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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일반 "불타는 프랑스" 이유 있었다.

인간해방 2005.11.08 11:40 조회 수 : 690










"우린 당신들의 개가 아니다" '불타는 프랑스' 이유 있었다
[오마이뉴스 2005-11-08 10:14]




[오마이뉴스 박영신 기자] 흑인과 아랍인 청년 두 명이 거리에서 불심검문을 받고 있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찰 앞에서 능청스럽게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지만 그들이 내놓은 것은 신분증 대신 권총과 칼….

프랑스의 흑인 코미디언 디우도네와 유태인 엘리 세문이 보여준 이 코믹 스케치를 보고 우리는 배를 잡고 웃지만 동시에 가슴 싸한 비애감도 느끼게 된다. 다소 과장되긴 했으나 이것은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 외곽지역(방리유)의 초상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현재 방리유 소요 12일째를 맞고 있다.

두 소년의 죽음으로 시작된 방리유 소요

10월 27일. 전 세계 18억 이슬람 신도들이 한 달 동안 낮에 곡기를 끊고 금욕 생활을 해야 하는 라마단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던 이날, 파리 외곽도시 클리시 수 부아의 한 공터에서 늦게까지 공놀이를 하던 아프리카 이민자 2세 청소년들은 예기치 못한 운명을 앞두고 있었다.

늘 가던 길을 지나게 되면 경찰 검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청소년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귀가해 허기진 배를 채울 생각에 우회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멀리서 경찰을 발견한 소년들은 이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고 그들 중 셋은 프랑스 전력공사(EDF) 송전소 쪽으로 향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송전소 입구 외진 곳에 몸을 숨겼다가 숨 가쁜 경찰의 발소리를 듣고는 기절했다. 나머지 두 소년 지에드(17)과 바누(15)는 경찰의 추격을 피해 송전소 2.5미터 높이의 담을 넘다가 변압기에 떨어져 감전사 했다. 소년들의 사체가 발견된 시각은 저녁 7시 경이었다.















▲ 지난달 27일,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한 소년 바누(15, 동그라미 안)
ⓒ2005 지에드와 바누 추모블로그
사고가 발생하자 프랑스 언론은 "주변에 일어난 절도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이들 소년을 용의자로 보고 검문을 하려 했을 뿐 추격전은 없었다"는 경찰의 주장을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사건 당일 주변 지역에서 절도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분노한 방리유 젊은이들은 15대의 자동차에 불을 질렀다. 방리유 소요의 시작이었다.

무차별 방화 전 도시로 확산... 7일 첫 사망자 발생

소년들의 죽음으로 시작된 방리유 소요는 12일째 계속되고 있다. 소요는 점차 극단적 폭력으로 치달아 이제 하루를 마감할 때면 불에 탄 자동차 수와 부상자 수를 세는 것이 일과가 되고 있을 정도다.

지난 6~7일 밤은 사건 발생 이후 가장 폭력적인 밤으로 기록됐다. 자동차 1400대가 방화로 인해 불에 탔고 400명이 체포됐다. 애초 파리 근교에 한정됐던 혼란은 지난 3일부터 디종을 시작으로 지방 도시까지 번졌으며 4일부터는 뚤루즈, 렌느, 낭트, 릴, 스트라스부르 등 지방 대도시로도 확산됐다. 파리 시내에서도 30여 대의 자동차가 불에 탔다.














▲ "게토의 목소리" 지난 5~6일 주말판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이번 소요를 일면에 다루며 방리유 청소년의 분노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상황은 줄어든 반면 소규모 그룹을 이룬 젊은이들의 산발적 방화와 약탈은 늘었다. 이 같은 소요사태의 주범은 나이 어린 청소년들로 추정되고 있으며, 오토바이 등에 올라탄 이들은 자동차나 공공건물에 화염병을 던져 넣고 도망가는 게릴라전을 펼치며 서로 경쟁하듯 불을 지르고 있다.

