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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내셔날리즘 대신 이데올로기 경합을
어제, 오늘 발표된 황우석 교수의, 매매 난자 및 연구원 난자 사용을 둘러싸고 또 한번 찬반 논쟁(주로 온라인 폴 및 게시판 논쟁을 통한)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은 황교수가 어떤 난자를 사용했는지 "적절한 시점"에 밝히겠다고 하기 훨씬 이전부터 있어 왔다.
대중매체를 통해서 볼 때, 과학의 윤리적 사용, 특수하게는 황교수로 상징되는 바이오 (메디칼) 테크놀러지 연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논쟁들은 대체로 황교수를 "영웅시"하는 입장이다. 며칠 전 연구용 난자 부족이 언론에 나오자 금새 몇몇 힘있고 유명한 이들을 중심으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난자 기증 지원" 어쩌고 하는 모임도 불과 며칠 만에 출범하지 않았는가.
황교수의 "쾌거"와 "혁명적" 연구에 대해서는 흡사, 모두가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던 2002 월드컵 분위기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시대의 내셔날리즘은 정치와 경제보다는 문화[월드컵]와 과학을 통해서 갱신되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성과들이 정말로 민족과 국민들 모두를 위해서인가?)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생명 윤리, 생태 윤리 등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제기하던 이들의 목소리는 의도적으로 무시당하는 듯하고, 들린다 손치더라도 마치 그들이 과학 연구에 기생하여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치들로 부각되곤 한다. (그렇다고 생명 윤리, 과학 윤리 운운하는 이들이 모두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과학"을 통해서 갱신, 재갱신되는 내셔날리즘의 심각한 문제는 다른 목소리들, 다양한 이견들의 표출을 억압한다는 데 있다. (생명과학 연구 및 윤리적 이용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이데올로기 경합들 대신 들어서는 것은 맹신과 맹목적 지지다. 맹신과 맹목적 지지는, 황교수가 지금 처해있는 국제적인 윤리 압박 상황에서,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것이다. 전폭적인 지지로 지금의 상황을 뚫고 나가더라도, 이 문제는 가까운 미래에 다시 (다른 식으로) 되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튼 교수와도 결별 당하고, 국제적으로 윤리적 압박이 가하져 오기 땜시롱 논쟁의 지형이 황교수 찬성/지지냐 반대냐로 형성되는 상황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보다 개방적이고 생산적인 논쟁이다.
찬성/반대 논쟁으로는, 황교수의 연구가 최첨단인것만큼이나 최첨단 윤리를 요구하는 하이테크 바이오 테크놀러지 연구가 보다 긍정적이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민들이 "2002 월드컵"때와 같은 마음으로 황교수 등의 연구를 찬성하고 지지해 준다 하더라도, 최첨단 생명공학의 윤리적 연구 및 사용에 관한 문제는 또 다시 불거져 나오게 되어 있다.
생명 공학 일반, 특수하게는 스템 셀 관련한 윤리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구미에서도 뜨거운 논쟁점이자, 이를 둘러싼 찬반 이데올로기들이 경합 중이다. 하지만, 찬성이냐 반대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첨단 테크놀러지 및 과학 연구를 둘러싼 (생명)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젠더-인종에 민감한, 개방적이고 생산적 논쟁들이 더 전개될 필요가 있다. 그리하야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 입장의 이데올로기들이 경합을 한다면, 그 속에서 이 문제에 대한 보다 윤리적인 사회적 합의점들을 찾아낼 수 잇을 것이다.
하이 테크놀러지 발전 및 테크노문화 발전은 크게 보아 인류발전에 기여해 왔고 기여할 것이 분명하지만, "발전"의 명분만 가지고 테크놀러지를 바라보는 것에 심각한 덫이 있다는 점은 이미 계몽주의 기획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들에서 드러난 바 있다.
과학 일반, 특수하게는 하이테크 및 바이오 테크놀러지에 대한 생산적 논쟁과 비판은, 무엇보다 지속적인 과학 연구 발전과 그 민주적, 윤리적 사용을 위해서 절실하다.
황교수의 난자 사용에 대해서는 특히나 성인지적(gender-sensitive) 관점의 다른 목소리들을 그간 해오던 대로 억압하는 것보다는, 그 목소리들이 많이 들리면 들릴수록 생명과학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 낫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연구원의 난자 사용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온라인 폴에 의하면 폴 참가자의 60%이상이 연구원 난자 사용에 윤리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우리 나라 대학원 연구실에서 자기 지도 교수의 부탁을 '거절가능한 부탁'으로 듣고 개길 수 있는 대학원생이 몇 명이나 될까? 게다가 그 연구실이 소위 "명문대" 대학원이라면? 일부 명문대의 대학원생 조교들이 교수들의 '외거노비'라는 농담이 대학원생들의 술자리에서 반농반진으로 나오는 것이 대학원생들의 현실이라면?
설령 연구원들의 난자 기증이 "자발적"인 것이었다 하더라도, 우리 나라 교수-대학원생의 권력관계를 생각할진대, 그것은 "자발"로 위장한 "강제"이기가 쉬우리라. 한 마디로, "부탁"의 탈을 쓴 "명령"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연구원의 난자 기증이 자발이나 (반)강제냐가 아니라, 과학 연구 실험실에서의 나이와 젠더에 따른 억압적 위계를 보다 해방적인 방향으로 탈바꿈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이고 힘있는 주체로서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금기시된 영역이 (정치만큼이나) 과학이었다는 점, 우리 시대 여전히, 그러나 가장 강력하게 울트라 쑤퍼 짱 남성중심적이고 남성주의적(masculinist) 최후의 영역이 과학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지금 황교수 사건을 핑계로 하야 불고 있는 과학 내셔날리즘은 커다란 문제이다.
황교수의 연구(업적)이 드러내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맹신적인) 민족주의적 입장 보다는 다른 목소리들, 이견들이 경합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생명과학을 필두로 한 과학 및 테크놀러지 (연구)가 드러내고 있는 징후들은, 여성(과 남성)들의 비판적 개입을 요구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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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난자 생산이 자유로워짐으로써 여성의 억압과 착취는 더더욱 심해질 거란 예상이 든다. 논의해볼 필요 있을 것 같다.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