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측에 요구한다
[성명서]자발적인 성노동(sex working)과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인정하라
세계여성헌장(헌장)중 정의 부분 " 선언3 "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인간의 육체적이고 도덕적인 완전성은 보호되어야 한다. 고문과 모욕은 금지되어야 한다. 성폭력, 강간, 여성 성기 절단, 여성에 대한 폭력, 성매매(sex trafficking), 인신매매는 개인과 인류 전체에 대한 범죄이다."
[요구사항] 성매매(sex trafficking)를 "성노동자의 의사에 반(反)하는 강제적 성매매“로 수정하고 ‘자발적 성노동(sex working)은 무관함’ 이라고 단서를 첨부하라.
우리들의 성노동(sex working)은 현 조건에서 우리들이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며 성노동자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여늬 직업처럼 가변적이다. 범죄적 성매매인 ‘강제적 성매매(sex trafficking)’는 한국에서는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자발적 성노동(sex working)과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를 억압할 구실을 제공한다.
따라서 우리는 위와 같이 요구하는 것이다.
평등 항목을 보자.
"(선언1) 모든 인간과 사람들은 모든 지역과 사회에서 평등하다. (선언2) 어떠한 인간의 조건 및 삶의 조건도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 (선언3) 어떤 관습, 전통,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적 체계 또는 정책도 누군가를 열등하게 여기는 것을 정당화하거나 인간의 존엄, 신체적 정신적 완전성을 해치는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
(선언4) 여성들은 연인, 동료, 아내, 엄마, 노동자이기 이전에 성인이고
시민들이다."
그렇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당신들과 하등 다를 바 없으며 당연히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왜 한국 여성계 권력자들은 관습과 종교와 이데올로기 등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어 우리들을 열등하게 여기려고 애쓰는가. 우리들은 헌장에서처럼 성인이고 시민들임을 알아야 한다.
자유 항목을 보자.
"(선언1) 모든 인간은 모든 형태의 폭력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 어떤 인간도 다른 사람의 재산이 아니다. 어떤 사람도 노예제, 강제 결혼, 강제 노동, 인신매매, 성적 착취에 놓여서는 안 된다."
맞는 말이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어떤 형태의 노예제나 강제 노동, 인신매매, 성적 착취 등의 폭력에서 자유로우며(자유로워야 하며), 만약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우리들은 단호하게 저항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알아야 한다.
"(선언2) 모든 인간은 그들의 존엄을 보장하는 집합적이고 개인적인 자유를 누린다.
(선언3) 자유는 사회에 의해 민주적으로 결정된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구조 내에서 관용과 상호 존중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선언4) 여성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육체, 출산력, 섹슈얼리티에 대해 결정한다.
그렇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집합적이고 개인적인 자유를 추구하며 한국 여성계 권력자들에게 존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제정 시행되고 있는 성매매 특별법은 민주적 공론화의 과정를 거치지 않은 반민주적 악법으로 관용도 상호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들은 이미 우리의 육체와 섹슈얼리티를 결정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연대 항목을 보자.
"(선언2) 모든 인간은 상호의존적이다. 그들은 함께 살고, 인권에 기초한 관대하고 정의롭고 평등적인 사회를 건설할 의무와 의지를 공유한다. 이 사회는 억압과 배제, 차별, 불관용과 폭력에 자유롭다. (선언3) 사람이 사는데 필수적인 천연자원과 상품 그리고 서비스는 모든 개인이 평등하고 공정한 접근권을 가지는 공공재와 서비스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 성노동자들과 고객들 또한 상호의존적인 관계다. 오히려 우리를 억압하고 배제하며 상호의존성을 깨뜨리는데 치중하는 집단은 한국 여성계 권력자들이다. 성욕은 식욕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사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성적인 결핍자들에게 우리들이 제공하는 성적 서비스는 인정받을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의 항목을 보자.
"(선언2) 사회적 정의는 빈곤을 제거하고 부의 획득을 제한하며, 모든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부의 평등한 재분배에 기반을 둔다.
