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동체인 서울 마포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성미산에 나무를 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성미산마을 주민들에게 생태공동체는 미래나 이상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겪는 현실이 되어 있다.
주민 유창복씨(45)는 96년 7살이던 아들을 위해 경기 안산에서 마포로 이사왔다. “당시 유치원에서 너무 인지교육을 하는 게 싫었습니다. 놀면서 클 곳이 없을까 고민했지요. 흙도 만지며 사람 냄새 나는 자연친화적인 어린이집을 찾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아이들은 해만 뜨면 성미산에 올라가 놀았다. 마을 시장 작은 점포의 할머니가 주는 사탕도 받아먹으며 마을이 하나의 공동체임을 배운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먹는 것은 유기농 재료이다.
유씨는 “가장 좋은 것은 교사와 부모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부모님들이 출자해 만든 조합형 유치원이었던 까닭에 부모 참여가 전제조건이었다. 그는 “사실 아이 때문에 갔다가 어른들이 좋아져 살게 됐다”며 웃었다.
아이들은 ‘동네꿈터’로 이름 지어진 공간에서 택견을 배운다. 아빠들은 아이들을 위해 수학공부방을 운영한다. 유씨는 “일반 학원은 아이들을 돈으로 보는데 이곳은 사람으로 봅니다”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과도한 사교육을 협동방식으로 푸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유씨네는 먹거리를 생협에서 다 해결한다. 반찬은 ‘동네부엌’이라는 생협 반찬 가게에서 산다. 여름철 아이들의 아이스크림도 ‘그늘나무’라는 녹색가게에서 사먹는다. 자동차가 고장 나면 믿음이 가는 협동조합형 카센터 ‘차병원’에 맡긴다.
마포두레생협의 구교선 사무총장도 97년 공동육아로 아들 둘을 성미산에서 키우면서 마포 공동체에 매료됐다. 한 아이는 여전히 12년제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에 다닌다. 그는 뜻있는 회원들과 음식물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해주는 지렁이가 든 화분도 함께 장만했다.
구씨는 집에서 마포FM(100.7MHz)을 들으며 하루를 연다. 1W의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이다. 수신이 반경 1~2㎞에 그쳐 자주 끊기지만 일반방송에서 듣지 못한 지역의 현안 등 피부에 와닿는 내용을 접한다.
구씨는 “이곳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친밀한 이웃이 있어 좋다”며 “만약 여기를 떠난다면 사람들과의 관계 문제로 불안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포 공동체는 무엇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각자가 사는 동네를 이렇게 조직화하면 그것이 곧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사람간 신뢰관계를 복원하고 사는 것이야말로 생태적인 삶”이라고 말했다.
〈전병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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