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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또 분신, 요구는 “노조 인정, 단체교섭 체결”


정해진 열사와 같은 요구, "서울우유 사측 노조 가입하면 전출에 부당한 계약서까지"



이꽃맘 기자 iliberty@jinbo.net / 2007년10월31일 13시03분


정해진 열사 사망 5일째, 같은 요구로 서울우유지회 조합원 분신

정해진 열사가 분신, 사망한 지 5일 째. 노동자가 또 몸에 불을 붙였다.

요구는 같은 것이었다.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교섭을 맺자”

그들은 지난 15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공공운수연맹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서울우유지회 조합원 고 모, 박 모 씨 이다. 현재 고 모 씨는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박 모 씨는 방화혐의로 연행되어 안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고 모 조합원이 치료를 받고 있는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교섭을 맺자는 것 뿐이었다”라고 전했다. 노동자면 누구나 가져야 할 노동3권. 그 중 단결할 권리를 요구했던 것이다.

병원 앞에서 초조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장규호 서울우유지회 조합원은 분신한 조합원을 “열성적으로 파업에 참가했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그리고 “사측의 회유, 협박으로 인해 많은 조합원들이 파업을 중단하고 복귀하자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서울우유지회의 파업이 보름을 넘어가자 사측은 집에까지 전화를 걸어 “왜 다른 사람들은 복귀하는데 복귀 안 하는가”라고 복귀를 종용했으며,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동료들을 회유하라고 하고, 손배가압류 등을 하겠다고 하는 등 압박을 가해 파업 중인 조합원들이 많이 흔들리기도 한 상황이었다.

서울우유 사측, “노조 가입 이유로 무연고지 전출에 불이익 감수 각서까지 요구”

서울우유지회 조합원들은 서울우유에서 유제품 및 원유를 배송하는 운송노동자들이다.

그간 서울우유 사측은 이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들에게 많은 불이익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화물연대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무연고지로 전출을 감행하고 새로이 계약을 맺을시 사측에 반하는 단체에 가입할 경우 불이익 처분을 감수한다는 각서를 받고 공증까지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노골적으로 과적을 강요하고 운행시간과 운행거리를 대폭 증가시키는 등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우유지회는 노조 인정과 단체협상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것. 파업 이후에는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분열시키려 이미 지급해야 할 운송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어 파업에 나선 조합원들을 아예 고사시키려 했다”고 화물연대는 전했다.

장규호 서울우유지회 조합원은 “우리 요구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사측은 묵묵부답이다”라고 답답해했다. 서울우유지회 조합원들은 오늘(31일) 오후 3시부터 안산에 있는 서울우유 3공장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서울우유를 비롯한 충북강원지부의 CJ GLS 투쟁, 부산/경남지부의 SK에너지 투쟁, 제주지회 대한통운 투쟁 등 모두 화물연대를 부정하고 부당한 계약조건과 각서를 강요하는 등 화물연대와는 일체 대화를 거부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라며 “고 모 동지가 목숨으로 지키고자 했던 인간에 대한 존엄과 화물연대 네 글자는 화물연대 전 조합원의 요구와도 일치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물연대는 “조합원을 분신으로 몰고 간 서울우유협동조합 사측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조합원들의 요구를 전면 수용해 장기화 되고 있는 조합원들의 파업투쟁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우유지회는 냉장 보관해야 할 제품을 일반 트럭에 실어보는 등 사측의 불법행위를 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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