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취업자격시험’…취업 기관화 논란
2007년 11월 30일(금) 0:37 [경향신문]
정부는 대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생 직업기초능력 진단평가제도’를 2009년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졸업생이 기업의 요구에 맞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평가해 신입사원 선발자료로 활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졸자 대상의 ‘취업자격인정시험’인 셈이다. 노동부 산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9일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제도 도입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이 방안이 시행되면 대학이 학문연구의 상아탑이 아니라 취업준비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인문학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대학생 직업기초능력 진단평가제는=진단평가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직업 기초능력의 유무를 따진다. 의사소통, 자원·정보·기술의 처리 및 활용, 종합적 사고력, 글로벌 역량, 대인관계 및 협력, 자기관리 등이 6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2009년 시범도입 단계에서 온라인 평가지만, 수요가 늘면 지필고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관단체는 미정이다.
직능원측은 이같은 평가제도를 통해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들은 대졸자를 뽑아도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없어 재교육시키는 데 드는 비용에 불만이 많았다.
채창균 직능원 연구위원은 “개별 학생 응시형태로 시작해 궁극적으로 대학별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대학교육이 주입식이 아닌 창의력 및 문제해결능력 배양을 위주로 이뤄진다면 따로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능원의 설문조사 결과 122개 4년제대학의 61.7%, 240개기업 69.6%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채위원은 “평가는 개별학생별로 하되 대학별 정보가 모이면 미국의 CLA처럼 대학평가의 잣대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CLA는 졸업생의 사고력, 작문능력 등을 에세이로 측정해 대학의 교육력과 부가가치를 평가한다.
◇대학의 취업준비기관화 우려=진단평가가 도입되면 대학의 ‘취업기관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잖아도 대학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학점관리와 영어공부, 자격증 취득 등 학문연구보다 취업에 몰두하는 대학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비판적 지적이 많은 터였다.
고교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된 것처럼 대학이 취업시험에 종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지금도 산업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학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균관대의 ‘3품제’, 고려대의 ‘영어성적 졸업인증제’, 숙명여대의 ‘교내영어테스트 통과’ 등이 그런 제도다. 하지만 이는 졸업요건을 강화하는 정도이지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커리큘럼이 바뀌는 수준은 아니었다. 성균관대생 박은혜씨(25)는 “취업 준비여부를 떠나 사회봉사, 영어성적, 정보통신 자격 정도는 기본소양이라 별로 높은 졸업기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국대 박부권 교수(교육학)는 “모든 대학이 기업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는 것은 획일적 발상”이라며 “인문·사회과학 같이 세상의 큰 틀을 탐구하는 학과까지 자칫 기업의 요구에 따라 휩쓸려 ‘인문학의 낭떠러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민영·김다슬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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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생이 기업의 요구에 맞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평가해 신입사원 선발자료로 활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졸자 대상의 ‘취업자격인정시험’인 셈이다. 노동부 산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9일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제도 도입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이 방안이 시행되면 대학이 학문연구의 상아탑이 아니라 취업준비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인문학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대학생 직업기초능력 진단평가제는=진단평가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직업 기초능력의 유무를 따진다. 의사소통, 자원·정보·기술의 처리 및 활용, 종합적 사고력, 글로벌 역량, 대인관계 및 협력, 자기관리 등이 6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2009년 시범도입 단계에서 온라인 평가지만, 수요가 늘면 지필고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관단체는 미정이다.
직능원측은 이같은 평가제도를 통해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들은 대졸자를 뽑아도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없어 재교육시키는 데 드는 비용에 불만이 많았다.
채창균 직능원 연구위원은 “개별 학생 응시형태로 시작해 궁극적으로 대학별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대학교육이 주입식이 아닌 창의력 및 문제해결능력 배양을 위주로 이뤄진다면 따로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능원의 설문조사 결과 122개 4년제대학의 61.7%, 240개기업 69.6%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채위원은 “평가는 개별학생별로 하되 대학별 정보가 모이면 미국의 CLA처럼 대학평가의 잣대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CLA는 졸업생의 사고력, 작문능력 등을 에세이로 측정해 대학의 교육력과 부가가치를 평가한다.
◇대학의 취업준비기관화 우려=진단평가가 도입되면 대학의 ‘취업기관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잖아도 대학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학점관리와 영어공부, 자격증 취득 등 학문연구보다 취업에 몰두하는 대학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비판적 지적이 많은 터였다.
고교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된 것처럼 대학이 취업시험에 종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지금도 산업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학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균관대의 ‘3품제’, 고려대의 ‘영어성적 졸업인증제’, 숙명여대의 ‘교내영어테스트 통과’ 등이 그런 제도다. 하지만 이는 졸업요건을 강화하는 정도이지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커리큘럼이 바뀌는 수준은 아니었다. 성균관대생 박은혜씨(25)는 “취업 준비여부를 떠나 사회봉사, 영어성적, 정보통신 자격 정도는 기본소양이라 별로 높은 졸업기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국대 박부권 교수(교육학)는 “모든 대학이 기업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는 것은 획일적 발상”이라며 “인문·사회과학 같이 세상의 큰 틀을 탐구하는 학과까지 자칫 기업의 요구에 따라 휩쓸려 ‘인문학의 낭떠러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민영·김다슬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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