7일 정부 당국이 발표한 이들 소요 용의자들의 신분은 14~20세의 마그레브나 아프리카 본토 출신 이민자 자녀들이다. 이들은 구체적인 목적 없이 즉흥적으로 소요에 참가했으며 소요 사태를 일종의 놀이로 인식했던 것 같다고 검찰은 밝혔다.

프랑스 경찰에 따르면, 소요사태가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11일간 불에 탄 자동차가 총 4700여 대에 달했으며, 이 과정에서 1220여 명이 체포됐다. 프랑스 전역에서 학교 세 곳, 시청 두 곳, 경찰서 세 곳이 불에 타거나 파손됐다. 지난 주말에는 교회 두 곳도 화염병 습격을 당했다.

이 같은 소요는 인터넷 블로그 곳곳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방화범들은 블로그를 통해 자신들의 전적을 과시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식으로 자동차 불태우기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여기는 XX시다. 우리는 오늘 자동차 X대에 불을 질렀다. 너희들 쪽은 어때? 우리보다 많이 했니?'














▲ 폭력을 선동하는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이유로 강제 폐쇄된 사건 관련 블로그.
지난 28일 생긴 '부나와 지에드' 추모 블로그에는 폭동을 부추기거나 진정할 것을 주장하는 수백 여 건의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이중 한 블로그는 폭력을 찬양하는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이유로 강제 폐쇄됐으며 라디오 <스카이록>의 한 블로그에서 폭력을 선동한 누리꾼 세 명은 체포된 상태다.

폭력 양상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정부의 무능에 비난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6일 시라크 대통령은 "절대 우선권은 치안과 공공질서 회복"이라며 강력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사건 발생 이후 첫 공식 입장이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도 7일, "8일부터 공공질서 확립을 위해 필요하다면 각도 도지사들에게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소요의 원인이 된 두 소년의 죽음에 대해 투명한 수사를 펼칠 것을 약속하고 방리유 젊은이들을 위해 국립직업소개소(ANPE)가 특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때 무슬림 전사들의 배후조종설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프랑스이슬람기구연합(UOIF) 등 이슬람 단체들은 젊은 무슬림들에게 분노를 자제해 줄 것을 적극 호소하며 무슬림 전사 배후설을 묵살했다. 경찰도 "소요 사태에 무슬림 전사의 보이지 않는 손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센 생 드니 지역 스탱의 한 주택가에서 일어난 소요 도중 습격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던 60세의 노인 장 자크 르셰나덱이 7일 오전 사망했다. 소요 발생 이후 첫 사망자였다.

사르코지의 "방리유는 쓰레기 집합소" 발언 때문에

'도시 테러'로까지 불리며 전 세계 언론의 1면을 장식하게 된 이번 소요 사태는 프랑스 정부의 잘못된 대응 때문에 확산됐다는 지적이다.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 같은 혼란의 중심에는 2007년 차기 대선 후보를 자임한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에 불을 붙인 것이 두 소년의 죽음이었다면 거기다 기름을 끼얹은 것은 사르코지의 강경 대응이었던 것.














▲ 불에 타는 자동차를 사이에 두고 시위대와 대치한 경찰.
ⓒ2005 지에드와 바누 추모블로그
사고 발생 다음날인 28일 밤, '경찰의 살인적 추격 작전'을 규탄하며 400여 명의 클리시 수 부아 젊은이들이 250~300여 명의 경찰과 대치한 가운데 실탄이 경찰차에 날아들고 여기저기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다음날인 29일, 클리시 수 부아 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과 희생자 가족 등 500여 명은 비폭력 침묵시위를 벌였다. 차량 방화는 여전했으나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상황은 없었다.

