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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일반 언니, 운동은 원래 이런 거야?

慧岩.. 2005.07.28 09:10 조회 수 : 669

며칠 전 메이데이 몸짓공연 관련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찾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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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운동은 원래 이런 거야?"




115주년 메이데이를 하루 앞둔 지난 4월 30일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전국학생투쟁위원회(전학투위)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430전국학생투쟁대회가 열렸다. 대회는 발언과 각 위원회의 활동보고, 문화공연, 서울대학교까지의 거리 행진으로 이어졌다. 그 곳에서 만난 모 여대 2학년 A씨도 대열 중 한 사람이었다. A씨는 메이데이의 의미와 연대의식에 동의해서 참가했지만 집회문화를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굉장히 진보적인 분위기라고 생각했어요. 장애인 학생과 이주노동자가 나와서 발언하고, 위원장도 여자였거든요. 그런데 새내기 발언 때 귀엽다, 잘한다, 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남학생들을 보면서 이건 좀 아닌데 싶더라고요.”




행진을 하면서는 이런 생각이 증폭됐다고 한다.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 모습이 ‘진행위원’ 격인 학생들의 눈에 띄면 그들은 “빨리 뛰란 말이야! 뭐하고 있어!”하고 호통을 쳤다. 지친 여학생들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 뛰어 올라갔다. 대열이 정비되지 않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A씨를 충격으로 몰고 간 것은 사수대였다. 집회에서 사수대는 대오의 길을 터주고 시위 참여자들이 안전하게 통과하도록 ‘지켜주는’ 영웅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 날도 지하철역에서 임무를 수행한 사수대는 선봉 깃발을 들고 영웅처럼 대오의 곁으로 돌아왔다. 물론 대부분의 사수대는 남학생들로 구성된다.




“사람들이 들어오는 사수대를 향해 박수와 환성을 보냈어요. 우리를 지켜준 영웅이라는 거죠. 자신의 학교 옷을 입은 사수대에게 더 큰 환호를 보내는 건 기본이에요. 저는 다른 것보다 모 대학 여학생들이 ‘사수대,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를 부르며 율동까지 곁들이는 것을 보고 경악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다같이 즐거워하는 분위기인 거예요.”




행진 내내 A씨는 어떤 경로로 목적지까지 가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단지 선배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서 뛰었을 뿐이었다고.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는 까닭이, 사실은 그 선배들도 몰랐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중앙집중적인 시스템인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네요. 전경들에게 정보가 샐 염려도 없고요. 이해야 하지만 우리는 하나다, 라는 구호가 그렇게 공허하게 들릴 수가 없더라고요. 위에서 이끄는 대로 따라가야 하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죠.”




또 다른 참가자인 모 남녀공학 대학교 4학년 B씨는 지난 해 메이데이 전야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언어폭력 사건이 있었어요. 대오 중 한 여학생이 담배를 피우다가 남성노동자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죠. 그 사건은 전학투위에서 전야제 오프닝 멘트 때 바로 얘기되더라고요.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 여성동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집회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요. 여성들이 자꾸 빠져 나가니까 위기의식을 느낀 거예요.”




올해는 조금 달라졌을까.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어요. 이게 놀라운 것이, 이전에는 별로 듣지 못했던 구호였거든요. 아무래도 불안정 노동 철폐가 기조인 데다가 비정규직의 70%가 여성노동자라서 그런가 봐요.”




그러나 여성노동자는 여전히 남성노동자의 중심 저변에 서 있다고 느껴진다. “바로 얼마 전 본 영상의 자막이 어이가 없었어요. 여성노동자들이 남성노동자들에게 보호 받았던 존재라고 하더라고요. 지배층의 기만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여성들도 나섰다, 뭐 이런 식이에요.”




집회방식도 여전하다. “문화제나 집회에서 발언 후에는 보통 구호를 외치고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남성동지들은 갖은 악을 쓰면서 구호를 외쳐요. 분위기를 돋우려고 하는 거겠지만 많은 여성동지들이 오히려 위축될 수밖에 없죠. 저도 꼭 저렇게 해야 되나 싶어서 기분이 안 좋아져요.”




예전에 여의도에서 전경과 대치할 때 한 남성노동자가 전경들에게 주정을 부리고, 또 다른 곳에서 집회할 때는 한 남학생이 혼자 흥분해서 난리를 치는 통에 대오가 어쩔 줄 몰라 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함께 참가했던 1학년이 뛰다가 지쳐서 물어요. ‘언니, 운동은 원래 이런 거야?’ 하고요. 그 친구는 ‘투쟁’이라고 하면 팔뚝질하면서 한 가지 구호만 외치고, 줄창 뛰기만 하고, 조금이라도 굼떠 보이면 욕먹는 장면밖에 기억이 안 날 거예요. 앞으로 바꿔나가야죠. 쉽진 않겠지만. 집회 방식을 바꾸는 건 비정규직 철폐만큼이나 어려운 것 같아요.”




남성중심적인 집회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여성동지들이 집회의 현장에서 떨어져 나가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쟁의 현장에서 무조건적인 연대를 외치는 것보다 투쟁의 방식을 고민해 보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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