(선언6) 보건, 사회 서비스는 공적이고 접근가능하며 질이 좋아야 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겨에는 HIV와 같은 모든 유행성 질병에 대한 치료 및 서비스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다. 우리 성노동자들의 성노동은 빈곤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인정한다. 우리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사회 전체의 빈부 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펴면 된다. 우리들에게 과도한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여타 빈곤층들에 비해 매우 불공평한 일이고 또한 한국 여성계 권력자들만의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다. 우리들은 지금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평화 항목을 보자.
"(선언1) 모든 인간은 평화로운 세계에 살아야 한다. 평화는 남성과 여성간의 평등,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법적, 문화적 평등, 권리의 보호, 빈곤 감축, 모든 이의 존엄한 삶, 폭력 종식의 결과이며, 모든 이들이 고용, 식량, 주택, 의복, 교육에 대한 충분한 자원, 노후 보장,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갖게 될 때 달성될 수 있다. (선언2) 관용, 대화, 다양성 존중이 평화의 기초이다.
(선언3). 개인 간,그룹간, 소수자와 다수자, 국가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지배와 착취, 배제는 사라져야 한다."
맞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평화로운 삶을 위해 당장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싶다. 그러나 성매매 특별법에 의해 이 접근권은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채 성노동자들은 질병에 노출된 상태다. 또한 한국 여성계 권력자들은 우리들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는 여성들을 이용하며 성노동자들의 평화를 깨고 있다.
그들은 결과적으로 우리를 지배하려는 것이다. 당신들은 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한번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측에 촉구한다.
정의 항목 선언3에서 성매매(sex trafficking) 부분 번역을 "성노동자의 의사에 반(反)하는 강제적 성매매“로 수정하고 ‘자발적 성노동(sex working)은 무관함’ 이라고 단서를 첨부하라.
우리 성노동자들은 2005 릴레이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이 '빈곤의 여성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한 보다 정교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기층 민중의 하나인 세계의 성노동자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기를 희망한다.
2005. 6. 9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한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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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도 인간이다. 성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하자!
김 정 은 (사회진보연대 여성부장)
성매매는 여성의 빈곤, 여성 노동의 현실, 성의 상품화, 가족 제도 하에서 억압당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 등 여성 일반이 겪는 문제들이 중첩되어 드러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껏 성매매는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원인들이 제기되기보다는 그 원인이 '성을 파는' 여성들의 도덕적 문제로(또는 여성들의 성을 사는 남성들의 문제로) 치부되었고,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성매매 여성들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사회적인 낙인과 편견으로 고통 받았다. 따라서 우리가 성매매 문제를 개인적인 행위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제기하는 것은 성매매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이 성매매 여성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성매매 문제 해결에 대한 관점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쟁취하는 과정은 그녀들의 긍정적인 주체화, 조직화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하는 자, 성노동자로서 그녀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그간 남한사회 성매매 운동에서 펼쳐진 담론들을 살펴보며 성매매 여성들이 주체로 설정될 수 없었던 성매매 논의의 공백을 현재 성매매 '근절'의 근거로 제기되는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제기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노동하는 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은 '성'노동자라는 차이를 주장하기 보다는 '노동자'로서의 공통의 권리를 긍정하자는 주장이다. 이 때 성매매가 개별행위자들의 행위이기에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금지주의의 관점을 폐기하고, 사회구조적인 지배, 착취, 폭력의 문제로 쟁점을 확대하고 성노동자들의 주체화와 조직화를 가능케 하기 위한 측면에서 비범죄주의는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성매매는 여성 일반의 문제이고, 여성 해방의 과정 속에서 폐절될 수 있다. 성매매 '근절'이라는 당위 선언이 아닌, 성노동자들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 성매매 폐절을 위한 운동 속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실천이 되어야 한다.
성매매 논의에서 성노동자가 부재했던 이유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성매매방지법의 강력한 시행을 요구했던 여성운동 단체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했던 지점이 아마도 집결지 여성들의 시위를 접했을 때일 것이다.
