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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홀 골프도시가 살길?
"살길은 생태도시인데"
<르포>245만평 골프도시 건설 반대하는 무주군 농민들













무주골프도시 예정지를 무주생태문화도시로 가꾸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허병섭 선생님(왼쪽). 평화롭게 살아온 마을에 누가 망루를 세우게 했는가? ⓒ 최종수
지난 11월 14일 생명평화 전북모임 때문에 전주 한옥마을에 갔다가 목사직을 반납하고 1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허병섭(66) 선생을 따라 무주로 향했다. 덕유산 주변에 흙집을 짓고 사는 선생의 텃밭에 심어진 배추들은 토실토실했다.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허 선생은 무주군 안성면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귀농인들의 모임과 강연으로 전국 곳곳을 두루 다녔는데 안성면처럼 아름다운 마을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무주군 안성면 주민으로 아예 눌러 살기로 했다.

이렇듯 아름다운 덕유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이곳 마을의 할머니·할아버지를 비롯한 주민들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을 지키기 위해 눈물겨운 싸움을 벌였고, 이에 감동을 받은 허 선생은 "심부름꾼 노릇을 하게 되었다"며 골프장도시 반대투쟁 가담 이유를 밝혔다.

다음날(15일) 기업도시 예정지인 안성면으로 떠났다. 순간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기업도시 무주가 ‘골프장 도시’라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멀리 향적봉에서 뭉게구름이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계곡을 따라 10여분쯤 달렸을까. 광활한 분지가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풍수지리에 의하면 백두산에서 발원한 백두대간의 정기가 덕유산 끝자락인 안성면 분지를 휘돌며 쉬었다가 간다고 합니다” 허 선생의 설명처럼 덕유산 자락과 봉오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서서 백두대간의 정기를 품어주고 있었다. 안성(安城), 이름 그대로 편안한 마을이었다. 마치 생명의 보고인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다시 들어온 듯했다.

두문리 마을입구에는 망루가 세워져 있었고, 도로변으로는 ‘골프장 반대’ 깃발들이 가을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무주군청으로 1인 시위를 간다는 주민의 그 선한 눈빛에서 평화와 울분을 동시에 보고 말았다.

“평생 흙과 살며 국민의 생명을 키워온 농부에게 돌아오는 것이 고작 토지강제수용이란 말입니까?”
“한 기업의 영리를 위해 150여 세대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뽑아내려고 하는데 말이 됩니까?”


땅 한 평도 없는 노인들과 주민들 어디서 살라고







▲17Kg이나 빠진 체중이 심순보 공동대표의 고통의 깊이를 말해 주고 있다. ⓒ 최종수
무주골프장기업도시반대공동대책위(이하 무주공대위) 심순보(52) 대책위원장은 이 일을 맡으면서 몸무게가 17㎏이나 빠졌단다. 위원장을 맡으면서 농사일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게 됐고 이로 인해 가정 불화가 발생한 것이다. 골프장 건설은 마을의 평화만 빼앗은 게 아니라 가정의 평안까지 흔들어 놓은 것이다. 심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저는 젊고 내 땅도 있으니 강제추방 당한다 해도 크게 염려하지 않습니다. 자식들 대학공부 가르칠 일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막노동판이라도 전전할 수 있는 나이거든요. 문제는 자기 땅이라고는 한 평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남의 땅에 임시로 지은 집들이어서 해마다 쌀 닷 말씩 집터 세를 주며 살고 있거든요. 이런 노인들을 대도시 사글세 보증금도 안 되는 보상금 몇 푼으로 어떻게 내쫓을 수 있습니까?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기로서니 골프도시 특별법이 내 집에서 살 기본적인 권리인 헌법보다 우선 할 순 없잖아요.”

심 위원장은 기업도시 특별법에 따른 토지강제수용의 문제와 이로 인해 농촌을 떠나야 하는, 가난하고 늙은 농민들의 암담한 상황을 한숨 쉬며 털어놓았다.

