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의견 자보 -
청계천에서 켜진 촛불, 더 많은 이야기 속에서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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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서 켜진 촛불, 더 많은 이야기 속에서 함께해요.
환경동아리 씨알
지난 2일과 3일, 청계천에는 평균 1만 5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불꽃을 일게 했지만, 쇠고기 수입 이외에도 학교 자율화 반대, 0교시 폐지, 대운하 반대, 의료 민영화 반대, 한미 FTA 반대 등 정부의 정책에 대한 다양한 비판들이 자유 발언 속에서 이어졌습니다.
정당한 불안
정부는 사람들이 광우병에 대해 가지는 불안이 과장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온갖 통계와 논문을 들먹이면서 90% 이상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정부와 기업들은 대중들의 합리적인 불안을 항상 축소하려고 애씁니다. 예컨대,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에 대한 불안, GMO에 대한 불안에 대해서도 전문가를 동원해 대중들이 과장된 불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핵과 같이 작은 가능성의 결과가 참혹한 경우, 광우병과 GMO와 같이 그 기작이 불분명하고 결과가 대규모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그 위험 요소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대중들이 ‘광우병 쇠고기에 5천만이 다 죽는다.’고 말하는 건 모두가 죽을 거라는 객관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불안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사입니다. 소수가 죽는다 하더라도 그 소수가 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부자보다는 서민, 빈민, 학생, 군인이 그 소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광우병을 피하려면 한우를 먹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막아야합니다. 먼 거리에서 수입되는 식품은 엄청난 환경비용(오염)을 만들어냅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고기를 부러 사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게다가 쇠고기 협상은 한미 FTA를 위해 노무현 정부가 한국이 미국에게 주었던 밑밥이었구요.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만 막는다고 사람들이 광우병에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우는 풀과 짚을 먹으며, 한가롭게 목장을 거닐면서 살아갈까요? 아닙니다. 한국의 축산 농가는 미국에 비해 훨씬 영세하지만, 동물들을 좁은 곳에서 키우며, 항생제를 맞히면서,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것은 미국과 똑같습니다. 물론 개개 축산 농가들이 비도덕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건, 한우 사이에서도 이윤에의 경쟁이 일어나서, 다국적 기업이 만들어낸 가격 대비 열량이 높은 값싼 동물성 사료를 쓸 수 밖 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윤이 우선인 세계는 농업과 축산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왔고, 광우병이라는 문제를 만들어냈습니다.
한국의 광우병 실태
한국에서도 2001년 까지는 소의 부산물을 소에게 먹일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소의 부산물은 금지되었지만, 닭과 돼지의 부산물은 소에게 먹일 수 있었습니다. 소->돼지, 닭->소로 광우병 인자가 옮겨가는 ‘교차오염’의 가능성이 한우에게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졌을까요? 한국에서는 0.24%의 ‘건강한 소’에게만 검사를 실시합니다. 국제수역사무국에서는 ‘건강한 소’가 아닌 ‘광우병 고위험군인 병든 소’에 대한 검사를 거치는 국가에 대해서만 안전 등급을 줍니다. 때문에 한국은 국제수역사무국에 광우병 등급 심사를 받으려다 포기했습니다. 미국과 동일한 등급으로 판명된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을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광우병으로 죽는 경우에도 그것을 제대로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크로이펠츠 야콥병의 확진에는 부검이 필요한데 한 번 쓰인 부검 도구는 원인 물질에 오염되어 일반 병원에서는 부검을 할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한 부검 목적의 병원이 부족하며, 해부와 조직검사를 유족들이 거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까지 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으로 쓰러진 한우들에게도 제대로 된 검사가 없었고, 산발성 크로이펠츠 야콥병, 그리고 인간광우병이라 불리는 변종 크로이펠츠 야콥병에 대해선 제대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만들려면
광우병의 문제는 현재의 축산 형태에서 벌어지는 문제 중 하나의 단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안전한 먹거리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한국의 축산은 항생제 사용량이 최대이며, 좁고 열악한 우리에서 동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조류 독감은 급속도로 퍼져 수많은 닭이 죽게 만들었습니다. 호르몬과 항생제는 고기 속에 잔류해 우리에게도 들어옵니다. 우유도 호르몬과 항생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축산 형태에 반대하면서, 이윤에 쫓기지 않는,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어 낼 정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다른 방식의 축산은 많은 고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지금의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고기를 많이 먹는 문화가 광우병을 만들어낼 수 밖 에 없었던 구조 속에서만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건강에의 위협과 환경적인 오염을 많이 만들어내는 고기를 될 수 있는 한 적게 소비하거나, 조금 더 나아가 채식을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광우병이라는 이슈에 묻혀버린 먹거리 안전의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GMO입니다. 지금까지 주로 사료용으로 수입되던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이제 식용으로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3% 이상 GMO가 혼입되면 표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것은 잘 지켜지고 있지 않습니다. 유럽에서 GMO가 1% 이상 혼입되면 표시하도록 되어 있고, GMO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먹거리는 다국적 기업들의 힘과 국가의 방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점점 더 안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반대와 함께 해야 할 말들
지난 촛불 집회에서는 광우병과 먹거리에 대해서만 이야기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을 냈습니다. 인수위 시절 이야기되었던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조롱에서부터 한반도 운하 반대, 자립형 사립고 반대, 학교 자율화 반대, 0교시 폐지,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는 학생들의 외침, 의료 민영화 반대, 물 민영화 반대, 한미 FTA 반대, 등록금 인상 반대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왔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된 많은 정책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고, 답답해하며 거리로 나와 이야기를 터트렸습니다. 정부는 오로지 시장 논리, 다르게 말하면 이윤으로 조절되는 시장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조절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 먹는 음식, 에너지, 의료, 교육을 모두 그저 이윤을 쫓는 기업들에게 맡기라고 합니다. 이러한 정책들을 묶어 신자유주의적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시장에게 무제한의 자유를 주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재판이지요. 이러한 정책들은 세계적으로 실패해왔지만, 이를 통해 많은 이윤을 얻는 다국적 기업과 그를 뒷받침하는 미국 정부, 세계은행, IMF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정치를 외칩시다.
언제부터 한국에서는 정치라는 말이 부정적인 함의를 가득 담은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정치는 별 것 아닌 단어입니다. 우리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들,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 공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그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수많은 여중고생들이, 직장인들이 답답함을 느끼며 거리에서 정치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화의 부정적인 면이 어쩌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어쩌고, 생태적인 사회가 어쩌고 하는 말은 더 이상 추상적인 말이 아닙니다. 광우병과 같은 먹거리의 문제, 각종 부문의 민영화, 1천 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은 모두 우리의 삶을 직접적으로 옥죄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광우병을 시장이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의료를 그저 기업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우리가 마시는 물을 기업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이런 일들은 “이윤만을 쫓는 세계에 대한 반성”과 “연대에 기반한 생태적인 사회에 대한 전망”이 있을 때에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제 함께 거리에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치적인 사람들이 되어봅시다. 대학생이라고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들고 이야기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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