성매매방지법 시행이 오히려 생존권을 억압한다고 말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여성운동계가 말하던 '피해'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아니었다. 여성운동계는 '포주의 강요', '스톡홀름 신드롬'(인질이 장기간 범인에게 잡혀 있다보면 나중에는 범인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운운하며 그녀들의 발언 자체를 '사뿐히 즈려밟고' 초지일관 경찰의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사회에서 성에 대한 페미니즘의 문제제기가 성적 억압의 한 형태인 성매매에 집중되었던 상황에서 성매매에 대한 분석이 성매매 여성의 주체성을 상정하지 못한 채 성매매 '근절'을 위한 법 개정 운동으로 나아갔던 논의의 과정들을 반영한다.
기생관광 반대 운동으로 대표되는 70~80년대 성매매 운동은 기독교 여성운동의 주도 하에 이뤄졌다. 이 기독교 여성운동은 정부의 기생관광 정책과 이를 통한 외화 획득, 향락 산업의 문제를 비판했다. 이들은 기생관광 반대의 근거로 '민족의 수치'를 언급하거나 성매매 여성의 인권 유린을 성의 상품화로 인한 '정조'유린의 문제로 제기했다. 당시 성매매 운동은 가부장제에서의 남녀 성별 권력관계, 성매매 문제와 여성 문제 전반과의 연관을 해명하지 못했던 한계를 보였다.
이러한 기독교 여성운동은 이후 쉼터와 쉼터의 연합체인 ('매매춘 근절을 위한')한소리회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절박한 여성'을 지원하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문제를 이슈화했다. 이들은 성매매를 개인여성의 문제가 아닌 '매매구조'의 문제로 제기했다. 매춘여성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을 드러내 성매매 여성이 자발적으로 매춘을 하고 있다는 사회적 통념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탈매춘이 왜 불가능한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었다. 성매매 현장에서의 인신매매, 구금, 강간, 포주의 착취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몰린 성매매 여성들의 비참한 현실이 폭로되었다. 성매매 여성은 거대한 성적 착취 구조의 피해자로 인식되고 성매매 현장에서 '구출'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한계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착취당하고 소외당하는 인간'을 구원한다는 '종교적'인 맥락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운동을 전개하였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여성학계가 성매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의 문제는 단순한 성 문제가 아니라 여성노동, 가족 등의 문제가 얽힌 여성문제의 결정판이라는 인식 또한 가능하게 되었다.(민경자,「한국 매춘여성운동사」, 『한국 여성인권운동사』, 한울아카데미, 1999) 그러나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성매매가 여성의 생존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는 점을 간과한 채 성매매 문제에 대한 과제로 성매매 '근절'을 고수하고, 성매매 반대의 근거는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라는 명제를 제출하였다.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성매매 근절을 요구하고 성매매방지법 개정운동을 펼쳐온 것이 현재까지 여성운동계의 성매매에 대한 입장이다.
여성운동계는 '자신의 쾌락과 이익을 위해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을 사물로 취급하는 성매매의 경험은 결국 여성을 대상화, 사물화하는 성폭력의 경험과 일치하고 남성에게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듯, 성매매는 돈을 주고 행하는 "연습게임"이라며' 서구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입장을 논거로 삼아 성매매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다.(원미혜,「우리는 왜 성매매를 반대해야 하는가」, 『섹슈얼리티 강의』, p180, 동녘, 1999)
남성일반이 여성일반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구조 아래서 성매매 여성은 성폭력의 피해자이며, 성매매에서 자발이나 동의는 불가능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은 성매매방지법에서 성매매 여성을 동질적으로 피해자라 규정했던 지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성매매를 '선택'했고 성매매를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주장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요구와 행위는 그녀들이 얼마나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되었고, 그녀들은 정신적 치료와 사회 '적응' 훈련이 필요한 더욱 약한 피해자가 되어갔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성매매에 대한 논의는 '왜 성을 파는 사람이 여성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지만 '왜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에 유입되고 남아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간과한 채 성매매 여성들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억압해온 한계를 지닌다.1) 그리고 이러한 한계는 서구에서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성에 대한 분석이 남성의 '폭력적인 성'으로 인한 여성의 성적 실천의 위험성을 부각하면서 여성들이 성적 실천에 대해 발언하지 않거나 그로부터 후퇴했던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의 실천 지점을 남기지 못했던 역사적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검토에서 알 수 있듯이 성매매 문제는 성매매 여성들의 문제로만 환원되고, 성매매 여성들은 '정조'를 훼손당한 자, 구원받아야 하는 자, 남성의 성적 착취의 희생자, 스스로 성매매를 '선택'했다고까지 말하도록 '세뇌'당한 성적 착취 구조의 피해자로서만 인식되었다. 성매매방지법 이후 생존권을 위해 성매매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집결지 여성들의 존재는 지금까지의 논의에서는 다뤄질 수 없었던 공백이었던 것이다.
