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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펌]신종플루, 탐욕이 만든 변종바이러스

candy 2009.08.20 10:05 조회 수 : 917


탐욕이 만든 변종바이러스


자본의 세계화가 불러온 질병의 세계화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는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눈이 멀게 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다시 말해 이 소설의 전제인 ‘갑작스러운 전염성 실명’이라는 장치를 통해 인간의 허구적 윤리의식을 까발리고, 혼돈과 폭력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를 고발한다.


소설 속 전염병은 감염자들에 대한 신속한 격리조치에도 불구하고 급속하게 번져 마침내 인류 전체를 감염시킨다. 주제 사라마구가 자신의 소설을 통해 그리고 있는 세상은 철학적 주제를 제외하더라도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는 감염으로 파괴된 세계를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다보면 거리를 메우고 있는 시체들, 으르렁거리며 배회하는 들개 떼와 들쥐들, 파괴된 도로와 차량, 불타는 도시, 거리 곳곳에 그득한 오물과 쓰레기들, 시체처럼 퀭한 얼굴로 절규하거나 빵 한 조각을 둘러싸고 물어뜯으며 싸우는 인간 군상들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지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의 묵시록적 배경이 문학작품 속의 위대한 상상력으로만 다가오지 않고 인류가 언젠가 직면하게 될 섬뜩한 현실일 수 있다는 사실이 독자들을 전율케 한다. ‘원인 불명의 전염병’ ‘돌연변이’ ‘신종 바이러스’ ‘팬데믹(Pandemic 전 인류에게 급속하게 감염되는 전염병)’ 등의 단어가 포함된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어쩌면 불길한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팬데믹, 그 불길한 예감

 

지금 세계는 혼돈과 아우성 속에 갇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가 각 대륙의 모든 나라를 휩쓸고 있고, ‘H1N1’이라고 불리는 신종인플루엔자A(신종플루)가 전 세계 사람들을 바이러스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자유로운 세계 무역을 추구해 온 자본주의가 바야흐로 자본운동의 세계화는 물론 바이러스와 질병의 세계화 마저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돼지 인플루엔자(SI)니 멕시코 독감이니 하며 불리던 것이 지금은 멕시코 정부와 양돈업자들의 항의 탓인지 ‘신종 인플루엔자A’라는 말로 불리고 있다. 이렇게 명칭이 바뀌게 된 이유에 대해 “세계 각국이 미국과 멕시코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는 상황에 이르자 연간 970억 달러(126조 원)에 이르는 미국 돼지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축산업자들의 입김이 작용한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이 돼지냐 아니냐 또는 멕시코에서 발원했는가 아닌가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도 이 변종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고 적잖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류의 바이러스, 즉 백신에 강한 내성을 가지면서 감염력이 높은 신종바이러스가 더 자주 출현하고 있고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신종 플루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신종 플루로 인해 미국 9명, 전 세계 86명이 죽었고 감염자 수는 하루에 1,000명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5월 23일 현재 미국에서만 6,500명의 감염환자가 발견되어 전 세계 감염자 12,000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 세계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휴교령을 확대하고 있으며 축제나 집회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각종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항바이러스제의 판매량이 10배 가까이 급등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초기 조치와 검역을 잘해서 문제가 없다던 한국 정부도 집단적으로 합숙하던 영어강사들의 감염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전국적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위험지역을 여행한 적이 없는데 주변 사람을 통해 감염된 2차 감염(인간 대 인간 감염)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위험 경고 등급을 3단계에서 4단계로, 다시 5단계로 높였다. 6단계로 격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도 나오고 있다. 최종 단계인 6단계가 되면 팬데믹, 즉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대규모 집단 전염병임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상황이 지금보다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특히 올 겨울철 독감과 결합하여 신종 플루의 변종이 창궐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생태계의 복수, 변종바이러스

 

