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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공동행동 2009.05.04 02:16 조회 수 : 410


대한통운 광주지부 택배노동자 78명이 일방적으로 해고되어 50일 가까이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물류센터가 있는 대전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었고 고 박종태 열사는 지회장으로서 싸움을 이끌어 나가던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박종태 열사는 4월 29일 잠적한 뒤, 4월 30일 금호자본의 탄압을 비판하며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바치겠다는 내용의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셨고, 5월 3일 대전의 야산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습니다.
열사를 비롯해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회사에 요구한 것은 회사가 지난해에 합의했던 단체협약을 이행하라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였습니다. 이 단체협약은 물류 배달 한 건수로 수수료를 920원에서 30원을 인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 돈을 아끼려고 협약을 깨트렸고 이에 맞서 저항하는 78명의 노동자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금호자본에게는 건당 30원, 한 달에 10만원 정도 되는 돈이 사람 목숨 보다 훨씬 중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건당 30원, 그 까짓게 얼마나 된다고 그것 때문에 이렇게 싸우고 목숨까지 던지느냐고. 하지만 그 30원을 포기하고 순응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30원 때문에 다른 누군가는 목숨을 던져야 하는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이 노동자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로 느껴지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묻겠습니다. 이글을 읽는 분 중 자신이 택배노동자가 되지 않을 거라 자신하실 수 있는 분들이 있습니까? 경제위기가 심해질 수록 일자리는 줄어가고,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불안정한 일자리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택배노동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학습지 회사, 건전지 공장, 자동차 공장, 기타 공장, 병원 - 모두 지금 이대로는 못살겠다며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는 사업장입니다. 여러분 들은 이곳을 비껴갈 수 있습니까?

함께 싸워야 합니다.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싸움이 단지 그들만의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우리들 자신의 싸움입니다. 함께 싸우지 않는다면 이러한 죽음은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이야기 하겠습니다. 함께 싸우지 않는 바로 당신이, 이 노동자를 죽인 것이라고.

오는 5월 18일은 광주민중항쟁이 29주년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노동자-학생 들은 5월 16일~17일 광주에 순례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518이 관례적인 기념행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 때 싸웠던 분들의 뜻을 이어 받아 80년 5월 18일을 지금 광주에 다시 살려놓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그리고 2009년에 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바로 이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가볍게 광주에 다녀오지 않을 것입니다. 열사의 염원을 이어받아 산자의 몫을 하러 가겠습니다. 저희와 광주에 함께 갑시다.

아래는 박종태 열사가 돌아가시기 전(4월 30일)에 남긴 마지막 글 전문과, 그에 대한 부인의 댓글입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지역당의 아성을 깨고 승리한 것은 당원 동지들의 승리입니다.또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시도민이 민주노동당을 지켜보고 있음을, 민주노동당이 제발 더 노력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겠습니다.
대한통운이 아니 금호자본이 화물연대라는 조직을 깨기 위해 드러나게 탄압한 지 43일째입니다. 물론 이명박정권의 재벌키우기와 노동조합 말살정책이 뒷배경이긴 하겠으나 공권력의 잔인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노동조합이 깨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수렁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대전에서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힘겹고 외롭게 투쟁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노동조합은 튼튼한 조직대중이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 남았을 때 가능할 것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속에 희망은 보이지 않고, 갈수록 조직대오는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가정을 이어갈 수 없는 경제적 고통과 타지역에서 투쟁하는 소외감, 외로움은 물론 강한 투쟁을 하고자 하나 우리의 약점이 많아 맘껏 대응하지 못하는 무기력감까지...이런 상황에서 자본은 대화와 교섭을 더욱더 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선거가 끝났습니다. 힘을 모아주셔야 합니다. 조직을 사수해야 합니다.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지만, 현재 적들은 죽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니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죽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또한, 화물연대본부는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큰 희생을 보아야 할런지..

조직을 사수할 수 있다면,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면 바쳐야지요. 무엇이든지..
산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 지 동지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을 지켜주시고, 길거리로 내몰린 동지들이 정정당당하게 회사에 들어가 우렁찬 목소리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동지들을 믿습니다.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올림

<2009년 4월 30일 오후 박종태 동지 부인이 올린 댓글입니다.>
여보!
우리보다 힘들지만 끝까지 싸워서 승리하는 동지들이 있잖아
기륭도 벌써 3년이 넘었지만 계속 싸우고 있고 민하아빠도 두달이 되어가도록 그 좁은 곳에서 추위와 더위와 싸우고 있고 그렇게 싸울 수 있는 힘은 그들이 특별해서, 잘나고 똑똑해서가 아니라 언제든지 안아줄 수 있는 가족이 있고 동지들이 있어서라는걸 잘 알잖아
여보!
당신곁에도 동지들이 있고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혜주와 정하가 있잖아
너무 힘들어서 잠시 어딘가에서 스스로 다짐을 하고 있을거라고 믿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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