성매매 여성도 노동자다!
역설적이게도 지금껏 남한의 성매매 금지주의 법 아래에서 범죄자이자 '문란한' 여성이라 낙인찍히며 살아온 성매매 여성들이 집단적인 시위를 통해 자신들을 드러내고 권리를 요구한 것은 성매매방지법 제정과 시행의 후과다. 그녀들의 존재와 요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와 여성운동계에 대항하여 이들은 스스로를 조직화하여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노동에 의한 대개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으로서 노동자'2)라고 말하며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을 성'노동자'로 호명하는 것은 육체적인 거래라는 도덕적 기준을 고수하며 그녀들과의 차이를 강조하기보다는 인간이자 노동하는 자로서의 공통의 권리를 긍정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녀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그녀들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고 그에 대해 발언할 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성매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그 쉽지 않은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리자가 아닌 주체로서 사회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된 그녀들의 삶을 가시화하는 것은 그녀들을 억압했던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분쇄하는 운동의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런데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자고 했을 때, "성노동이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인가?", "성매매를 노동으로 긍정함으로써 성매매를 지속시키자는 것 아닌가?"하는 물음들이 제기된다. 과연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칭하면 성매매가 확대될 것인가. 그렇다면 그동안 성매매가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고 명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성매매가 노동이냐 아니냐의 성격 규정은 성매매 감소·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성매매를 발생시키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그를 제거하는 운동의 과정을 통해서만 성매매는 폐절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자신의 임노동을 팔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그리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 때 성매매가 진정한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이 아닌 것은 현재 자본주의에서 존재하는 대다수의 노동이 그러한 '노동'이 아닌 것과 같다.
자본주의에서 임노동은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형태를 띠기 때문에 노동자의 집단적인 권력을 통해 착취에 맞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임노동 관계를 폐절하는 운동의 일환이 된다. 그러나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임노동 관계를 폐절하는 것이 즉각적으로 그러한 임노동 관계에서 철수하라는 주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같은 이유에서 집결지 여성들도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일터에서 철수할 수 없음을 주장했다. 여성의 의제로서 가사노동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여성들이 이를 전담하자거나 가사노동이 이뤄지는 공간인 가족을 폐쇄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가사노동이 성별분업이라는 논리로 여성들에게 전담되고 여성이 수행하는 노동을 평가절하했던 측면을 비판하고
가사노동의 전화를 제기하고자 했던 측면을 되새김해야 할 것이다.
성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장 '폐쇄'가 아니라 자신들이 착취당하지 않고 노동할 수 있는 집단적인 권력을 형성하는 권리 쟁취의 과정이다. 현재 성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착취당하며 건강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성노동자들은 남들 다 자는 시간에 노동하며, 노동시간도 무척 길고, 노동과정에서 원치 않는 임신, 그에 따른 낙태, 성병이나 AIDS와 같은 질병에 노출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성노동자 자신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를 통해 생존을 유지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성노동이 자아실현을 위한 '노동'이 될 수 없으며 종국에는 폐절되어야 한다는 지향은 명확하다. 성매매는 여성의 육체와 성적 이미지가 상품 가치로 거래되는 성의 상품화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만을 '근절'함으로써 성의 상품화 일반을 저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여성들이 자신의 육체와 성적 이미지를 통제할 수 있는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식하고 요구하는 운동의 과정 속에서 그 한 형태인 성매매 또한 폐절될 수 있을 것이다.
성매매를 비범죄화하자!
성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권리 쟁취를 위한 조직화를 가능케 하기 위해 성매매의 비범죄화는 필연적인 요구이다. 당연히 현행 범죄자의 신분이 성노동자들의 주체화와 조직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금지주의가 성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억압해왔다는 비판적 평가와 맞닿는 바이기도 하다. 금지주의는 성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온갖 폭력에 노출시켰다. 금지주의는 성매매의 음성화를 동반하는데 음성화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성매매를 양산하는 범죄 조직, 그와 결탁한 경찰을 만들어냄으로서 음성적 성매매를 가능케 하는 구조를 양산한다.