그러나 30일 밤, TF1 저녁 뉴스 시간에 초대된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발언으로 상황은 돌변했다.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이날, "경찰은 (감전사한) 소년들을 추격한 바 없다"고 단언하며 도시 테러에 '똘레랑스 제로' 선언을 재확인 했다. 이어 클리시 수 부아에 배치된 경찰력 보강을 위해 공화국보안기동대 17개 중대와 7개 헌병 중대 배치 명령하며 "더 이상 순찰의 문제가 아니다… 체포다"라는 등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 지난 달 28일 문을 연 지에드와 바누 추모 블로그.
이 발언은 화염병과 돌멩이로 무장한 방리유 젊은이들이 다시 거리로 몰려나오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사르코지는 지난달 25일 또 다른 방리유인 아르장퇴유에서 주민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주민에게 "뭐라고요, 마담? 이 쓰레기들 말인가요? 쓰레기들은 당연히 청소해야죠. 꼭 그렇게 할 겁니다!"라는 발언으로 이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사르코지의 25일 발언은 30일 밤 저녁뉴스 시간에 수차례에 걸쳐 방송됐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이에 더해 소요현장을 초강력 분무기로 청소할 것을 주문했다. 초강력 분무기는 일반적으로 길거리를 청소할 때 쉽게 지워지지 않는 오물을 제거하는 데 쓰는 도구다. 방리유 주민들을 쓰레기 취급한 것.

그리고 그 시간, 공화국 기동대의 최루탄이 클리시 수 부아의 한 모스크로 떨어졌다. 신성한 기도의 장소에 경찰의 최루탄이 날아든 것이다. 격분한 신도들이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경찰은 모스크에 최루탄을 발사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도마에 오른 사르코지의 '똘레랑스 제로'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사르코지로 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해외언론의 비난은 사르코지가 지휘하는 프랑스의 구멍 뚫린 이민자 통합 정책으로 모아졌다.

'이민자 통합 정책에 무능력한 프랑스' <뉴욕 타임스>
'젊고 가난한 실업자…무슬림' <타게스피겔>
'프랑스의 통합 정책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알게마이네 차이퉁>
'폭력은 이민자공동체를 중심으로 전염…실업률이 프랑스 평균의 두 배' <워싱턴 포스트>
'사르코지의 호전적 화술이 소요 자극했다' <코리에르 델라 세라>
'엘리제로 향한 조급함이 방리유 빈민지역을 향한 극우 성향으로 나타나' <데일리 텔레그래프>
'사르코지의 똘레랑스 제로 정책이 일자리와 교육, 주거 환경 개선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방리유 문제는 더 뜨거워 질 것'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이와 관련, 프랑스 공산당(PCF)과 녹색당(Vert) 등 좌파 정당은 지난 4일 사르코지의 퇴임을 촉구한 반면, 극우당 국민전선(FN)은 "깡패들의 행패에 끝장을 보겠다던 약속을 지키라"며 사르코지를 부추겼다. 시라크 대통령과 사르코지의 정적이자 시라크의 총애를 받는 빌팽 총리는 사르코지의 아성이 스스로 와해될 때까지 관망하는 형국이다. 방리유 주민을 향한 거침없는 욕설을 퍼부어대는 사르코지를 비추는 언론의 카메라도 비난의 초점을 사르코지에 맞추고 있다.















▲ 소요 11일 째 36명의 경찰의 부상을 알리는 일간지 <르 몽드> .
한편, 지난 5일자 <리베라시옹> 주말판은 '게토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이번 사건을 방리유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네 면에 걸쳐 조명했는데 여기에서도 사르코지를 향한 분노가 확인된다. 마치 방리유에 사는 모두가 '불량배'인양 했던 사르코지의 아르장퇴유 발언을 곱씹은 이들은 "방리유에 불량배만 사는 게 아니다"라며 "평범한 사람들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방리유 젊은이가 깡패, 무슬림 전사와 동의어로 인식되는 현실을 한탄하는 이도 있었다. 특히 신성한 종교 사원인 모스크까지 굴러들어온 최루탄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데 격노한 이들은 "사르코지는 사과하거나 퇴임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방리유와 이민자 문제를 조명한 저서 <무법의 씨떼(도시 교외의 주택 단지 집합주택지)>의 작가 아마르 헤니의 말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를 이런 식으로 대우하지 말라, 우리는 당신들의 개가 아니다."

























