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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일반 부자가 되라고 가르치는 사회(나름)

노동자 2005.10.26 11:44 조회 수 : 832


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진 한 유명 강사가 전국을 돌며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작 부분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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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많이 받은 나라들은 통계를 보니까 부자가 많은 나라들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딴 나라들도 역시 부자가 많은 나라들이다. 그러니까, 부자가 많은 나라가 결국 좋은 나라고 행복한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올림픽 메달의 수 및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의 수와 그 나라 백만장자들의 수를 나타내는 통계를 제시하며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 예산은 1년에 100조원쯤 된다. 삼성그룹 계열회사 및 협력 회사의 매출도 1년에 100조원쯤 된다. 우리나라 공무원 수가 100만 명쯤 되는데, 삼성그룹 계열회사 및 협력 회사의 종업원 수도 100만명쯤 된다. 그러니까 삼성그룹은 대한민국 정부와 비슷한 규모의 조직이라고 볼 수 있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위에 나오는 숫자들이 정확한 것인지, 제 기억에 대한 자신은 없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48.9%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전체 주식의 1% 정도만 보유하는 것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정해진 임기가 없이 하고 싶을 때까지 할 수 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러나? 우리나라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려고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다음의 이야기는 이렇게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니, 부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부자가 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용돈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등 부자가 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용돈을 관리하는 요령부터 설명하겠다. 우선 용돈을 관리하는 통장을 최소한 두 개를 만들어라. 하나는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으로, 용돈이 생길 때마다 집어넣고 필요할 때는 뽑아 쓰는 통장으로... 또 다른 하나는 목돈이 생겼을 때, 예를 들어 설 세뱃돈이나 입학 또는 졸업 선물로 돈 봉투를 받았다든가, 그렇게 생긴 목돈을 넣어두는 통장으로, 돈이 한번 들어가면 절대로 나오지 않는 통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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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의 강의를 전국 중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강의에 대한 호응이 좋으니 유명 강사가 됐겠지요. 정말 큰일입니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이 나중에 자라서 기업의 인사노무 관리자가 되면 아무 죄의식도 없이 노동조합을 탄압하게 됩니다. 노동조합을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이 나중에 자라서 언론사의 기자가 되면 노동조합의 파업을 회사 말아먹고 나라 경제에 해를 끼치는 집단이기주의라고 보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류의 역사가 이런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고대 노예제 사회에서 많은 지식인 철학자들이, 왜 노예가 인간이 아닌지 그 이유를 숱한 학설로 입증했지만 노예제도가 철폐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동학농민전쟁을 일본 제국주의의 총칼을 앞세워 짓밟았지만 양반과 상놈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신분제도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가 고려대학교의 보직 교수들이 삼성 그룹에 속죄하는 의미로 납작 엎드려 일괄 사퇴하는 장면을 보면서도, '삼성에 언젠가는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설립되고야 말 것'이라고 믿거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철폐될 것'이라고 믿고 싸우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아무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삼성에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거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철폐되는 것을 우리가 보지 못하고 죽는다면, 우리의 자손들이라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날 강연에서도 “우리 사회 빈부의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 ‘20대 80의 사회’라는 말도 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강사는 뭐라고 답했을까요?




“그 말은, 잘 사는 20%가 80%를 먹여 살리면서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뜻입니다.”



-하종강의 노동과 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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