음성화는 단지 성매매 업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단속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노동자들의 인권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비판되어야 한다. 포주와 남성 구매자들은 성노동자들이 범죄자라는 신분을 악용하여 그녀에게 폭력과 착취를 휘둘렀지만 성노동자들은 처벌이 두려워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할 수 없었다. 더구나 사회적으로 남성들에게 성매매가 용인되는 것과는 별개로 성노동자를 도덕적으로 타락한 이로 보고 손가락질하는 '창녀' 낙인은 성노동자를 가정과 공동체로부터 추방하여 더욱 고립시켰다. 고립된 여성들은 여기저기 팔려다니고, 지속적으로 살인이나 강간 같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으며, 자신들의 아이를 양육할 권리마저 의심받았다.(김정은, 「성매매방지법과 성매매를 둘러싼
쟁점」, 『월간 사회진보연대』, 2004년 11월호, 통권 50호)
그러나 비범죄주의가 성매매를 둘러싼 모든 법률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성매매 자체를 규제하지도, 성매매를 합법적으로 인정하지도 않는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의 비범죄주의 국가에서 매춘을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 상업적 목적을 위한 아동과 성인에 대한 성적 착취 행위에 가담한 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는 등의 적극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법률의 개입이 필요한 지점은 성매매를 금지하는 지점이 아니라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지점이어야 한다. 포주로부터 부당하게 임금을 착취당하지 않을 권리, 남성 구매자의 폭력과 강간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남성 구매자를 처벌할 권리, 평생 직업도 아닌 성매매를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권리,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신매매 되지 않을 권리 등은 성매매를 금지하는 형법이 아닌 노동법이나 상법, 민법과 같은 여타의 법률로 보호할 수 있다.
현재 성매매를 둘러싼 각 국의 입법 정책을 금지주의, 합법적 규제주의, 비범죄주의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비범죄주의 또한 국가가 성매매를 관리· 통제하는 법률의 일환이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비범죄주의는 19세기 유럽의 합법적 규제주의 정책이 공창이나 등록제로 성판매 여성을 '통제'했던 것에 반대하여 폐창운동이 전개되면서 모색된 하나의 시도이자 전략이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의미를 찾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주장은 금지주의가 아닌 나머지, 합법적 규제주의나 비범죄주의에서 하나를 선택하자는 것이 아니다. 물론 어느 사회에서 어떤 정책을 행하든 간에 성매매를 완벽히 근절하거나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매매 관련 법률안의 의미를 상대화하고 사회적으로 만연된 성매매의 형태를 억제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을 최소화하는 데 성매매 법률안의 의미를 둔다면, 우리는 성매매 정책을 사고함에 있어 어떤 법률안의 형태가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매매가 도덕적이거나 법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개별 행위자들의 행위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지배, 착취, 폭력의 문제로 쟁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성매매 수요-공급에서 성 구매자와 알선자,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성립의 원인으로 보고 이들을 처벌해야 성매매가 감소한다는 금지주의의 관점을 폐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범죄주의를 통해 우리는 성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면서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회구조적인 원인들을 인식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김정은·호성희, 성매매, 새로운 담론을 위해(2)-각 국의 성매매 법률안 고찰」, 『월간 사회진보연대』, 2005년 3· 4월호 통권 53호)
한국 사회에서 서울여성영화제라는 형식을 빌어 공식적으로 성노동 담론이 제기되기도 하고, 아직은 적지만 여러 여성단체나 조직들이 성노동자를 인정하고 그녀들과의 연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성노동자'만'을 비범죄화하고 남성 구매자는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성이론』에서 고정갑희씨는 성매매종사여성들의 노동을 성노동으로 칭하고 당연히 그녀들을 비범죄화해야 하지만 '진짜 범죄자는 가부장적 구조를 유지해 온 남성 집단이므로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남성구매자를 처벌하게 되면 여성들이 먹고사는 일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생존을 누군가가 책임져 줘야 하고 그래서 구출과 구제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다, 이런 딜레마는 있지만...'(고정갑희, 〈성매매방지법과 여성주의자들의 방향감각〉,《여/성이론》통권 12호)이라고도 말한다. 그녀는 이런 '딜레마'를 감수하면서까지 남성 구매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성노동자만을 비범죄화하여 처벌을 면하는 것과 여성운동진영이 모든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이기 때문에 처벌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 다른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가부장적 구조를 유지해온' 남성 집단을 처벌하면 가부장적 구조가 폐지될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처벌되어야 가부장적 구조가 폐지될 수 있을까. 남성들이 처벌되기만 하면 여성들의 성적 억압은 사라지는가.
