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 의료법, 비정규직 확산법 등 IMF이후 한국을 몰아치는 신자유주의적 변화는 이제 공동체의 기본적 권리였던 교육, 의료마저 돈벌이의 대상으로 취급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는 800만을 넘었으며, ‘국제경쟁력’을 외치면서 무한대의 경쟁을 해야 하며, 경쟁에서 낙오되면 인간취급도 못 받는 시대입니다. 젊은 대학생들은 피를 말리는 대입경쟁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으나, 졸업하면 또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양극화의 사회 속에 발 딛게 될 처지에 놓입니다. 보건의료학생들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 흐름은 또한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건강할 권리, 아프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고용 불안과 강화되는 노동 강도 속에서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근골격계 질환은 늘어만 가고 이에 대한 복지는 후퇴하고 있습니다. 여성, HIV/AIDS 감염인, 이주노동자, 쪽방 거주민, 노숙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은 편견에 의한 일상적 폭력,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은 아픔이 만들어지는 현장이며, 이들의 저항이 건강하기 위한 ‘사회적 치료’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고민들을 함께 해 보고 구체적 실천에 참여함으로써 민중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해 지난 여름 4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6박 7일이라는 기간 동안 머리로는 우리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는 신자유주의를, 가슴으로는 구체적 현장의 열기를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그 곳에서 아픔마저도 평등하지 않는 사회의 부조리를 목격한 <매듭>의 구성원들은 이후에도 4개의 지역모임을 조직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긴긴 여름도 가고 쌀쌀했던 가을도 이제 끝나려 하고 있지만 모든 이가 건강할 권리를 가지는 그 날까지 <매듭>의 활동은 끝나지 않습니다.
<매듭겨울캠프>은 <매듭>의 모든 지역 모임, 모든 구성원이 함께 모이는 자리입니다. 가을과 겨울 동안의 각자의 활동과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려고 합니다. 또한 학습을 통해 앞으로의 활동을 뒷받침하고 방향을 제시하려 합니다. 긴 기간은 아니지만 우리의 내실을 다져서 여름현장활동의 결의를 이어나가려 합니다.
<매듭겨울캠프>은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만 겨울이 오기 전부터 조금씩 준비해야 할 기획단이 필요합니다. 기획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여러분이 꿈꾸는 겨울캠프로 만들 수 있습니다. 기획이나 참여의 기회는 건강할 권리를 고민하는 모든 간호대, 약대, 의대, 치대, 한의대 등 보건의료계열 학생들 뿐 아니라 보건의료에 관심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만물이 생기를 잃고 활동을 멈추는 겨울이지만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여전히 거셉니다. <매듭겨울캠프(가칭)>가 이 흐름을 막아내진 못해도 아수라장 속에서 길을 밝혀주는 빛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08 매듭 겨울캠프는 이런 주제로 꾸며집니다.
앓고 있으면서도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에게 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미련하게 버티지 말고.” 그러나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계약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을 하루 쉬고 병원에 갈 수 있을까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가 아프다고 병원에 갈 수 있나요? 인권은 헌신짝 버리듯이 내팽겨 쳐버린 병원에 HIV 감염인이 마음 놓고 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병원에 가면 잘 치료해 줄까요? 이미 의료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병원에서는 아파서 온 환자에게서 어떻게 돈을 뜯어낼까 고민합니다. 말도 못하게 비싼 본인부담금 때문에 서민들 허리는 휘청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아파서 일을 못해 빈곤해진 의료급여 환자에게 정부는 도덕적 해이 들먹이면서 얼마 되지 않는 보조금마저 빼앗아 가버립니다.
애당초 아프기는 왜 아픈 걸까요? 수많은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아파합니다. 고용주 측은 강화된 노동 강도와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이라는 말 대신 노동자 탓을 합니다. 우리는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30년이 넘었는데도 각종 산업 재해들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살고 있습니다. 산업 재해에 대비해서 산재보험이라는 게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명명백백히 산업 재해라고 판정이 나도 근로복지공단은 막무가내로 산재승인을 거부합니다.
노동자, 농민, 빈민 등 이른바 ‘못사는 사람들’에게 있어 ‘건강할 권리’란 손도 안 닿는 곳에 매달린 포도송이에 불과합니다. 그들을 점점 더 가난하게 만드는 일련의 흐름들을 일컫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신자유주의>입니다. 고용 유연화를 외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을 마구 해고합니다. 누진세 비율을 낮추고 감세 정책을 써서 부자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복지는 나몰라라 합니다. 각종 공기업을 민영화시키고 항상 자본가의 입장에서 노동자들을 공격합니다. 병원을 영리법인화시키고 의료에 본격적인 시장경제를 도입해 상업화시킵니다.