사실 악성 전염병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왔고 수백만에서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의 기록은 인류 역사 곳곳에서 발견된다. 14세기 유럽인구의 1/3을 죽인 흑사병이 그렇고 십자군 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 뒤에는 반드시 대규모 전염병으로 이어졌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했을 당시에도 그들이 들여온 바이러스 때문에 원주민들이 몰살당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20세기 들어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전염병이 창궐해 군인들은 물론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 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8년 하반기에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스페인 독감’이 대표적이다. 미군 병영에서 처음 발생해 급속히 번지기 시작한 스페인 독감은 참전 미군들이 귀환하면서 미국 내에 본격적으로 확산되어 50만 명의 미국인이 죽었고 전 세계로 퍼져 6개월 동안 2,500만~5,000만 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스페인 독감은 일제하 조선도 비껴가지 않아 당시 조선총독부 자료에 따르면, 1918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740만 명이 감염되어 그 중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4년 동안의 사망자 수 1,500만 명의 2~3배에 이르는 수가 불과 6개월 만에 사망한 것이다. 당시 한 과학자가 자신의 저서에 “1918년에서 1919년에 걸쳐 발생했던 유행성 독감은 자연이 인간을 어떤 식으로 끝낼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사건이었다.”라고 적었을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이러스는 ‘소멸시켜야 할 인류의 적’이라는 오해에 대해서다. 생태계는 그것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든 인간과 함께 관계를 맺으면서 진화해 왔는데 그 관계망과 균형이 깨질 때 예기치 못한 위험이 닥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우희종 교수는 “현재 과학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어떤 요인에 의해 사람과 동물, 그리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간의 안정된 관계가 변하면서 인플루엔자의 새로운 변종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전염병 관리와 방역에서 미생물을 인간의 적으로 여기고 인간만이 지구상의 유일한 생물종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오만함을 버리고” 생태계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새로운 변종 병원체가 등장해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경고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인간이 이른바 ‘인간에게 해로운’이라고 이름붙인 모든 생명체와의 관계에도 해당된다.


 

쉼 없이 변이하고 더없이 빨라지는 변종바이러스

 

그런데 인간의 오만함이 빚어낸 현대 과학의 물신주의와 자본의 탐욕이 결합된 ‘성장주의’는 이러한 자연의 복수를 무시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이 언젠가는 인간이 처한 위기 상황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오히려 바이러스의 변이와 확산속도를 더욱 빠르고 예측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1944년 최초의 독감 예방 백신을 개발한 후 미국은 대대적인 접종사업을 벌였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개발 이후 본격적인 접종까지 걸린 1년 동안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백신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후 세계보건기구의 주관 하에 세계적 차원의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백신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지만 이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1957년 중국에서 독감이 유행했을 때 세계보건기구가 예상되는 균주를 선정하고 백신을 개발했으나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독감으로 세계적으로 100만 명이 희생되었다.

몇 년 전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류독감(AI) 역시 마찬가지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야생조류의 창자에서 기생하는데 야생조류는 독감 증세를 보이지 않지만 사람이 키우는 닭이나 오리에게 전파되면 독감 증세를 유발한다. 또한 조류독감은 돼지나 말 같은 가축에게도 전파되는데 돼지의 몸속에 들어간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돼지 창자 속에 있는 바이러스와 융합하여 변이를 일으키고 결국 인간에게까지 전염되는 바이러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1997년 홍콩에서 나타났던 조류독감 바이러스 H5N1은 조류에서 사람에게 감염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충격을 안겨 주었다. 6명을 죽인 후 사라졌던 이 바이러스는 2003년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출현했다. 훨씬 공격적이고 감염력이 높아진 상태였다. 이것은 2005년에도 마찬가지다. 2005년 H5N1 바이러스 감염환자들의 치사율은 무려 85%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바이러스의 변이가 일어나면 인체 감염이 쉬워져 기침이나 재채기 등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파되어 들불처럼 인류 전체에 퍼져나간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인류에게 공포의 대명사처럼 불리워 왔던 에볼라 바이러스나 에이즈 바이러스(HIV)는 혈액이나 체액과의 직접 접촉이 있어야만 감염됐지만, 이 바이러스는 아주 쉽게 감염되며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감염된 사실도 모른다는 것이다.

