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반전평화연대 까페에 기은언니가 자신의 기억 한토막을 올려주셨습니다.
가슴 뭉클한 글이라 염치불구하고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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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중딩시절 이야기 한 토막.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전 날인 24일 밤이면
또래 친구들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선물교환’ 시간이 있었다.
모두가 각자 선물을 하나 씩 준비해 오고,
제비뽑기로 파트너가 정해지면, 그 파트너와 선물을 주고받는
아주 단순한 프로그램이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단순한 프로그램이었지만,
할 때마다 재미있고 즐거웠다.
이걸 살까, 저걸 살까, 선물을 고르는 일도 재미있었고,
‘이번에는 누구랑 짝이 될까’ 궁금해 하는 일도 즐거웠다.
선물교환을 할 때는 주로 남녀가 한 쌍이 되므로,
행여나 평소 맘에 품고 있던 남학생과 짝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설레임도 있었다. ㅎ
중 3때였던가.
12월 24일 밤.
어김없이 선물교환 시간은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생님께서 색다른 제안을 하셨다.
각자 자신이 준비해 온 선물을 가지고 거리로 나가서,
자신이 모르는 사람에게 그 선물을 주라는 거였다.
누구라도 좋다,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고 오라, 하는 말씀이었다.
헉,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일단 거리로 나간 나는
한 동안 선물을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배회했다.
그러던 중에 내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군고구마를 파는 아저씨였다.
왜 그 아저씨에게 주고 싶었을까, 그건 지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추운 날 밖에서 장사하시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져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아저씨께 다가가서
자초지종을 설명드린 후, 내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렸다.
그러자 아저씨는 고맙다고 하시면서
나에게 군구마를 싸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상황이 너무나도 쑥스러웠던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는 그냥 후다닥 와버렸다 . 후다다다다다다닥~~~~~
헥헥, 휴~~~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 아저씨가 내 이야기를 들으시며 살짝 웃으시던 그 모습이...
그런데, 이 일은 그 당시 나에게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흐뭇함과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을 한다는 것.
그것은 엉뚱해 보이지만, 정말 행복해지는 일이었던 것이다.
모르는 이에게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주고,
게다가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다니...
.
.
.
내가 이 얘기를 왜 했느냐 하면,
낼 모레가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다. ^^;
특별한 이유는 없다.
.
.
.
.
.
.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나는 많은 선물을 받고 살아왔다.
그동안 내가 먹은 쌀은 얼마며,
내가 먹은 배추는 또 얼마나 될까,
내가 먹은 콩은, 미역은, 고등어는...
이 모든 게 선물인데,
선물인 줄 모른 채로 살아왔다.
.
.
.
.
.
어쩌면 평화도 선물이다.
지금 내가 당연한 듯이 누리고 있는 이 평화.
하지만 나에게 이 평화를 선물하기 위해
과거에 내가 모르는 많은 이들이 애를 썼을 것이다.
누군가는 숱한 밤을 고민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피를 흘렸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억울한 죽음을 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나에게 평화를 선물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모르는 그들...
내가 모르는 나의 산타들...
그들이 나의 산타들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가슴 뭉클한 글이라 염치불구하고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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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중딩시절 이야기 한 토막.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전 날인 24일 밤이면
또래 친구들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선물교환’ 시간이 있었다.
모두가 각자 선물을 하나 씩 준비해 오고,
제비뽑기로 파트너가 정해지면, 그 파트너와 선물을 주고받는
아주 단순한 프로그램이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단순한 프로그램이었지만,
할 때마다 재미있고 즐거웠다.
이걸 살까, 저걸 살까, 선물을 고르는 일도 재미있었고,
‘이번에는 누구랑 짝이 될까’ 궁금해 하는 일도 즐거웠다.
선물교환을 할 때는 주로 남녀가 한 쌍이 되므로,
행여나 평소 맘에 품고 있던 남학생과 짝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설레임도 있었다. ㅎ
중 3때였던가.
12월 24일 밤.
어김없이 선물교환 시간은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생님께서 색다른 제안을 하셨다.
각자 자신이 준비해 온 선물을 가지고 거리로 나가서,
자신이 모르는 사람에게 그 선물을 주라는 거였다.
누구라도 좋다,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고 오라, 하는 말씀이었다.
헉,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일단 거리로 나간 나는
한 동안 선물을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배회했다.
그러던 중에 내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군고구마를 파는 아저씨였다.
왜 그 아저씨에게 주고 싶었을까, 그건 지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추운 날 밖에서 장사하시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져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아저씨께 다가가서
자초지종을 설명드린 후, 내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렸다.
그러자 아저씨는 고맙다고 하시면서
나에게 군구마를 싸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상황이 너무나도 쑥스러웠던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는 그냥 후다닥 와버렸다 . 후다다다다다다닥~~~~~
헥헥, 휴~~~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 아저씨가 내 이야기를 들으시며 살짝 웃으시던 그 모습이...
그런데, 이 일은 그 당시 나에게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흐뭇함과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을 한다는 것.
그것은 엉뚱해 보이지만, 정말 행복해지는 일이었던 것이다.
모르는 이에게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주고,
게다가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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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얘기를 왜 했느냐 하면,
낼 모레가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다. ^^;
특별한 이유는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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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나는 많은 선물을 받고 살아왔다.
그동안 내가 먹은 쌀은 얼마며,
내가 먹은 배추는 또 얼마나 될까,
내가 먹은 콩은, 미역은, 고등어는...
이 모든 게 선물인데,
선물인 줄 모른 채로 살아왔다.
.
.
.
.
.
어쩌면 평화도 선물이다.
지금 내가 당연한 듯이 누리고 있는 이 평화.
하지만 나에게 이 평화를 선물하기 위해
과거에 내가 모르는 많은 이들이 애를 썼을 것이다.
누군가는 숱한 밤을 고민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피를 흘렸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억울한 죽음을 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나에게 평화를 선물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모르는 그들...
내가 모르는 나의 산타들...
그들이 나의 산타들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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