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성대 앞 서점 풀무질에 들렀는데
사장님이 오랜만에 시를 썼다며 읽어보라고 주셨다.
내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고통이 되는 현실이 참 괴롭다.
서원하고 또 서원한다.. 매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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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사람은 뭔가 남들과 다른 사람 같다
나 같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도 시를 쓸 수 있을까
하지만 난 시는 못 써도 그냥 사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사람들은 한 해를 마치면서 늘 이런 말을 한다
"한 해가 참 빠르게 지나갔어!"
나는 언젠가부터 해가 아주 더디게 간다
마음이 아파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산다
내가 살아갈수록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내는 세금으로 이라크 아이들을 죽이고 있고
내가 타는 자동차로 지구를 더럽히고 있고
내가 배부르도록 먹는 동안 가난한 나라 아이들은 굶주리고 있고
내가 하루에 한 번씩 몸을 깨끗하게 씻을 때 아프리카 아이들은 마실 물이 없어 죽어 가고
내가 종이 한 장 함부로 쓰고 버릴 때 아마존 숲은 없어지고 있고
내가 느긋하게 마시는 커피 한 잔에 가난한 나라 아이들 피가 들어 있고
내 아이가 좋아 하는 축구공에 가난한 나라 아이들 손톱과 눈동자가 들어 있고
내 집에 깔린 푹신한 양탄자에 가난한 나라 아이들 꿈이 짓밟혀 있고
내가 맛있게 먹는 소고기, 닭고기에 그 동물 식구들 피눈물이 들어 있고
내가 사먹는 생수에 땅이 조금씩 내려앉고
내가 따뜻한 겨울을 나려고 때는 기름으로 전쟁이 일어나고
내가 돈을 많이 벌려는 마음이 일어날 때 누군가는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고
이렇듯 내가 행복할수록 누군가는 아파하고 쓰러진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남들은 한 해가 참 빠르게 지나간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하루하루가 힘든 걸까
살수록 더욱 죄를 짓는다는 마음으로 아파할까
하나님이 주신 목숨이니 스스로 끊을 수도 없고
말로는 글로는 지금껏 지은 죄를 되갚으려 산다지만
사는 게 무섭다
살수록 더 많은 죄를 지을까봐
사는 게 두렵다
(200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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