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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펌] 68혁명, 아니 6월 항쟁의 교훈

2008.06.13 19:00 조회 수 : 276


이진경씨의 글이네요. 머리속에 생각은 넘치는데..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 국민소환제에 대한 요구와 더불어

 

다시 목적의식적인 활동으로 돌아가면

이명박 이후의 공백을 대비하기 위해 진보신당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난 촛불집회 때 진보신당 깃발 밑에 기웃거리기도 했는데.. 음..

 

내일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데 보탬이 될까해서 계속 글만 퍼나르고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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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혁명, 아니 6월 항쟁의 교훈


[기고] 이제 ‘이명박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진경  / 2008년06월12일 19시06분

지난 5월 초 청계광장에서 조그만 규모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그동안 정권의 부채질과 전 국민의 호응으로 점점 확대되더니 6월 10일에는 50만을 넘는 대규모 대중이 모인 장대한 집회로까지 확대되었다. 사태가 이쯤 되면 무언가 큰 사건으로 이어지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자연스런 것일 게다. 반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들은 광화문 한복판에 컨테이너로 성벽을 쌓는, 정말 희대의 코미디를 연출했고, 그 성벽 뒤에 숨어서 이명박은 국민이 저리 모여 한꺼번에 내각과 비서진을 교체해서 공백이 발생할 것을 걱정해주고 있다며 뻘소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의 열받게 하는 이명박의 코미디야 그렇다고 쳐도, 어떻게 보아도 그나 그 주변인물들은 현재의 상황을 전혀 감도 못 잡고 있는 듯하다.

또한 지금 정부는 현재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전략도 없는 듯하다. 전략은 그만두고 상황파악조차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운영밖에 모르던 사람들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대통령의 형과 핵심 비서관을 통해 요직을 장악한 부패할 뿐 아니라 무능하기 짝이 없는 관료들 때문일까? 그래서 아직도(!) 대통령 이하 관리들이 어이없는 뻘소리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사태를 타개할 어떤 전략적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래서 사태는 그들은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급박하다. 얼마 전 농반진반으로 “이명박 정부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을 한 주간지에 쓴 적이 있지만, 이제 상황은 이걸 농담으로 해선 안 될 지점으로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사안은 이미 쇠고기 문제를 넘어 모든 정책으로, 결국은 현 정부의 진퇴 문제 전체로까지 확대된 지 오래다. 사태의 심각성은 지배층 내부의 분열을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정두언의 폭로성 발언과 그에 대한 여당 인사들의 지지는 그 분열이 공존 불가능한 상태로까지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성장 지표’를 맞추려는 어이없는 단견 속에 취해진 경제정책으로 물가만 올려놓았고, 고용이나 성장 모두에서 실패하고 있으며, 이것은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의 파고에 더욱 위험하게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오직 기업의 이익이나 일부 부유층의 이권을 위해 제안된 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은 대중의 전반적 저항에 직면해 갈 곳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혁명적 상황’이라는 말은 난데없는 말로 들리질 모르지만, 현 정부의 위기가 전면적이라는 것, 정권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지점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사안은 이미 쇠고기 문제를 넘어 모든 정책으로, 결국은 현 정부의 진퇴 문제 전체로까지 확대된 지 오래다./ 사진: 김용욱 기자

