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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 투쟁 1000일이 남긴 과제

설영 2008.06.14 05:07 조회 수 : 301


오는 5월 19일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1000일을 맞는다.



기륭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에 맞서 2005년 7월 노조를 설립하고 8월 투쟁을 시작해 1000일이 지나는 동안 투쟁을 벌였다. 공장점거, 단식, 삭발, 고공농성, 3보 1배 등 ‘죽는 것 말고는 안 해본 것이 없다’는 말 그대로 절박한 투쟁. 또 여성 비정규직 4사 공동투쟁, 3.8 여성의 날 투쟁 등 사업장을 넘어서는 연대, 투쟁의 확장을 기획/추진하면서 불법파견이 만연한 구로지역 노동자, 나아가 이 땅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짊어지는 투쟁을 만들어왔다. 그동안 기륭전자 사측은 거대한 자금을 동원해 노조를 탄압하는 한편, 공장 이전과 회사 매각 등을 통해 돈벌이에 나섰다. 1000일 사이 회사의 소유주가 3번 바뀌었고, 현재는 중국 공장 건설 이후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되고 있다. 이렇게 투쟁의 해결책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다해 싸워 온 기륭투쟁 1000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1980년대 중후반 이후 남한사회 산업구조의 변화로 여성 생산직 노동자의 비율은 감소하였고 현재 여성 노동자는 주로 서비스업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편이다. 하지만 제조업에도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2006년과 2007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산업별 여성노동자의 수를 보면, 제조업에서 2007년 1,344,000명(전체 9,826,000명) 2006년 1,372,000명(전체 9,706,000명)으로 전체의 13%~15% 정도의 비율이다. 특히 섬유의복 산업, 조립금속 등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수출중심의 경공업에서 여성노동자가 밀집해 있었다면, 현재는 핸드폰, 네비게이션,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전자통신 조립업에 대규모로 분포되어 있다. 산업구조가 변하고 공장들이 많이 이전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제조업 분야나 새로 개척되는 분야들에서는 계속해서 미숙련, 저임금의 여성인력을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파견, 시간제 노동자로 특별히 숙련된 노동이 요구되지 않는 단순 업무에 배치되고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있다. 그런데 중소제조업 사업장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상황은 아직 많이 알려지고 있지 못하다. 관련한 연구나 통계자료도 마땅치 않으며, 투쟁으로 부각된 경우에도 기륭과 같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생계를 위해 노동해야 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는 중년 여성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 제조업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 은폐되어 있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저임금 구조, 건강권의 문제 등으로 드러난다. 기륭전자뿐만 아니라 하이텍 알씨디 코리아, 엔텍, 콜텍 등의 사례가 이를 보여주며, 중소 제조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이 이러한 조건에 놓여있다.



기륭은 지난 1000일 간의 강도 높은 투쟁을 통해 은폐되어 있었던 중소 제조업 여성노동자의 실태에 주목하게 하고, 구로지역의 중소 제조업 사업장에서 계속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지역에서의 쟁점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우리의 정보와 분석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고민을 진척시키지 못한다면 상시적인 고용불안, 잦은 직장 이동, 폭발적인 연대의 어려움, 그리고 공장 이전 등의 조건 속에서 이 같은 투쟁은 계속 같은 곳에서 가로막히게 된다. 기륭 노동자들의 1000일간의 투쟁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있어 제기하는 과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소제조업 여성노동자의 현황과 문제’를 살펴보고 진정 기륭 투쟁이 승리하기 위한 전망을 밝혀가는 실천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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