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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10월 3일, 강남성모병원 방문기

2008.10.07 18:04 조회 수 : 576


강남성모병원의 소식을 접한 것은 9월 말경. 참세상 기사를 읽으면서 였다. 그무렵, 현장에 연대활동을 가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구와 동아리의 사정이 겹쳐 찾아갈 현장을 찾고 있었는데, 기사만 읽고서는 선뜻 찾아갈 엄두는 안나서 보류를 해놓았다. 그러다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세상 속보 게시판에 직접 올린 연대요청글을 읽고, '아, 가봐야겠구나'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 갔던게, 9월 27일, 토요일이었다. 그날은 그간 있던 저녁 촛불문화제 중 가장 큰 문화제였고, 많은 연대단위들이 와있었다. 덕분에 투쟁을 하시는 노동자들과 직접 이야기는 못해봤지만, 풍성한 공연들을 볼 수 있었다. 어찌보면 참 작은 사업장인 이곳에 연대하기 위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왔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돌아갈 수 있었던 날이다.

그리고, 결국 계약기간이 만료된 28명 전원이 해고되고, 로비 농성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사는 긴박했던 순간들을 이야기 했고,  연휴를 맞아 농성장에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이미 세번의 용역 침탈을 당했고, 병원측에서 언제 그네들을 끌어낼지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했다.

그런 심정으로 찾아간 농성장. 병원 로비 가운데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분들이 우리를 맞아주셨다. 어떤 것부터 이야기를 꺼내야겠냐며, 그동안 하도 반복해서 지쳤다는 우스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습이 안되어 있으면 돌려보낸다, 우리가 수준을 봐서 학년을 매겨준다 등등.

병원측에서 붙여놓은 대자보를 보니 기가 막힌다. 비정규직법상 2년이상 파견한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잘라야 한단다. 사람들을 바보로 아나? 그래. '파견직으로' 계속 고용하는 것은 불법맞다. 법이 있어도, 저렇게나 뻔뻔하게 우기는데 그 작자들과 말이 통하겠나. 뇌에 시멘트를 부어 놓은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래놓고 한편으로는 사람을 구원합네 어쩌네 하면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 돌아다니겠지. 가증스러운 것들.

간호보조 업무가 매우 고된 일이기 때문에, 오래 버티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한다. 2년이상 일한 사람들은 이제 이 일을 자기 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업체측에서도 이분들이 일을 시작할 때는 오래만 일해달라고 했단다. 그런데 이제와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니까 되려 그 사람들을 내친다. 어떤 일이든지 업무에 능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일에 숙련되기 까지 시간을 무시한 채 무조건 사람 수만 채워넣으면 된다는 발상을 병원 윗대가리들이 하고 있는 건데, 이건 환자들의 치료는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부, 수녀도 파견직으로 2년마다 자르고 신임으로 채워넣지 그러나?

대자보에는 노동자들이 카톨릭재단이라고 카톨릭정신을 악용하려 한다고도 써놨다. 종교재단이 어쩜 이럴 수 있느냐는 질문은 사실 정치적 효과 때문에 쓰는 거지, 우리도 별로 타당하다고 생각 하지 않는다. 자본의 이윤추구를 조금이나마 가려보려고 종교의 탈을 쓰는 것이니까. 하지만, 너희가 스스로 그 탈을 쓰고서도, 그 탈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주장 하는 것이니, 얼마나 파렴치한가. 그래 탈 벗고, 맨얼굴로 한판 뜨자. 아. 가증스러운 것들.



온 김에 문화제 때 율동도 하고, 피켓도 만들고 가래서 그러겠다고 자신있게 얘기했다. 준비해온 재료로 손피켓도 만들고.. ㅎㅎ 서로 니구호가 구리네, 내가 쓴게 낫네 티격태격 했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건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이런 거 밖에 없으니.. 정말 구리다.