여성의 성적 억압과 착취라는 가부장적 구조는 남성 일반이 유지해온 것이 아니라 가족 제도 하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욕 추구가 다른 방식으로 조직되었던 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 가족 제도 하에서 여성의 성은 재생산을 위한 기능만을 부여받았으며, 여성의 성욕은 억압되었다. 성매매에서 드러나는 ('성매매 여성'이 아닌) 여성 '일반'의 성적 억압과 착취의 구조는 가족 제도 하에서 성욕이 부정되고 억압되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따라서 여성의 억압과 종속에 기초한 가족 제도의 전화 없이는 여성 '일반'의 성적 억압은 소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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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性)노동 합법화 움직임이 거세다. 성노동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권을 적용하라고 말한다. 세계적 빈곤의 최대 피해자가 여성이며 이로 인한 자발적성노동 종사 여성들을 피해자의 측면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은 지난 9월 시행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이 그 성과도 극히 미미한데다 빈곤 여성을 더욱 더 힘든 생존의 고통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성매매 여성들도 직접 나섰다. 성매매방지특별법에 반대해 수십 차례의 시위를 벌이고 국회 앞 천막농성을 벌였던 성매매 여성들이 ‘성노동 합법화와 노동권 확보’를 걸고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의 노동자성 인정 및 노동권 쟁취 외에 ‘정직한 성산업인’과 성노동자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국민의 의지에 반하는 성매매방지특별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와 같은 성노동 합법화 움직임의 근거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성노동이 엄연한 산업으로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총 400백만 이상이 성노동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직접 성을 팔고 있는 여성은 정부추산 약 33만 명에서 여성계 추산 약 150 만 명이다. 시장 규모는 약 24조원으로 우리나라 GDP 4%를 넘어선다. 연간 1회 이상 성을 구매하는 남성은 약 320만 명으로 이들의 성 구매 횟수는 월 평균 4.5회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8.7%가 성노동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6.7%가 넘는 남성이 성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이렇게 엄청난 숫자가 종사하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금지법은 있으되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 줄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성노동 여성들의 인권 침해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셋째는 빈곤의 문제, 특히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빈곤 문제이다. 사회적 권력과 부의 남성 치중 현상으로 인해 여성은 빈곤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과 동시에 최대 피해자다. 자발적 성노동 여성은 이러한 빈곤의 문제가 만들어낸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빈곤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과 아동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남성 노동자의 약 40%가 비정규직 노동자인데 반해 여성 노동자의 약 70%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남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여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58%에 불과하다. 이러한 극심한 빈곤이 여성을 성매매의 영역으로 유인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빈곤이 사실이라고 해서 곧바로 성매매가 타당한 것은 아니다. 빈곤의 문제가 심각한 나라에서는 아직도 아동에 대한 노동착취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고 아동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권 확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아동은 자본의 착취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아동 인권’의 시각인 것이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자본이 세상의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것에
저항했던 역사다.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자본이 노동자의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부리는 시간을 제한하는 투쟁이었다. 한마디로 노동권은 노동할 권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부리는 자본의 상품화에 맞설 권리인 것이다. 빈곤의 문제로 인한 여성의 고통을 ‘성의 상품화’와 맞바꾸려 하는 것은 자본의 상품화 욕망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착취로부터 맞서 자유로울 권리인 ‘노동권’의 신장에는 하등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성의 상품화’는 성노동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대로 이미 ‘산업’의
수준으로 발달했다. 우리나라 GDP의 4%를 차지할 정도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인 것이다.