“달랑 집만 소유한 농가가 얼마나 되는데요.”
“서른 다섯 가호가 1년에 땅세로 쌀 닷 말씩 주는 집들이에요.”
“남의 땅을 소작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아닙니까?”
“전체 세대의 60% 정도가 소작농입니다. 자기 논밭이 없으니 지금 살고 있는 집만 보상을 받게 되는데 그 돈으로 도시에 나가 무얼 하지요? 전세는 꿈도 못 꿀 것이고 사글세로 나앉지 않겠어요. 바로 그 분들이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늙은 어른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무주골프장 기업도시 특별법은 토지강제수용도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아요. 다른 골프장은 땅주인이 달라는 대로 주고 매입해야 골프장 건설이 가능한데 기업도시 특별법은 땅을 강제 수용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많이 주려고 하겠습니까. 기업이 돈 벌려고 골프도시 만드는데 강제수용 당하는 주민들 입장을 헤아리기나 하겠습니까?”


245만평 규모의 국내 최대 골프장 건설







▲무주골프장 기업도시 조감도를 펼치며 망연자실해 있는 공동대표(심순보)와 덕곡대책위원장(박우근) ⓒ 최종수
트럭을 타고 골프장 예정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사과농사를 짓는 농민과 함께 골프장 예정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꼭대기 과수원집으로 향했다.

“저 집 사과가 롯데백화점에 납품을 해요. 목초액과 액비로 소독을 하고 유기농 거름을 하지요. 일반 사과는 한 상자에 5만원인데 무려 세 배가 비싼 15만원에 출하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해발 600∼700m 정도 되는데 병충해도 없고 해서 사과농사를 짓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한미FTA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친환경 농업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친환경인증을 받기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골프장 주변 5㎞이내 지역은 조사항목이 추가되고 더 엄격하게 조사를 합니다. 지금까지 골프장 주변마을에서 친환경인증을 받은 곳은 국내에 한 곳도 없고요.”

“그리고 54홀의 골프장이 들어오면 얼마나 위화감을 조성하겠습니까? 우리 농민들은 한 여름에도 뼈가 빠지게 논밭에서 일하는데, 유유자적하며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누가 농사를 짓고 싶겠어요.”

골프장이 주는 피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차는 산중턱에 이르렀다. 골프장 예정지인 245만 평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서민 아파트 5만 호에 20만 명이 살 수 있는 규모의 막대한 면적이라고 하니 그림조차 그려지지 않는다.

“두문리와 덕곡리는 보이는데 저쪽에 있는 대서피 마을은 보이지도 않아요. 전체 사과밭이 30만 평은 될 것입니다. 이제 노후까지 보장받을 수 있을 만큼 사과나무도 컸고 수확도 많이 나오는데 이곳을 버리고 어디 가서 다시 정착할 수 있겠습니까. 죽어도 못 나가지요.”

저수지의 물을 뺀 다음에 수달이 살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사과 과수원 3000평이 노후대책이라는 박우근씨. 박씨는 결코 과수원을 내줄 수 없다며 울먹였다. ⓒ 최종수
주민들은 무주군이 기업도치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을 우롱했다고 주장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들은 외부 손님을 만나자 그동안 삭혔던 분노를 일시에 터트렸다.

“기업도시라고 해서 우리는 기업이 들어오는 줄 알았지 골프장이 들어오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생각해 보세요. 공장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집 값 땅값이 널뛰듯이 뛰는데 누가 반대하겠어요.”

“지금까지 무주군은 주민들이 토론회를 열자고 해도 한 번도 응하지 않았어요. 이 달 30일로 예정된 공청회 전에 토론회를 열어서 의견수렴을 하자고 주민들이 제안을 했는데 일언지하 거절했어요. 주민들을 우습게 여기는 안하무인 적인 태도지요. 그러면서 어떻게 주민과 대화한다고 말할 수 있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발표할 수 있습니까?”

“더 가관인 것은 지난 6월과 9월에 토론회를 두 번 개최했는데 문화관광부에는 28회를 개최한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새빨간 거짓말을 무주군청에서 하고 있는 거지요.”

“우리는 지금 골프장 건설을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저희 마을들을 전통문화가 보존된 마을, 생태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마을로 복원하여 한국인과 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도시, 깨달음과 영감을 주는 생태문화도시(혹은 살아있는 생태박물관)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이것이 안성면을 살리고, 반딧불 청정 무주군을 살리는 길임을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반드시 대안농촌의 길을 열어갈 것입니다.”


