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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실명제, 모든 국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
23개 정보인권단체, 531선거기간 중 '인터넷실명제' 폐지 촉구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모든 인터넷 언론사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실명확인제도(선거실명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독자 및 네티즌, 선거 관련 댓글 남기려면 실명인증 받아야

정부는 531지방선거 기간 중(5.18-5.31)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파악한 인터넷 언론사(3월 8일 기준 808개, 추가 등록 중)에 행정자치부(행자부)가 제공하는 실명인증시스템을 설치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네티즌과 독자들은 인터넷 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대화방, 댓글란 등에 정당 및 후보자들에 대한 단순한 지지·반대 의사를 밝히는 글을 게시할 경우도 행자부가 제공한 방법으로 실명확인을 받아야 한다.


선관위가 예로 제시하고 있는 실명확인 대상 글의 범위를 보면, 특정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비방 혹은 욕설뿐만 아니라 ‘○○정당이 좋다’, ‘어느 후보자가 당선되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정책을 ○○○후보자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등으로 이번 선거실명제는 사실상 선거와 관련된 의사를 표현하는 독자들의 모든 글에 대해 실명확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선거 기간 중 인터넷 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 작성자의 실명인증 정보를 행자부 전산시스템에 보관하게 되고, 선관위의 요청이 있을시 행자부와 인터넷 언론사는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실명인증시스템 거부 최하 500만원·실명미확인 글 건당 최하 100만원 과태료 처분

특히 선관위는 이번 선거실명제에 따르지 않는 언론사들을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만일 해당언론사가 선거 기간 중 실명인증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선관위는 해당 언론사에 이행명령을 내리게 되고, 최하 500만 원의 과태료처분을 받게 된다. 또 이행명령을 받은 이후 이행 기간(3일)을 초과하는 매 1일 마다 50만원의 과태료가 가산되게 된다.

또 선거와 관련된 실명미확인 댓글 등이 인터넷 언론사 홈페이지에 실릴 경우 해당언론사는 즉시 해당 글을 삭제해야 한다. 만일 자체적으로 삭제하지 않을 시 선관위는 인터넷 언론사에 삭제명령과 함께 건 당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또 글 삭제명령을 받고 이행 기간(1일)내에 해당 글을 삭제하지 않을 시 초과하는 매1일 마다 20만 원의 추가 과태료가 부과된다.

선관위는 이번 조치로 인터넷 상에서 행해지는 후보자와 정당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 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실명제에 대해 “인터넷의 발달과 사용인구의 증가에 비례해서 폐해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이루어지는 정당과 후보자의 명예와 인신공격을 차단하고, 폐해는 최소화함으로써 사이버공간을 선거운동의 유용한 장으로 만들기 위해 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보인권단체, “전 국민을 범죄자로 간주하는 위헌적 조치”

그러나 선관위의 주장과 달리 정보인권단체들과 언론단체들은 이번 선거실명제에 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은 물론이고,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죄형법정주의 위반 △통신비밀의 자유 침해 △개인정보 명의 도용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즉각적인 폐지를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6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공유연대, 평화인권연대를 비롯한 23개 정보·인권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실명제 조치로 인해 이용자들은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해 단순한 의견을 올릴 때 조차도 일일이 실명을 인증받아야 한다”며 “이는 전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는 위헌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인터넷 언론사에 게재된 게시물 작성자의 실명인증 정보를 행정자치부가 보관하는 것에 대해 “실명인증된 사람만 글을 쓸 수 있고, 정부가 그것을 하나하나 감시할 수 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라고 물으며 “선거실명제가 도입되면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비밀의 자유는 꿈도 꾸지 못할 것이고, 정치권에 대한 솔직하고 정당한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명의도용 막아야 하는 행자부, 전 국민 상대로 도박하나”


특히 정보인권단체들은 ‘리니지 사태’로 드러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인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번 선거실명제 역시 대량의 명의도용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리니지 사태 이후 정보통신부는 인터넷 기업들로 하여금 다른 신원 인증 수단을 이용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행정자치부와 선관위가 문제의 실명인증 시스템을 인터넷 언론사들에 설치하도록 제공하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태도”라고 규탄했다.

이어 정보인권단체들은 이번 선거실명제를 추진하고 있는 행정자치부에 대해 “행정자치부는 이미 도용된 주민등록번호가 다시 명의도용에 이용되지 않도록 후속 대책을 세워야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민등록번호의 도용을 부추기고 있으니, 행정자치부의 시대착오적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량의 명의도용 사태가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실명제를 강행하는 것은 전 국민을 상대로 도박을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밝혔다.

선관위, “행자부시스템 해킹으로 인한 정보유출 상상할 수도 없다”

정보인권단체들의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선거실명제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윤석근 선관위 조사국 사이버조사팀장은 “법 개정을 통해 실명제 적용시기를 선거운동기간 내로 축소했고, 실명제에 적용되는 글 범위를 모든 글에서 선거관련 글로 조정했다”며 “최대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선거실명제가 시행된다”고 밝혔다.

윤석근 사이버조사팀장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관련해 “실명인증에 이용되는 행자부 주민등록전산망이 해킹당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고, 행자부에서 그 안전성에 대해 확답을 하고 있다”며 행자부 주민등록전산망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해킹 등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윤석근 사이버조사팀장은 명의도용 가능성과 관련 대책에 대해서는 “행자부시스템을 통해 주민번호가 유출될 가능성은 없지만, 다른 곳에서 수집한 타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방지책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실명제는 명의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며 “만일 명의도용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 법률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석근 사이버조사팀장은 실명인증시스템을 거부하는 인터넷 언론 처리문제와 관련해서는 “선관위에는 재량이 없다”며 “법이 만들어져 있는데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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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관계부처 및 위정자에게 강력 항의 하시기 바랍니다. 시민 2006.04.14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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