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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박종태 열사의 유서입니다...

멍청이 2009.05.06 02:07 조회 수 : 405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적들이 투쟁의 제단에 재물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동지들을 희생시킬 수 없었습니다. 동지들을 잃을 수 없었습니다.

저의 육신이 비록 여러분과 함께 있진 않지만, 저의 죽음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큰 나라를 반토막내서 배부르고 등 따신 놈들 미국과 극우보수 꼴통들이 이번 참에 아예 지네들 세상으로 바꿔 버릴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는 실종된 지 오래됐고,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거나 고분고분 노예로 살라고 합니다.

그 속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안락만을 위해서 투쟁할 것이 아니라 통큰 목적을 가지고 한발 한발 전진하기 위해 손을 잡고 힘을 모으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생존권, 민중의 피폐한 삶은 사상과 정견을 떠나서 무조건 지켜져야 하고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민중은 이론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최소한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힘 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보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입니다.

눈을 감으면 깜깜할 겁니다. 어떻게 승리하는지 저는 보지 못할겁니다. 그것이 아쉽고 억울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 이런 식의 선택을 해야 되는지, 그래야 한 발짝이라도 전진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속상하고 분합니다.

이름을 거론하자니 너무나 많은 동지들이 떠오릅니다.
저를 이만큼 건강한 간부로 활동가로 있게 해 준 소중한 분들. 저를 믿고 따라 준 형님, 동생, 친구들. 이 의미있는 투쟁, 힘겨운 투쟁에 끝까지 남아 준 동지들 모두가 저에겐 희망이었습니다.
광주라는 곳도 사랑합니다.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행복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길 빕니다.

복잡합니다. 동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그 속에 저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올림.

 

 

1. 사랑하는 친구 OO에게

당신은 내 친구였어. 동갑내기 친구가 아니라 내가 아플때 어렵게 투쟁할 때... 길을 잘 못가거나 힘들어 할 때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언제나 내 곁에 있었던 소중한 친구 말야.

잘나지도 못한 나에게 당신은 항상 힘이 되고 의지할 등받이였어. 못 먹고 못 입고 맘 편히 나들이 한번 못가는 재미없는... 10년 결혼생활 견뎌줘서 고맙고 미안해. 어찌보면 응석받이라 해도 탓하지 못할 만큼 당신 앞에선 왜 이리 작아 보이든지. 그래서 당신 앞에서 오기 피우고 자존심을 세웠던 거 같네.

항상 미안하다고 하면서 또 미안하다고 해야 할 거 같애. 내 삶이 여기까지 인가봐. 아니 사랑하는 당신과 어여쁜 혜주 정하와의 인연이 여기까지 인가보네. 쉼 없이 걸어왔던 노동운동도,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희망을 만들기 위해 동지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과 인연도 여기까지 인가보네.

이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나를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 잘 놀아주지도 못해 아빠가 안들어 오는게 좋다며 장모님을 더 찾는 정하가 아예 아빠를 영영 잊어버릴까 두려워.

여보 이제 가야 돼. 앞뒤 안 맞는 글 몇자로 엄청난 일을 설명할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십수년동안 이해해주려 살았듯이 마지막 나의 선택도 받아 줬으면 하네.

사랑하는 OO씨. 그럼 안녕.
못난 남편. 어린 친구 종태가.

2. 몇시나 됐을까?

닭발에 소주 한잔 마시는데 온 몸이 부르르 떨려 내가 살아온 날들 중에 좋은 것은 생각안나고 나쁘게 산것만 떠올라. 정말 미치겠다.

낮에 계족산에 갔었어. 맘 먹고 올라 갔는데 당신한테 말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종이하고 볼펜 가지러 다시 내려왔어. 경찰한테 힘없이 밀리는 동지들을 지켜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더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보니 박종태 별거 아닌데도 지켜보는 조합원들 보니 여보 미안해. 사랑해. 자기가 세상의 최고야.

죽음의 문턱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당신은 나의 생애 최고의 여자요 친구였어. 박종태를 못난 남편을 빨리 잊어. 아빠가 없어 심심하다는 예쁜 혜주가 학교에서 기죽고 살지나 않을까 두려워. 항상 어머니 이상으로 미운 동생 뒷바라지 했던 누님이 쓰러지지 않을까. 큰형과 형수님이 나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쩔까 걱정돼서 두려워.

하찮은 존재인 나의 죽음이 결국 수천만 중의 한사람으로 취급되면 안되는데... 여보 하지만 짧은 생각에 아니 착각인지 몰라도 본부와 동지들이 이번 싸움에 개입하고 힘을 모을거라 믿어.

말이 막히네 원래 내가 말 주변이 없잖아 그런건 당신이 잘 아는데 그치? 전화하면 항상 말문이 막히는 건 나고 당신이 계속 얘기하던 거 알지? 그건 그만큼 당신이 나에 대해서 관심갖고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일거야.

내 좋은 점 보았다면 잊지 말고 간직해 줘. 혜주 정하가 눈에 밟혀. 뭐라고 얘기하지? 정하야 혜주야 아빠가 없더라도 기죽지 말고 엄마가 울지 않게 늘 엄마 곁에 있어야 된다. 엄마가 건강도 좋지 않은데 힘들지 않게 엄마 보살펴 줘야 된다. 항상 그랬지만 혜주하고 정하는 든든한 내 아이들이자 친구야.

2시 45분이네. 내가 맘을 잘 먹은건가는 정말 내가 죽어서 조직이 지켜지고 쫓겨난 조합원들이 눈치 안보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조합을 잘 간수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겠지?

본부가 나를 일개 조합원으로만 보지 않고 최선두에서 나서겠지? 그래 그럴거야 고민만할까(?) 눈물이 나. 하고 싶은거 많은데... 애들한테 말하고 싶은거 진짜 많은데

시골에서 살고 싶었어. 나 진짜 농장하고 싶었거든 당신은 아닌데 나는 그랬어 평온해. 이제 안쓸거야 하고 싶은 말이 막 생각나도 참을께. 해봐야 소용없으니까. 당신 우리 애들 생각도 육체도 건강하게 키워줘 할 수 있을거야. 난 믿어.

주문 오는 손님들한테 보낼 닭발 열심히 굽고 있는 부부가 짠하면서도 부러워.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견디면서 살아가는게 무척 힘들고 어려워. 동지들한테도 후대에 이런 사회 만들지 않게 가노라한다고(?) 당신이 알려줘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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