잠시 자리를 옮겼다. 저수지 쪽으로 방향을 틀어 저수지를 끼고 도는 능선을 돌아서자 시원한 계곡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덕유산 국립공원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입장료가 없으니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인산인해입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골프장이 들어서면 전국에서 찾아오는 피서객들은 이 계곡에 발을 담글 수 없게 됩니다. 맑은 물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 계곡은 얼마 전만 해도 저수지와 함께 상수도 보호구역이었습니다. 그랬던 곳이 2005년도에 골프장을 건설한답시고 상수도보호구역을 해제해 버렸지요.”

“이 저수지는 천연기념물인 수달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 2005년 9월에 수달이 서식할 수 없도록 저수지의 물을 다 빼서 바닥이 드러났어요. 그렇게 빼서 수달이 살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다음 수달이 살지 않는다고 보고서를 올린 거지요. 근데 이상해요. 누가 저수지의 물을 뺐느냐고 물어보면 농업기반공사는 군에, 군은 농업기반공사에 떠넘기기만 하고 있습니다.”



800페이지 분량의 사업계획서 누가 보겠습니까?







▲기업도시특별법 반대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주민. ⓒ 무주기업도시반대공대위


무주군과 대한전선이 안성면 사무소에 마련한 골프장도시 사업 전시관에 들렀다. A4용지 800페이지 분량의 ‘무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구역지정 제안서 및 개발승인신청서’를 관람하는 주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군청직원과 대한전선 담당자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민선 무주공대위 사무국장(33)과 심순보 대책위원장이 대한전선 관계자에게 항의하듯이 질문을 던졌다.

“70∼80 되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계획서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제가 보아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저희들에게 먼저 설명해 주시지요.”(이민선)
“그 사업계획서에 자세히 나왔으니까 참고하시면 됩니다.”(대한전선)

“주민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대책을 마련 중입니까?”(이민선)
“이주대책도 그 사업계획서 안에 있습니다.”(대한전선)
“이 방대한 사업서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주민이 한가하게 앉아서 보고 있겠습니까? 말로 설명해 주시지요. 아파트를 마련해서 분양할 계획이라는데 누가 입주를 하겠습니까? 주택융자도 해 주겠다고 그러던데, 내 고향에 내 집 놔두고 누가 융자받아서 객지로 나가겠습니까?”(심순보)

“아파트 분양계획은 현실성이 없어서 공동농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대한전선)
“개인 농장도 운영하기 힘든 마당에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쉽지 않은 공동농장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이군요. 집만 달랑 있는 주민들이 어떻게 집을 짓고 땅도 살 수 있겠습니까?”(이민선)

“여기 수달이 살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사업계획서에 제출하셨는데 제가 2년 전 화장실을 가다가 수달을 보고 친구들을 불러내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적 있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저수지의 물을 뺀 이후로 수달이 사라졌다는 건가요?”(이민선)


덕유산 물은 산 하나를 넘어 용담댐으로 흐른다. 전주시와 대전시의 상수원이며 새만금 지역까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용담댐 물은 다시 대청댐으로 흐른다. 골프장 개발로 인해 그 물길들이 끊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최대규모의 골프장에서 살포되는 농약으로 인해 식수원의 오염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심명보 위원장은 이렇게 주장하며 무주군청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천연기념물(제330호)을 보호해야 할 군청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골프장건설을 위해 수달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환경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닙니까? 그러한 권한이 누구에게 있습니까?

덕유산의 맑은 물은 산 하나를 넘어 용담댐으로 흐르고 용담댐 물은 다시 대청댐으로 흐릅니다. 전주시와 대전시의 상수원이며 새만금 지역까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개발로 인해 그 물길들이 끊기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국내최대 골프장이 되면 국내최대 농약살포장이 될 텐데 이곳에서 흘러간 오염된 물을 누가 마시겠습니까?”








▲소나무 한 그루도 오래 살면 보호수가 되는데, 수 천 년 터를 잡고 살아온 고향을 누가 송두리째 뽑으려 하는가. 산허리를 자른 임로에서 골프도시 예정지를 내려다보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최종수







-필자주...이 글은 20일 오전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 송고됐습니다.




2006-11-20 15:06:19 최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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