이런 신자유주의의 흐름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이미 자본은 태어날 때부터 전 세계를 활동무대로 삼았듯이, 신자유주의 역시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할 것 없이 모조리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이미 한미FTA와 의료시장화 ∙ 의료개방이라는 첨병을 앞세워 한국에도 그 손길을 뻗치고 있습니다. 이미 IMF 이후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거세어졌지만 한미FTA 체결과 의료시장화 이후의 한국은 신자유주의 홍수 속에서 수많은 노동자, 빈민들이 익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매듭겨울캠프의 주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보건의료>로 잡았습니다. 비록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신자유주의 질서 아래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 건강할 권리를 빼앗겨버린 현실을 똑똑히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가능하면 그 안에서 보건의료노동자가 될 자신이 나아갈 길도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매듭겨울캠프 기조
1. 민중 건강이 일상적으로 침해당하는 현실을 경험하고, 현 시기 진행되는 건강권 쟁취 투쟁에 연대한다.
1-1.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노동자, 이주노동자, 정규직 남성 노동자들이 노동하기 위해 아파야 하는 현실을 이해하고 자본과 노동이 충돌하는 현장을 직접 경험한다.
1-2. 환자에 대한 치료와 개별적 작업환경의 개선만으로 노동자가 건강하게 노동할 수 없으며, 자본의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가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1-3. 빈곤이 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 빈곤해진 사람이 건강권을 침해당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투쟁에 연대한다.
2. 여성주의적 활동을 수행한다.
2-1. 여성주의적, 반권위주의적 가치는 일상의 관계에서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2-2. 여성주의적, 반권위주의적인 내부규약을 함께 논의하여 정하고, 준수한다.
2-3. 성평등한 현장활동을 만들기 위해 현장과 소통한다.
3. 적극적인 토론과 소통을 통해 민중건강권을 위한 실천을 함께 한다.
3-1. 토론과 활동을 통해 보건의료학생으로서 민중의 건강권에 대한 고민을 정리, 심화,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다.
3-2. 의료 공공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이 위협받고 있는 사회 문제들을 학생사회에 알리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을 계획한다.
2008년 매듭겨울캠프는 이렇게 만들려고 합니다.
○ 참가대상
- 보건의료계열 학생이라면 누구나 환영
- 건강권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보건의료계열 학생이 아니라도 환영
- 폐쇄적인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연,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고 싶은 사람!
-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분노하고 슬퍼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은 추천 준비물
○ 일정
- 2008년 1월 11~ 1월 13일 2박 3일
- 평택시무봉산수련원(www.moobong.or.kr)
-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보건의료’와 관련된 강연/토론/세미나를 진행할 예정
- 민중 건강권을 위협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매듭겨울캠프 이후에 함께 할 행동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
- 매듬겨울캠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며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
- 뒤풀이 있음!!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14 | [이주탄압분쇄비대위]이주노동자 탄압에 저항하는 1월 셋째주 투쟁일정 | 이주농성단 | 2008.01.14 | 347 |
813 | 전쟁이 불러온 외상. [1] | 전쟁반대 | 2008.01.14 | 339 |
812 | 감동받은 기사...ㅠㅠ | 조제 | 2008.01.14 | 278 |
811 | 안녕하세요 [1] | 김윤경 | 2008.01.13 | 301 |
810 | 4년전. 여성성을 주제로 쓴 글... | 피그 | 2008.01.13 | 328 |
809 | 안녕하세요 [1] | 김윤경~~ | 2008.01.12 | 493 |
808 | 현재 등록금 협상이 진행중입니다. | 질라라비 | 2008.01.11 | 317 |
807 | 이것도 시가 될까 / 은종복 [1] | 청 | 2008.01.11 | 300 |
806 | [1/15,100차 반미연대 집회]'2008년을, 주한미군 없는 평화협정 체결의 해로 만들자!' 신년 반미연대 집회 | 평통사 | 2008.01.10 | 358 |
805 | 바보야, 경제 다가 아냐! | 장동만 | 2008.01.10 | 265 |
804 | 전북시설인권연대 정기총회 안내 | 전북시설인권연대 | 2008.01.09 | 500 |
803 | 오후 세시의 어떤 풍경 - 지식채널E [1] | 청 | 2008.01.06 | 579 |
802 | [펌] 진보정당운동의 위기와 변혁적 정당운동의 전망 토론회 / 1.18 [1] | 청 | 2008.01.04 | 872 |
801 | ★전국대학생대회★로 초대합니다! | 전국학생행진(건) | 2008.01.04 | 606 |
800 | [보고]전북시설인권연대 웹소식지 | 전북시설인권연대 | 2008.01.03 | 356 |
799 | Stop Crack Down New Year!! | 이주농성장 | 2008.01.01 | 968 |
798 | 개정안주요 내용. | 뱅 | 2007.12.29 | 505 |
797 | 12월 29일 토요일 이주노조 후원문화제에 함께 합시다 | 이주노조 | 2007.12.29 | 321 |
» | [제안] 매듭 겨울 캠프 | 매듭 | 2007.12.28 | 317 |
795 | 너무나 포근하고 한편 아름다웠던 오늘 투쟁.. [1] | 두유 | 2007.12.27 | 3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