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말 2007. 3월호 기획 : 87년 그리고 2007년 학생운동
한총련 쇠퇴 이후 학생연대조직의 현재
추주형 기자
70년대 학생운동을 '낭만주의' 내지는 '엘리트주의'로 표현했다면, 80년대 학생운동은 구체적 현실인식과 다양한 이념적 토대의 바탕 위에서 전개해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그 전성기는 짧았다. 90년대 들어 '학생회 운동'(합법운동)에 대한 비판 속에 새로운 의견그룹들이 갈라져 나왔고, 더러는 아래로 산개했다.
87년 학생운동가들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구심으로 '학생회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전대협을 전신으로 93년 출범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은 5개 위원회 3개 국, 9개 지역, 1개 특별지구, 25개 지구총련, 9개 부문 계열을 두는 등 조직을 정비했다. 지역총련에는 서울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서총련), 경기인천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경인총련), 광주전남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남총련) 등이 있고, 부문계열에는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전여대협, 각 대학 총여학생회 협의체), [전국교육대학대표자협의회](교대협, 교총련 건설 뒤 96~97년 유명무실해졌다가 교대협을 재건했다),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전한련), [전국가톨릭대학생협의회](전가대협) 등이 있다. 한총련은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대의원회와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으로 구성하는 중앙운영위원회, 각 지역총련 의장단과 특별기구장(대변인, 조국통일위원장, 학원자주화추진위원장)으로 구성하는 중앙상임위원회 등이 있고, 각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이 있다. 연합조직은 종앙최고기구에서 하부조직을 관할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원들이 모여 단체를 구성하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때문에 각 대학과 지역총련은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부터 한총련은 지구총련 의장을 선출하지 못했으며, 21세기 들어서는 지역총련 의장도 선출하지 못하는 등 조직적 위축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올해 15기 대의원대회도 재적인원 336명 중 173명이 참석해 개최 정족수(169명)를 겨우 넘겼다. 총원은 1,329명이나 되는데, 탈퇴 및 미선출 대표자 등 사고자가 993명에 이르렀다. 세계 최강이라던 한국 학생운동의 대표체 한총련은 올해 15기 대의원대회에서도 3명의 특별기구장 중 단 한명도 선출하지 못한 채 설날을 맞이했다.
의견그룹의 실질적 분화
'학생회 운동'을 시작한 87년 전대협의 이념적 분화 과정은 99년 7기 한총련 운동 중 의견그룹의 실질적 분화 및 지역총련의 탈퇴 등을 거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97년 검찰은 '학생회 운동'을 하던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 대의원인 각 대학 총학생회장 등을 구속, 수배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99년에는 전북총련이 탈퇴해 위기를 겪는다. 99년에는 소위 '제2파 한총련' 건설안을 내놓는[전국학생연대](학생연대)가 [전국학생회협의회](전학협)를 거설하면서 '학생회 운동'을 중심으로 한 학생연대조직은 한총련과 전학협으로 사실상 2분된다. 학생연대는 전대협 운동 시기인 92년에도 '제2파 전대협'을 주장한 선례가 있었다.
전학협은 [사회당](현 한국사회당)의 전신인 [청년진보당]과 함께 '반자본주의'를 기치로 내걸었다. 2002년 4기 전학협은 외양 확장을 목표로 '제2의 건설'에 중점을 뒀고, 당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사업을 자체 이슈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3년 5기 전학협은 총회에서 '학생회 선거 중당'을 선언하는 등 '학생회 운동'에 대한 내부 고민을 외화해, 해소 절차를 거친다. 표면적 이유는 자율주의적 운동을 새롭게 모색하자는 것이었다. 조직 해소 뒤 전학협 운동가들은 [전국학생투쟁위원회](전학투위), [사회당 학생위원회], [전쟁없는세상] 등으로 산개한다. 이 중 전학투위는 이듬해인 2004년 해소, 역사의 현장에서 사라진다.
전학투위 운동이 있었던 2003년에는 또 다른 의견그룹이었던 [전국학생연대회의](연대회의) 활동가들이 [전국학생투쟁연대](전학투련)를 조직했었다. 연대회의는 한총련의 의견그룹이었던 [대장정 학생연합]의 후신으로, 97년 한총련에서 떨어져 나왔다. 공식적으로 탈퇴 절차를 거치지 않았지만 '대의원대회 불참' 등 정치적 의미는 컸다. 연대회의는 기존의 '학생회 운동' 조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대의원이 정해져 있는 한총련과 달리 정확한 멤버십 획득 방식도 없고 '개인가입'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2005년 9기를 끝으로 해소한 연대회의는 [전국학생행진](행진)의 모체가 된 [전국민주주의학생연대](전민학련)을 2006년 꾸리고 여러 의견그룹들의 흡수 및 외연의 확장을 모색한다. 행진은 2007년 현재 2기 건설준비위원회를 꾸려 활동하고 있으며, 2009년~2010년께 본조직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반신자유주의' 기치 이외에도 여성주의의 전면화를 내세우고 있다.
2003년엔 위에 열거한 전학협-전학투위와 연대회의-전학투련 운동 이외에도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추진운동이 있었다. 한대련은 2년간의 추진위 활동을 거쳐 2005년 출범, 3기인 2007년 현재 8개 지역, 41개 대학 총학생회, 21개 대학 27개 단과대 및 총여학생회가 가입한 한국사회 최대의 학생대중조직으로 16개 지역에 거점을 둔 학생정치조직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민노학위)와 어깨를 견주고 있다.
이외에도 '반전 반자본주의 노동자운동' 단체인 [다함께 대학생모임], 비국가주의그룹인 [전국학생행동연대](행동연대)가 현재 활동하고 있으며, 소그룹으로 [노동해방학생연대](노학연) 등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한편, '학생회 운동' 이외에 '동아리 운동'을 하는 단체도 있다. [전국대학동아리연합회](전동연)와 [한국대학생문화연대](한문연)가 그것, 이 중 전동연은 현재 조직적 실체가 모호하며, [서울지역대학동아리연합회](서동연)가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수준이다. 2006년 출범한 한문연은 2005년 여름부터 매년 2회씩 '청년예술캠프'를 열어 올 겨울로 4회 캠프를 치렀다. [전국대학생기행연합](기행연합)과 [21세기 세계문화유적답사회](대답), 다양한 종류의 문예패를 아우르는 [문예연합] 등 문화 분야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생 문화조직 통합체를 만든 것이 한문연이다.
21세기 학생연대조직은 어떻게
21세기 들어 학생운동은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90년대부터 분화한 학생연대조직은 각각 세력을 확장하는 한편, 이슈별로 비상설 연대체를 꾸려 투쟁을 조직하고 있는데, 한시적 교육투쟁조직으로 기수 없이 매년 새로운 교육운동조직을 건설하고 있는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교대위)가 그 대표적 사례다. 교대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학생대중조직인 한총련, 한대련, 행진과 학생 정치조직인 민노학위 등이 함께 하고 있다.
한대련 운동을 추진하던 2003년 9월 정식 출범한 이후, WTO교육개방, 교육재정문제, 사학비리문제, 한미FTA교육시장화 등 거대한 공동의 적에 맞서 여러 대학생 단체들과 힘을 모아 싸워온 것은 등록금 문제 등 각 대학의 교육문제가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6년 봄에는 전국대학생공동행동을 벌여, 실로 오랜만에 대규모 상경과 도심에서의 공동투쟁을 벌였으며, '전국대학생 총회'를 개최하는 등 자신들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사회에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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