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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당연지정제 폐지와 의료산업화

2008.03.06 16:04 조회 수 : 233

당연지정제 폐지와 의료산업화


2007년 2월 개정된 의료법은 병원경영지원회사(병원 체인)를 합법화 하고, 병원간 흡수합병 허용, 병원의원 알선-유인 허용(광고 허용), 의료급여제도에서 본인부담금제 도입(저소득층에게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제도의 폐지)등을 골자로 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의 목표에 대해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자율성 확대’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의료의 국가산업화를 내세워 영리추구를 허용하겠다는 의미이다. 노무현 정권에서부터 노골화된 의료산업화의 흐름은 이명박 정권에서 가속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명박 정권은 당연지정제 폐지, 손실형 의료보험 도입(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의료법 개악 추진, 영리법인 허용 등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중 당연지정제 폐지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맞물려, 한국 의료의 공공성을 담보하던 의료보험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우선 한국의 의료보험이 유지되는 큰 축은, 당연지정제와 전국민의무가입이다. 당연지정제는 모든 병원에 건강보험을 가입한 환자를 치료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전국민 의무가입과 소득에 비례한 보험료의 납부를 통해 상위소득 12%에 대항하는 계층의 보험료로 전체 의료보험 재정의 50%가 확보된다. 또한 보험료를 가입자 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같이 부담함으로서, 의료보험의 손해율은 205%에 달한다. (민간의료보험의 손해율은 60%에 불과하다. 손해율은 보험료를 납부했을 때 어느 만큼 돌려받는가를 의미한다. 손해율이 205%라는 것은 100원을 냈을 때 205원을 받는 것이다.)
당연지정제 폐지 내지 약화는 병원에서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반드시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을 뜻한다. 병원이 특정 보험에 가입한 환자를 더욱 우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고, 민간의료보험회사와 병원의 연계가 밀접해질 것이다.(삼성병원에서는 삼성생명보험에 가입한 환자만 받는 다든지-) 현재 의료정책의 흐름은 당연지정제 폐지에 그치지 않고, 전국민 의무가입 원칙도 폐기할 것이다. 더 많은 보험료 부담을 지고 전체와 동등한 보장을 받는 상위소득계층 가입자는 굳이 건강보험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보험료가 비싸더라도 보장영역이 많은 민간보험으로 이탈할 것이고(쉽게 이야기해서, 만약 당신이 이건희라면 굳이 건강보험을 가입하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져보라), 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다.
또한 병원과 보험회사의 관계에서 보험회사의 요구에 병원의 의료행위가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회사에서는 자신들에게 손해가 큰 의료행위를 기피할 것이고, 병원은 자신들에게 의료비를 지불하는 곳이 보험회사이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이해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삼성생명의 한해 매출이 27조원이 넘는다. 이는 한국에 있는 모든 대형병원(삼성, 현대아산 등)을 흡수할 수 있는 규모이다. 보험회사가 병원을 지배하는 것은 의료재단의 영리법인화 허용과도 맞물린다. 지금은 보험회사가 병원에 자신들의 이해를 반영하도록 간접적으로 요구하겠지만, 영리법인화 허용이 통과되면 자신들이 직접 병원을 소유할 것이다. 의료법 개정으로 병원 간 흡수통합 또한 허용되었고, 이는 대형병원에 중소규모의 병원이 흡수될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동네 의원이 없어지고 종합병원이 의료 전반을 담당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당연지정제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는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의사집단의 경제적 몰락[쁘띠브루주아 -> (고소득)프롤레타리아]을 불러올 것이란 점에서 조삼모사를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의료체계는 미국에서 실행되고 있는 의료공급자와 보험자가 동일한 형태의 구조가 될 것이다. 미국의 의료체계는 실제 보험자가 공급자를 산 것으로 보험회사가 의료정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미국 내 예비경선에서도 드러나지만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외치는 오바마도 보험문제에 있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자본에 의해 점령된 영역에 공적인 개입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보험회사의 병원지배는 한미FTA를 비롯한 세계화의 흐름 속에 초국적자본의 이윤과도 관계되어 있다. 한미FTA협상에서 미국이 민간의료보험 시장의 규제폐지를 요구한 것은 한국의 의료산업화 흐름에 맞춰 초국적 자본이 한국의 의료체계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것이다. 요즘 TV광고에서 많이 보이는 AIG보험사의 자본규모는 삼성생명의 40~50배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한국진출이 완전히 허용되었을 때 한국병원이 흡수되는 것은 명확하다. 초국적자본의 한국 병원지배가 초래할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요약하면 당연지정제 폐지는 국민건강보험의 붕괴와 병원에 대한 보험회사의 지배(아직은 간접적인, 이후에는 실질적인)를 의미한다. 이것이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단일한 사안에 의해 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추진되어온 의료산업화 흐름 속에서 여러 사안들과 맞물려 진행되는 것이라는 점을 바라봐야 한다. 보건의료영역의 운동이 전문주의에 기반하여 특정집단이 도맡게 되는 경향이 있으나, 보건의료의 쟁점은 덜 가진 자들의 몫을 직접적으로 빼앗아가는 사안이므로 전체 변혁운동의 과제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구체적 실천을 기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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