당시 조류독감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각국에서는 닭이나 오리 수천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대응에 나서 진정시켰지만, 바이러스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철새들을 모두 멸종시키기 전에는 원천적인 해결이 가능하지 않다. 물론 지구상의 철새들을 모두 죽여 없앤다는 것은 더 가능하지 않다.



연구결과 1918년 수천만 명의 인류를 희생시켰던 스페인 독감의 바이러스도 조류독감 H1N1임이 밝혀졌는데, 아시아를 위협했던 조류독감 H5N1과 유전자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 H5N1은 치사율이 대단히 높은 맹독성 바이러스로 점차 사람에게 전이되는 형태로 변이를 거듭하고 있어 ‘제2의 스페인 독감’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에 유행하고 있는 독감 바이러스 H1N1 또한 돼지는 물론 조류와 사람의 인플루엔자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이다. 3종 간 벽을 넘어 돌연변이와 재조합, 변이를 거치면서 형성된 변종바이러스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돼지와 무관하다는 돼지 축산업자들의 항변은 거짓인 셈이다.

그런데 종 사이의 장벽을 넘어 감염되는 경우 강한 인체 병독성을 획득하는 경우가 있어 이런 병원체가 인간에게 재감염되는 경우 그 위험성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에이즈나 광우병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진화는 생존 환경마저 바꿀 정도로 획기적이다. 예전에는 생물체 내에서만 살 수 있었던 바이러스가 죽은 동물의 몸뚱이나 똥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진화한 것이다. 바로 ‘Z+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또한 감염된 닭똥 1그램으로 백만 마리의 닭을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감염력을 보이고 있는데, 만약 이것이 배설물만이 아니라 일반 독감처럼 공기를 통해 전염되거나 사람 간 전이가 가능한 형태로 변이된다면 그야말로 살인적인 ‘팬데믹’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권위 있는 국제관계 전문잡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특집기사를 통해 “앞으로 사람 간 감염이 가능한 변종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경우 전 세계 60억 명의 인류 중 30%인 18억 명이 감염되고 5000만~1억 명을 사망할 것”이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일치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조류독감이 창궐하면 수주일 내 최소 700만 명에서 최대 1억 명까지 사망할 수 있다.” (오미 시게루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소장)

“앞으로 몇 년 안에 강력한 전염성을 지닌 치명적인 독감이 세계를 강타할 수 있다. 이 경우 6개월 내 10억 명이 사망할 수 있다. 현존 독감 바이러스로부터 치명적인 변종이 생겨날 것인데 가장 유력한 후보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다.” (러시아 이바노프 바이러스 연구소 드미트리 리보프 소장)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감염될 경우 1억 5천만 명을 사망케 할 대재앙을 일으킬 것이다.” (데이비드 나바로 WHO 보건 전문가)


 

자본, 최적의 변종 바이러스 배양기

 

여기에다 바이러스의 이동 속도마저 빨라지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의 전염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는 이영순 서울대 인수공통질병연구소장의 말처럼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 역시 비행기나 선박 등 발달된 교통수단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신종 플루도 멕시코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지 2주일 만에 아메리카 대륙은 물론 유럽, 아시아까지 확산되었다.