그리고 대중의 흐름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거대한 노도가 되었고, 여기에 이명박이나 정부 관리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염장을 지르는 발언으로 그 흐름의 형성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대중의 흐름이 거대해지면, 그것은 필경 포지티브 피드백의 방식으로 체증적으로 증가한다. 지금 보다시피 흐름이 거대해지면 일이 잘 되기 마련이고, 일이 잘되면 대중이 더 잘 모이며, 그건 다시 일을 더 급속하게 앞으로 밀고 나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중의 체증적 확대를 저지하는 것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대중이 공포로 개별화되는 것이다. 그러면 대중은 흩어지고 흩어짐은 대중을 더욱 공포에 빠지게 하여 더욱 빠른 속도로 흩어진다. 그러나 지금 그건 어떻게 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중은 이미 공포를 잊은 지 오래다. “내가 주동자니 나를 잡아가라”고 각자가 나서는 상황, 권력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경멸과 조소의 대상이 된 상황, 그리고 경찰의 폭력은 대중의 손에 들린 무수히 많은 카메라와 인터넷으로 무력화된 상황에서 무슨 수로 대중을 공포의 감정으로 밀어 넣을 수 있을 것인가? 가정하기 어렵지만, 심지어 군대가 발포를 한다고 해도 지금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밖에 안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중의 불만을 무마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어떤 전격적인 타개책이 제시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러한 전략적 고려도, 전략적 사고도 현 정부에게는 없는 듯하다. 그들은 어떠한 침로도 찾고 있지 못하다. 그저 귀 막고 문제가 되는 것을 유예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대중의 흐름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점점 고양되며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될 수는 없다. 필경 현 사태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는 형태로 현 정부의 ‘항복’ 선언으로까지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그것 말고는 이미 약발이 먹힐 카드도 없다. 가령 대통령의 신임과 연계된 국민투표에 지금 문제가 된 현안을 부친다든지 하는 식으로 퇴진의 길을 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정말 난감한 것은 이 ‘이후’다.

대중은 흐름이어서 흐름은 범람하여 휩쓸고 지나가긴 하지만 어떤 고형화된 체제를 만들지 않는다. 대중의 흐름을 안정적인 어떤 체제로 구성하지 못하면, 대중의 흐름이 휩쓸고 지나간 그 자리엔 쓰레기처럼 남은 것들이 재빨리 그 빈 자리를 차지한다.

68년 5월 혁명이 그랬다. 대중의 거대한 파고에 의해 드골 정부는 근본적 위기에 처했지만, 그 흐름은 권력을 장악하여 새로운 체제를 수립할 수 있는 어떤 물적인 구성체도 형성하지 못했고, 거기서 드골은 새로운 선거를 통해 재집권하는데 성공했다. 6월 항쟁 역시 그랬다. 6월 29일 전두환 정부는 전면적인 항복을 선언했지만, 그 항복의 뒤에 치러진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노태우였다. 대중집회나 대중운동과 선거는 아주 다른 원리에 의해, 아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프랑스의 68혁명과 한국의 6월 항쟁이 공통적으로 지금의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이다.

현 정부가 지금 만약 신임과 연계된 국민투표를 받아들이고, 그 이후 선거를 다시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는 역사가 다시 반복되는 것을 보게 되지 않을까? 현재의 상황을 끌고가며 결과를 권력으로 변환시킬 조직은 물론, 대중운동의 향방을 이끌 ‘지도부’조차 없는 상황, 그렇다고 두드러진 대중적 ‘후보’도 없는 상황에서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 아닐까? 위기의식 속에서 이후의 정부를 장악하기 위해 보수층들은 다시 급속히 힘을 모을 것이고, 그 결과 가령 노태우 대신 박근혜가 다음 정부를 구성하게 되는 게 가장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닐까?

박근혜와 이회창의 대립 속에서 진보진영이 승리할 거라고 추측한다면, 농담도 어이없는 농담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진보진영에는 그와 대결할만한 어떤 ‘지도자’도 가시화되지 못한 상황인데다, 대부분 자신의 정파적 입장에 지나치게 충실해서 어느 한 쪽으로 힘을 모아주기 어려운 게 진보진영의 강고한 성향임을 안다면, 그들 후보가 둘이라면 우리는 정파수만큼 많다고 가정하는 게 현실적일 터이기 때문이다.

결코 반갑지 않은 이러한 반복을 피하기 위해선 ‘지도부’는 그만두더라도 최소한 ‘이명박 이후’를 고민하는 느슨하지만 광범위한 협의적 조직이 만들어져야 하는 거 아닐까? 진보진영의 여러 조직들과 여러 정당들이 ‘연석회의’ 형식으로라도 모여, 이후 힘을 모을 구성적 틀을 만들어내고, 거기서 이명박 이후 선거에서 보수파와 대결할 후보를 대중적인 지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선발할 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 20일을 기점으로 이명박 퇴진을 겨냥한 새로운 차원이 국민적 항쟁에 개입하면서 ‘이후’를 준비하는, 진보진영의 협의체적 조직이 만들어져야 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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