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날도 풀리려 하는데,
어이없는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여수출입국관리소라는 곳에서 불이나
아홉명이나 되는 이주노동자분들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엄청나게 큰 불이었냐고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건물이었다면 금방 진화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보호소' 라는 곳에서 불이 난 것이 문제였습니다.
24시간 사람들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카메라는 있지만 스프링 쿨러는 없고,
도망가지 못하게 '보호' 하려고 몇 중의 쇠창살은 있지만 사람 한 몸 누일 만한 공간은 없는(1인당 1.87평), 일주일에 운동시간이라고 겨우 20분 정도가 주어지는
그런 곳에서 불이 난 것이 문제였습니다.
결과 한국에서 허가되지 않는 노동을 했다는 이유로
24시간 철창에서 감시되던 이주노동자들은
불과 끔찍한 유독가스가 그들의 목숨을 위협할 때 조차
철창안에서 '보호' 되었습니다.
정당하게 노동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턱없이 낮은 임금에 무자비한 과잉 노동을 해야 하는 것도 억울한데.
한국 산업에 저임금 노동력을 대며 등골이 빠진 것도 억울한데.
그 쥐꼬리 만한 월급도 몇 개월씩 체불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그 월급 찾겠다고 당국 찾아 갔더니,
지엄하신 공무원들께서 밥도 제대로 안나오는 '보호소'에 가둬버린 것도 억울한데.
도망칠 권리 조차 없단 말인지.
호모 사케르니 나발이니. 책에서만 나오는 일인줄 알았습니다.
가스 살인은 쉰들러 리스트 같은 영화에나 나오는 일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미 FTA를 발판 삼아 21세기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네요. 가스 살인이. 집단 학살이.
그리고 그 빌어먹을 '보호소' 가 아직도 전국에 성행 영업하고 있다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가 2년전 심각한 권고 요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
사회가 실질적으로 이들을 비-인간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것이.
저'넘'들의 찬란한 미래는 비참한 이들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늘도 대한민국은 대통령 말마따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진하겠지요.
그 경쟁력의 밑바탕에는 단속반의 몽둥이에 노출되고, 19세기 노동자들이나 경험할 법한 13-4시간 과잉노동을 해야 하고, 그러다가 보호소에 갇히고, 그러다가 이렇게 세상을 뜨는 이주노동자의 살덩이가 있겠지요.
2월 25일에 2시 서울역에서 이에 항의하는 추모제와 집회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비참한 일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어서려 합니다.
국민이 아님을 넘어 인간이 아니기를 요구받았던 그들이 더이상 참지 않고 목소리를 낸다 합니다.
적어도 우리의 미래가.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침묵함으로써 '넘'들의 찬란한 미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님을.
조직적인 탄압과 배제를 온몸으로 뚫어내려하는 그들과 함께 힘차게 뚫고 나가는 것임을.
그날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세’여수 화재 참사 규탄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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