노동자들이 로비에 들어와 농성을 하는 동안, 촛불시민들이 원래 천막이 있던 곳에 자기들 천막을 치고 상황실을 차렸단다. 덕분에 로비 농성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는데, 그 과정이 흥미롭다. 아무런 상의도 없이 노동자들을 지지하겠다며 들어와서 천막을 쳤고,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사람들 아고라등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겠다고 했단다. 마침 이곳 농성장에 오면서 했던 고민이 있었다. 난(우리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어떤 발언이 그곳 상황에 도움이 되겠는지를 먼저 재보고 발언하는 것이 익숙해 있다. 수위를 생각하며 너무 많이 나갔다 싶으면 발언을 자제하고 이런 것들. 좀 더 과감해지면 안되는 걸까? 예를들어, 성모병원 이용하지 말자는 구호는, 이곳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이 같이 하기에 부담스러운 것일 수 있다. 책임질 수 없는 발언을 하는 게 문제일까? 한편 일방적인 '도움', '배려'는 오히려 폭력의 일종이고, 그렇게 제공자와 수혜자로 나뉘는 정치적 역관계를 살펴야만 한다. 
'연대'는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같이 하는 것이어야 할텐데. 아무튼 촛불상황실은 그렇게 자신의 뜻대로 들어왔다. 촛불이 보여줬던 힘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발언하고 행동하려 하는.

저녁 촛불문화제는 조촐하게 치뤄졌다. 자신있게 율동을 준비해왔다고 말했지만, 우리의 율동은 수습이 안될정도로 낯뜨거웠다. ㅠ '날개'를 하고, 도저히 수습이 안되어서 '바위처럼'을 같이 했다.(소은, 나래가 바위처럼을 알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안 그랬음 나 혼자 했어야할 판인데.. ㅎ) 진행하시는 분이 이런 농성장 본적 있냐며 너스레를 하셨다.


문화제를 마치고 로비로 들어와서 같이 피켓을 만들었다. 만들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스스로 이곳 농성장이 뭔가 부족하다는 뜻에서 다른 농성장과 다르지 않느냐고 말씀하신다는 걸 알았다. 그다지 규율도 없고, 철의 노동자 가사를 다 아는 분도 없고, 문화제용 시디에 어떤 곡이 몇 번 트랙에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이 농성장의 힘이라고 느꼈다. ㅎㅎ  틀이나 형식이 잘 갖춰지는 것이 싸움을 잘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않다.(필요조건이 아닌 이상 충분조건은 더더욱 아니다.) 농성을 하시는 분들도 이미 그것을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언론에서 볼 때는 엄청 비장할 줄 알았는데 와보니 분위기가 너무 밝지 않느냐며 우스개를 건네신다. 이미 인터넷에 쫙 퍼져버린 울고 있는 자기 사진 다 지워버리면 좋겠다고, 쪽팔리다고 투덜거리기도 하시고. (바로 옆 사진.. 하하)

인학련과 매듭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는데 한참 걸렸다. 전북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인학련이고, 매듭은 보건의료학생모임이다.. 나는 전북에서 올라오기도 했지만 매듭이기도 하다. 그럼 인학련 상급단체가 매듭인거냐? 아니다.. ㅠ 그냥 서로 다른 모임이다. ... ... ...

 

 

다함께 신문을 읽다보니 보건의료노조가 싸움을 방기한 측면이 있나 보다. 그 속사정은 자세히 모르니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내가 다니는 학교 병원의 경우도 생각해 볼때,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싸움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게 일반적인 경우겠다 싶다.

농성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있다보니, 이날 시청-광화문 일대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대거 성모병원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ㅇ.ㅇ 하지만 그네들을 보진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들렸다가 돌아갔단다. 아침 선전전을 같이 하고, 귀환.

싸움은 삶의 한 과정이라는 데에서 나오는 힘이 저곳 농성장에 있던 것 같다. 그곳에서 싸움은 괴롭고, 슬픈 것만도 아니고, 누가 나에게 가라한 것도 아니다. 열사투쟁을 하는데 어떻게 웃을 수 있냐며 이해하지 못했던 난, 투쟁을 삶의 한 부분이 아닌 따로 떨어져 있는 무엇으로 받아들였던 것일 뿐. 어느 책이더라..? 열사 장례식장에서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게.. 김주익 열사의 이야기를 그토록 담담하게 꺼내는 김진숙씨의 모습이라든지.

 








오오..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하하하


이렇게 글을 쓰다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문자가 와있다. 새벽에 로비 농성장을 침탈당했단다.
동영상을 보니 수녀들이 직접 지휘에 나서서 수간호사를 동원해 사람을 질질 끌고 다닌다.
........
돈 때문에 사람을 이렇게 패대기 치는 병원에서
아픈 사람이라고 사정이 다를까?
돈 못내면 환자도 서슴없이 패대기 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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