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이다. 한나라당은 경부운하를 총선 공약에서 빼 버렸지만, 정부는 몰래 대운하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말았다. 건교부의 보고서가 확인되었고, 이른바 ‘대운하 추진단’은 없었다고 정부는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
반대여론을 의식한 표면적 철회는 분명 우스운 일이다. 대선 주요공약을 4개월 뒤 총선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헌신짝처럼 내던졌으니 얼마나 수준낮은 정치인가. 그런데 비밀리에 그것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한국 토목공사의 뿌리깊은 커넥션의 추잡한 향기까지 느끼게 되어 우습다 못해 우울해진다.
올 초 대구시청은 대운하관련 홍보물을 배포하고 설명회를 여는 등, 여론을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충주를 비롯해 대운하가 지나가는 곳이면 어김없이 그런 여론형성이 시도되었다. 강가에 땅을 갖고 있는 지역의 토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자금을 대면서 매번 국책공사의 대상이 되는 엄청난 혜택을 보아 왔던 ‘지역의 왕’들은 웅크리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림1> 대구시에서 발행한 재래시장 상품권. 한반도대운하 대구터미널을 도안으로 그려놓고 있다.
작게는 도로부터 크게는 새만금과 같은 사업에 이르기까지 지자체와 토호의 찰떡궁합은 결코 저지할 수 없는 벽이었다. 토호들은 지역에서 막강한 여론형성층이며, 온갖 방식으로 주민들을 구워삶는다. 지자체는 지역발전 이데올로기를 계속해서 주입하며 지원 사격한다. 이렇게 되면 전국민적 여론이 높아져도 수만명이 먼 길을 와서 공사예정지에 드러눕지 않는 한 저지할 방법이 없게 된다.
대운하의 수많은 문제점들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명백해졌다. 표라면 물불 안가리는 한나라당은 대운하를 살짝 가리고, 이해관계에 유착되어버린 정부가 몰래 대운하를 준비하는 모습은 한 편의 코메디다. 대운하 계획을 완전히 파기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자!
2008.3. 31
대학생사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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