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XEDITION

자유게시판

일반 이것도 시가 될까 / 은종복

2008.01.11 11:05 조회 수 : 299

어제 성대 앞 서점 풀무질에 들렀는데
사장님이 오랜만에 시를 썼다며 읽어보라고 주셨다.

내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고통이 되는 현실이 참 괴롭다.

서원하고 또 서원한다.. 매일같이..

--------------
시를 쓰는 사람은 뭔가 남들과 다른 사람 같다
나 같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도 시를 쓸 수 있을까
하지만 난 시는 못 써도 그냥 사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사람들은 한 해를 마치면서 늘 이런 말을 한다
"한 해가 참 빠르게 지나갔어!"


나는 언젠가부터 해가 아주 더디게 간다
마음이 아파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산다
내가 살아갈수록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내는 세금으로 이라크 아이들을 죽이고 있고
내가 타는 자동차로 지구를 더럽히고 있고
내가 배부르도록 먹는 동안 가난한 나라 아이들은 굶주리고 있고
내가 하루에 한 번씩 몸을 깨끗하게 씻을 때 아프리카 아이들은 마실 물이 없어 죽어 가고
내가 종이 한 장 함부로 쓰고 버릴 때 아마존 숲은 없어지고 있고
내가 느긋하게 마시는 커피 한 잔에 가난한 나라 아이들 피가 들어 있고
내 아이가 좋아 하는 축구공에 가난한 나라 아이들 손톱과 눈동자가 들어 있고
내 집에 깔린 푹신한 양탄자에 가난한 나라 아이들 꿈이 짓밟혀 있고
내가 맛있게 먹는 소고기, 닭고기에 그 동물 식구들 피눈물이 들어 있고
내가 사먹는 생수에 땅이 조금씩 내려앉고
내가 따뜻한 겨울을 나려고 때는 기름으로 전쟁이 일어나고
내가 돈을 많이 벌려는 마음이 일어날 때 누군가는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고


이렇듯 내가 행복할수록 누군가는 아파하고 쓰러진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남들은 한 해가 참 빠르게 지나간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하루하루가 힘든 걸까
살수록 더욱 죄를 짓는다는 마음으로 아파할까


하나님이 주신 목숨이니 스스로 끊을 수도 없고
말로는 글로는 지금껏 지은 죄를 되갚으려 산다지만
사는 게 무섭다
살수록 더 많은 죄를 지을까봐
사는 게 두렵다



(2007.12.18)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4 [이주탄압분쇄비대위]이주노동자 탄압에 저항하는 1월 셋째주 투쟁일정 이주농성단 2008.01.14 343
813 전쟁이 불러온 외상. [1] 전쟁반대 2008.01.14 338
812 감동받은 기사...ㅠㅠ 조제 2008.01.14 276
811 안녕하세요 [1] 김윤경 2008.01.13 296
810 4년전. 여성성을 주제로 쓴 글... 피그 2008.01.13 325
809 안녕하세요 [1] 김윤경~~ 2008.01.12 490
808 현재 등록금 협상이 진행중입니다. 질라라비 2008.01.11 315
» 이것도 시가 될까 / 은종복 [1] 2008.01.11 299
806 [1/15,100차 반미연대 집회]'2008년을, 주한미군 없는 평화협정 체결의 해로 만들자!' 신년 반미연대 집회 평통사 2008.01.10 356
805 바보야, 경제 다가 아냐! file 장동만 2008.01.10 261
804 전북시설인권연대 정기총회 안내 전북시설인권연대 2008.01.09 500
803 오후 세시의 어떤 풍경 - 지식채널E [1] 2008.01.06 572
802 [펌] 진보정당운동의 위기와 변혁적 정당운동의 전망 토론회 / 1.18 [1] file 2008.01.04 868
801 ★전국대학생대회★로 초대합니다! file 전국학생행진(건) 2008.01.04 606
800 [보고]전북시설인권연대 웹소식지 전북시설인권연대 2008.01.03 355
799 Stop Crack Down New Year!! 이주농성장 2008.01.01 967
798 개정안주요 내용. file 2007.12.29 504
797 12월 29일 토요일 이주노조 후원문화제에 함께 합시다 이주노조 2007.12.29 320
796 [제안] 매듭 겨울 캠프 매듭 2007.12.28 316
795 너무나 포근하고 한편 아름다웠던 오늘 투쟁.. [1] 두유 2007.12.27 34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