'프랑스 속의 아프리카', 방리유는 어떤 곳?









▲집단 공영주택(HLM)의 높은 건물로 채워진 프랑스 방리유의 황량한 풍경.
ⓒ 박영신
프랑스를 화염으로 뒤덮고 있는 소요 사태를 다루는 해외언론의 시각은 심히 우려스러울 정도다.

루마니아, 러시아 등 동구권 언론의 경우 소요현장에 특파원을 파견해 자국 시청자를 연결하고 있는데 러시아 언론은 클리시 수 부아를 체첸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또 파리 주재 미 대사관은 가능하면 프랑스 방문을 자제할 것을 조언하며 부득이한 경우 프랑스를 방문하는 미국인들에게 샤를드골 공항에서 파리 시내까지 가는 교외선(RER)이 통과 지역이 소요 지역과 가까우므로 반드시 택시를 이용해 줄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중 백미는 미국의 뉴스채널 <시엔엔(CNN)>이었다.

"소요지는 에펠탑에서 먼가요?"

지난 4일 오전 방송된 미국의 뉴스채널 <시엔엔(CNN)> 특파원 보고의 도입부분이다. 에펠탑 앞에 선 특파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 네, 지금 제 뒤로 펼쳐진 아름다운 파리의 풍경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프랑스하면 떠올리는 아름다운 풍경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소요지, 방리유는 대체 어떤 곳일까.

방리유... 인종차별과 범죄 속에 가난이 되물림 되는 땅

지난 5일자 일간지 <르 몽드>는 소요에 참가했다가 체포된 청소년들의 환경에 주목했다. 징역 9월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18세의 한 소년은 부모를 잃은 후 네 곳의 가정에 차례로 '수용'됐다가 지금은 주소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한 호텔에 무단입주 했다고 한다. 물론 학교를 떠난 지도 오래됐다. 15세의 다른 소년은 "돌은 던진 건 잘못했지만 별 다른 생각 없이 한 일"이라며 무릎을 꿇고 빌면서도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대도시, 특히 파리 외곽의 도시를 뜻하는 방리유를 상징하는 것은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은 공영주택(HLM)과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 실업과 인종차별에서 파생되는 빈약한 교육의 기회, 마약, 범죄, 순찰차다.

프랑스 전체 실업자 평균이 9.9%인 반면 30%의 실업자가 집단으로 몰려있는 곳, 청년층 실업 비율만도 프랑스 평균 두 배를 웃도는 곳이 방리유다. 방리유 주민들 중에는 불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도 많고 정착 이후 단 한번도 방리유를 떠나 본 일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프랑스인 어린이의 5분의 1이 학교 졸업장 취득에 실패하는데 이곳 방리유 어린이의 실패 비율은 2분의 1이다.

방리유는 프랑스 속의 아프리카와도 같다. 학업을 마치고 일자리를 찾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평범한 시민의 꿈이라면 방리유 젊은이들의 꿈이 타고 올라갈 엘리베이터는 애초에 고장 난 상태다. 부모의 가난이 대물림 되는 이 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미래를 향한 꿈마저 원천봉쇄 당한 채 거리를 배회한다.

불법 체류자들이 많은 까닭에 경찰의 무차별 불심검문도 흔하다. 이 곳에서 경찰과 맞부딪치는 순간, 아이들은 '범죄 용의자'가 되고, 거기에 돌멩이 하나가 더해지면 '현행범'이 된다. '씨를 말려 버리겠다' '못 배워먹은 것들' '깡패들' 등 거침 없는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경찰로부터 이들은 증오를 배운다. / 박영신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박영신 기자는 <오마이뉴스> 해외 통신원이며, 파리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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