특히 전 세계를 하나의 시공간으로 묶어내는 세계화 시대와 자유무역정책은 질병의 확산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고 있으며 각국의 규제완화 정책은 검역기준을 턱없이 완화시켜 질병의 세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무분별한 성장과 개발정책 역시 변종바이러스의 출현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숲을 파괴하고 도로를 연장하거나 도시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 야생동물, 가축, 인간 사이의 무차별적인 접촉을 차단해 온 자연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질병이 번지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동물이 인간에게 옮기는 전염병이 늘어나는 것은 삼림 벌채나 무분별한 도시 확장, 부실한 폐기물 처리, 도로·댐 건설, 기온 상승 등이 질병이 번지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에이즈의 원인인 면역결핍바이러스(HIV)이다. 아프리카에서의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야생 침팬지나 원숭이를 무차별하게 사냥하여 식용으로 사용하였는데 이러한 야생동물의 몸속에 기생하던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감염되어 전혀 다른 형태로 변이한 것이 바로 HIV 바이러스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커다란 주범 중 하나는 바로 ‘공장식 축산’방법이다. 보다 높은 초과이윤을 획득에 혈안이 된 자본의 탐욕은 가축 사육에 있어서도 ‘저비용’과 ‘효율성’,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대량생산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공장식 축산이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 축산방법은 미국의 대표적 축산기업인 스미스필드나 맥도널드 등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생산방법’이다. 그런데 좁은 우리에 대량으로 가축을 사육하는 ‘동물 공장’은 변종바이러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 동물공장에서는 근친번식, 밀집사육으로 인해 유전적 다양성과 질병에 취약해진 동물들에게 엄청난 종류의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변종바이러스들이 출현한다. 몸조차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가축들을 밀집 사육하면 병원체들의 순환이 용이하고 빨라져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짧은 시간에 육질이 좋은 품종만을 선택해 생산하면서 동물들에게 테트라사이클린이나 바시트라신 같은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투여하고 심지어는 사용이 금지된 근육 강화제 같은 호르몬제를 과다 투입하고 있다. 결국 공장식 축산에서 생산되는 동물의 몸 자체가 항생제와 호르몬제 덩어리이자 이러한 항생제에서 살아남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용기인 셈이다.

한겨레21 759호에 실린 기사(공장식 농장의 예견된 재앙)에 따르면 이번 신종 플루의 진원지가 된 멕시코 마을의 인근에도 이러한 공장식 돼지농장이 있다.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업체인 미국의 ‘스미스필드 식품’의 계열사인 ‘그란하스 카롤 드 멕시코’라는 돼지농장이다. 마을 주민들은 바로 그 공장이 신종 플루의 진원지라고 지목하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이 업체가 생산한 돼지고기는 모두 95만두로 세계 각지에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다.



 

선택이 필요하다

 

다시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로 돌아가 보자. 소설을 읽은 이들은 누구나 한 가지 의문이 가졌을 것이다. 모두가 눈이 멀어버린 상황에서 어떻게 한 사람(의사의 아내)만은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주제 사라마구는 그녀에게 이 비극적인 묵시록의 기록자로서 의무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에게 ‘이성’이라는 임무를 부여하고자 했을까.

인간의 감각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시각’이 사라지면서 혼란에 빠진 인간들은 ‘이성’을 상실했고, 시각과 이성을 잃어버린 그들은 세계에 대한 절대적인 무력감과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무력함과 두려움을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 대한 가학적 폭력으로 탈출하려는 무리와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절망 속에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만드는 ‘감염된 세상’에는 어떤 죄의식도,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모든 상황, 야만과 탐욕, 폭력과 파괴, 좌절과 무기력이 어우러진 상황들을 두 눈 똑똑히 뜨고 목도해야만 했던 그녀만은 온갖 고뇌와 번민 속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버둥 쳐왔고 결국 그녀와 그녀의 인도를 받은 이들은 살아남게 된 것이다.

자본의 탐욕스런 식욕 때문에 온 세계가 파괴되고, 소설 속 세상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믿을 것은 ‘이성’ 뿐이라면 너무 무기력한가? 인류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길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학도 아니고 돈도 아니며 오로지 ‘자연와의 관계 속에서 인류의 미래를 찾는 생태적 이성’ 밖에 없다. 개인들은 비윤리적이고 비생태적인 방법으로 생산된 먹을거리를 줄이고, 무엇보다도 탐욕스런 식탐을 가진 자본과의 거래관계를 끊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Box>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Influenza)는 18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발병한 독감을 칭하는 말 ‘Influenza di freddo’(추위의 영향)에서 유래되어 현재는 일반적으로 독감을 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의 세 종류가 있는데 그 중 A형이 가장 감염력이 높다. A형은 항원의 차이로 구분하는데 이론적으로 H항원 16종, N항원 9종의 배열에 따라 총 144종의 종류가 있을 수 있으며 변이가 발생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무한대의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 A는 H1N1이다.

 

월간 <노동세상> 200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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