영자(총장이나 이사회)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주체들(교직원, 학생)의 자치와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립대학의 법인화는 단지 법적 지위가 국가기관에서 법인으로 변화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총장에 의한 책임경영 강화와 국가의 재정책임 방기, 학문의 자유와 공공성 침해, 교직원 구조조정 등을 수반하는 거대한 사영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이는 대학교육을 황폐화시키고 공공성을 파괴할 것이며 교직원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므로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기고: 배태섭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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