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식 하나.
어떤 시기이든지 수많은 그리고 급박한 사안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사안들을 하나씩 쫓아가는 투쟁은 쉽게 지치고,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여러 사안에 발을 걸치려다 보니 심도 있는 접근을 하기 어렵고, 당연히 피상적인 접근과 추상적인 구호만으로 학내 선전이 이루어진다. 이런 선전은 그것을 진행하는 사람 스스로도 재미없고 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어떤 사안이 자신의 삶과 유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상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문제의식 둘.
대부분의 사안에 대한 투쟁이 '반대', '저지'로 이어지는 수세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수세적인 방식의 운동은 구체적 요구와 활력을 제시하기 어렵다. 구성되어 있는 무엇을 넘어서려는 투쟁은 그것의 작동방식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그 대상과 자신을 비슷하게 구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노동조합의 관료화는 관료화 되어 있는 조직에 맞서 싸우기 위한 개연성 있는 결과일 것이다.
문제의식 셋.
사안에 따른 경중이 있을까? 그것이 진정으로 삶과 유리되지 않은 직접적인 문제라면 그것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장 절실한 요구가 될 것이다. 자신의 삶의 공간에서 구체적인 억압이 있는 곳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또한 자본의 운동이 전 지구적으로 일반화 되어 있고, 모든 모순의 지점에 관통되는 원리로 존재한다. 각 사안이 별개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이고, 하나의 사안을 통해 다른 사안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자신의 삶과 분리되지 않은 그 모든 지점에서 변혁이 시작될 수 있다.
구체적인 말로.
지금 파업 투쟁을 하는 노동자의 사안과 한미FTA 사안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것이지 선후의 관계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의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 또한 다른 투쟁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정세에 무딘 것이 아니다. 지금 이곳(전북, XX대학교, XX학과, 더 좁고 구체적인 장소에서), 우리 삶이 기반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지점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 지점이 다른 사안들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고민하고 분석해서 설명하자.
어떤 사안에 연대하러 갈 때에도 지금 우리가 삶의 공간에서 어떠한 고민을 품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지 그곳에서 구호를 외치는 것, 몸싸움을 하는 정도의 활동에 머무르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연대가 아니다. 연대는 내 삶의 공간과 네 삶의 공간이 만나는 마주침이다. 네 삶의 공간에 내가 편입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집회에 참가하는 방식이 아무리 스스로 의식하려 노력해도 결국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요구만 되풀이 하는 것에 머물렀다고 평가한다. 그 안에서 내가 지금 당장 원하는 것에 대한 요구를 풀어내지 못했다.
자신의 문제로 공감되는 것을 이야기 할 때 더 열심히, 즐겁게 활동할 수 있다. 우리가 즐거워야 다른 사람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삶의 공간에 자본주의적 관계를 넘어서는 대안적 관계를 구성하는 기억이 필요하다. 그 기억이 수세적 요구가 아닌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요구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것은 자신이 발딛고 서있는 구체적 삶의 공간에서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면 FTA하나를 붙잡고 이야기 하면 된다. 그것을 추진하게 만드는 자본의 운동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그런 자본의 운동이 마찬가지로 다른 여러 사안에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찾아낸다. 하중근 열사 투쟁에 같이 할 때 그곳에서 FTA와 하중근 열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설명해내야 한다. FTA 반대 구호를 외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FTA를 통하지 않은 대항세계화가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실험하고 제안한다. FTA보다 자기 삶의 공간에 더 가까운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붙잡고 이야기 하자. 교육투쟁만 1년 내내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를 고민하기 전에 그 사람들은 무엇을 직면한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를 살펴보자. 그 문제에 기반하여 다른 정세를 묶어내는 싸움을 기획하는 것이 더 가깝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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