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공성 확보, 한미FTA반대 자전거 실천단' 3일차 활동보고
오전 10시, 청주 숙소에서 나와 천안으로 자전거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천안으로 가는 길은 차령산맥을 넘어야 해서 오르막이 많았습니다. 힘든 오르막을 넘어 천안 시내로 들어오니 3시가 되었습니다. 전날보다 서로간 소통이 더 원활해졌습니다. 어느쪽으로 가야할지, 두 줄로 갈지 한 줄로 갈지, 멈출 것인지 출발할 것인지, 앞과 옆 사람의 가벼운 몸짓만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고, 훨씬 안전하고 매끄럽게 운행될 수 있었습니다.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는 것, 소통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느꼈습니다.
▲ 고장난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습니다.
천안역 광장에서 충남 한미FTA저지 운동본부와 함께 FTA반대 선전전과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자전거 실천단원 모두가 돌아가며 한미FTA의 부당함과 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발언하고 외쳤습니다. 병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치료 받을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의료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외침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노동자, 농민의 절규와 그 본질이 다르지 않습니다.
천안역 앞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1시간 여의 짧은 선전전에도 불구하고 100분이 넘는 분이 서명에 동참해주셨고, 저희들이 서울로 행진하는 여비에 보태라고 모금해주셨습니다.(* 44850원) 서명을 하고 지나시던 어떤 분은 역 앞 호두과자 가게에 들러 큼지막한 호두과자를 사오셔서 주고 가셨습니다.(자전거 실천단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 호두과자를 먹으려 했는데, 꼭 한명씩 자리를 비우는 일이 생겨 결국 다음날로 넘기게 되었습니다. ^^) 이런 따뜻한 마음, 손길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그 힘들이 모여 여기 이 사람들이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 행진에 대한 일부 한의사 분들의 태도에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행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FTA반대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도움을 주지 못하겠다거나 학생들이 '외부세력'에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느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자전거 행진을 진행하면서도 그런 분들과 이야기하게 됩니다. FTA협상 의제에서 '한의사' 직종만 제외할 수 있다거나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사를 흐름 속에서 보지 않고 단면만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FTA가 추진되는 방식과 맥락을 무시한 채 한 이익단체의 입장을 관철시킨다는 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 되려 우리를 향해 비현실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향해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면 '외부세력'이 개입했다고 단정지어 버리는 그 사고의 뻔뻔함은 굳이 논쟁과 소통할 가치조차 찾지 못하겠습니다.
한편으로 저희의 행진을 한의대생의 집단이기주의로 바라보고 진실성이 없다고 여기는 시각에도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많은 운동이 자기 삶의 문제에 기반해있고, 그곳에서부터 확장되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고민을 넓혀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그런 과정을 보고 평가하기를 원합니다. 그 단면이 아니라 흐름과 방향을 살피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믿습니다.
어느새 자전거 실천단의 전체 여정이 반절을 넘어섰습니다. 협상기간 중 FTA반대 집회를 모두 불허한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자기 할말은 하겠다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할말은 틀어막는 다는 것은 누가 봐도 우스운 일입니다. 협상장까지 저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다음 날도 열심히 페달을 밟겠습니다.
의료공공성 확보, 한미FTA반대 자전거 실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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