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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 만들기

<기고>원광대 교수 성폭력 문제 진행경과를 보며

<편집자 주>몇달간 논란을 빚어왔던 원광대 교수 성폭력 논란이 학교당국이 해당교수에 대해 정직처분이라는 징계를 내림으로써 일단락됐다. 교수성폭력문제에 관한 대책위에서 활동했던 한 대학생이 사건을 경과하며 느낀 문제의식을 정리해 기고했다.



작년 12월 원광대 총학생회에 교수와 학생 간에 발생된 성폭력사건이 접수됐다.


문제가 된 교수는 “너는 예뻐서 난자 값이 비싸겠다”, “성폭행을 당한 여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아줌마들이 뻔뻔스러운 것은 이미 아이를 낳을 때 은밀한 부분까지 모두 다 보여줬기 때문이다” 등 그동안 무수히 언어적인 성폭력을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학생회에서는 대책위를 구성했고, 100일이 넘는 동안 학교 측에 정확한 진상조사와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 교수의 수업을 받는 해당학과 학생들은 수업거부와 집회를 통해 교수에 대한 해임을 요구했다.


진상조사를 하는 동안 교수는 신고한 여학생에게 F학점을 주었으며, 그 여학생은 그 과목을 이수하지 않으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또 이 교수는 조사과정에서 ‘성희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가 얘기를 번복하는 과정이 있었으며,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성적문제를 가지고 그러는 것이다’고 말하는 등 논란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13일 학교 징계위원회는 교수에 대해 정직처분을 내렸다.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교수와 학생간에 발생하는 성폭력은 권력관계라는 특수성이 성립된다. 대학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교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성폭력가해를 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국 대학 사회의 구조적인 모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교수 성폭력은 교수와 학생간의 위계적인 권력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학사회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행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혀 문제시 되거나 가시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학내에서 공개화된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교수성폭력 사건처리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실증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징계권자인 학교 당국이 사건 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피해학생을 보호하려 하기 보다는 문제를 덮고 감추는 데에 더 급급했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교수 성폭력문제에 관한 학생들의 대자보와 플랑이 학내 곳곳에 붙여져 있었지만 학교 당국은 해마다 신입생을 받아야 하므로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방문할 때에는 플랑을 떼었다.



피해학생 보다는 교수 지위보장이 우선됐던 과정


교무처에 교수의 성폭력이 접수되었을 때에도 문제화된 교수는 수업을 계속 했다. 학교측은 이것에 대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진상조사를 할 때 에도 가해교수가 출석하여 조사를 받는 것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었다.


징계위원회가 정직이라는 징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이러한 징계는 가해교수의 지위를 보장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징계는 교수 지위를 이용해서 그 영향력 아래 있는 학생을 성폭력 가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라는 지위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교수 성폭력이 의미하는 것은 가해 교수에게 더 이상 대학사회에서 교수지위를 유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가해교수가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 그 정도를 나누어 징계하는 것보다는 학생이 입은 성폭력 피해와 학습권 침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징계를 내려야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결과이다.


어찌보면 학교당국 자체가 가해 교수를 징계할 자격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징계위원회는 학교측 5인과 법인측 4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성폭력에 대한 전문성은 결여되어 있는 상태에서 징계위원회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사건처리에 있어서도 징계를 논의 하는 사람들은 학교 교수들이었고 그러다보니 사건 논의 과정에서도 피해자인 학생측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았다.


학교 당국과 교수들은 교수 성폭력을 보는 관점에 있어서 대학에서 교수 지위가 이용되었다는 문제점을 인식하지 않고 사소한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교수 성폭력을 대학 사회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교수 개인의 잘못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교수에 대한 처벌만 내리면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징계처분 후에도 남는 문제들


다시는 학교에서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처리에 대해서도 이번을 계기로 실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만 징계위원회의 발표와 함께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학교측과 대책위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가해교수에 대한 징계가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는 점에서, 피해자가 이후에도 학습활동에 있어서 또 다른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수 성폭력 처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이다. 가해 교수의 영향력 때문에 피해 학생이 또 다른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반성폭력운동이 학내에서 일어나야 할 것이며, 학칙의 개정으로 모든 구성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보호하고 학내의 모든 교육권과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 원광대학교 여성연구모임 '바람꽃' 회원




2005-05-17 20:23:30 최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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