그러나 GDP의 몇 퍼센트를 차지한다 하더라도 무기 밀무역 따위를 합법화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GDP 4%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의 상품화’에 관대하여 여성의 성을 침해하고 유린하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지 합법화의 근거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의 버려야 할 악습을 산업화 시키자는 주장은 이 사회 모든 여성의 성을 ‘상품화’시키자는 주장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이다.
물론 성매매방지특별법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집장촌 성매매 여성의 상당수가 집장촌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은밀히 성을 매매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주택가까지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정부의 성매매 여성 자립 활동 지원도 그 실효성이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 여성의 평균적 임금과 생존, 가족 부양을 대체할 타 직종 전환 유인책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정책이 그 실효성을 떠나 의지 자체를 의심해 볼 대목이다. 자발적 성매매 여성의 경우는 성매매 이유가 ‘자발적’이라는 데 있어 더욱 더 문제가 심각하다. 빈곤을 해소할 정책적 경제적 지원이 아주 없는 상태에서 타직업전환이 강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는 경제적 수준에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성매매가 여성의 성 상품화를 극도로 밀어붙이고 가부장제 사회를 유지 시키는 남성 중심 사회의 수단이며 여성의 ‘인권’을 심히 훼손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바르지 않은 수단을 경제적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은 가부장제 자본주의의 논리일 뿐이다.
자본의 ‘성 상품화’와 최근의 ‘성노동 합법화’는 그 표현과 요구는 다를지 몰라도 맥락에서는 동일하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을 ‘파시즘’적이라고 비난하기 이전에 성노동 합법화가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에 얼마나 봉사할 것인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2005년 7월 19일(화)/ 사회당 대변인 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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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을 탈퇴하면서)
다가오는 9월 23일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법을 만든 주체이며 시행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가진 여성권력자들에게는 정치 권력을 확대한 기쁨과 환호의 한 해였겠지만, 성노동자들에게는 생존권을 몰수당한 분노와 비탄의 세월이었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여성권력자들의 횡포에 맞서 극한적인 단식을 비롯한 각종 집회로 투쟁의 전의를 다져왔으며, 다양한 세계적 행사에 참가하여 우리들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특히, 지난 5월 25일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한여연’ 의 터전을 인터넷 공간에 건설한 후, 성노동자들에게 가해오는 여러 형태의 음모와 공격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하고 진실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성명전’을 전개하여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6월 29일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을 출범시켰다.
그 결과, 이제 성노동자들의 옆에는 그간 멀게만 여겨졌던 성노동운동의 취지를 이해하면서, 이를 지지하고 연대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시민사회단체들과 노동단체가 속속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성노동자들의 노동자성’에 대한 공개질의를 받은 양대 노총과 정당들, 여러 사회단체 내부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성노동에 대한 공론화와 함께 우리들의 친구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현실은 준엄하다. 여성권력자들은 예정대로 올해 안에 이른바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정비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전국 10개지역을 시범지역으로 지정하여 성노동자들의 일터인 집창촌을 무력화시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8월 26일 부산진구 범전동 집창촌이 이해당사자들과의 일체의 대화도 없이 여성가족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좋은 예다.
만약 이대로 방치한다면, 여성권력자들의 집창촌 해체 파티는 2007년이면 마무리되고 그들만의 샴페인은 터지게 된다.
이런 긴박한 시기에 지금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 성노동자들이
‘10대규약’으로 선포한 생존권과 노동권, 건강권 쟁취 등은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가. 성노동자들의 건강한 자치조직은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 대한 우리들의 모습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성노동자들이 처한 각 지역별 여건의 차이를 고려한다 해도, 특히 우리 자신들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성노동자란 개념조차 아직까지 인식하고 있지 못한 회원들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점은 속히 극복되어야 할 사항이다 . 그리고 이러한 내부 차이를 극복하는 데 필요 이상의 많은 시간과 역량을 소모시켜온 것도 우리들의 부끄러운 현주소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다가오는 여성권력자들의 성노동자 말살 정책에 우리들은 결코 대처할 수 없으며 성노동자들의 미래는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저들의 무자비한 공세로부터 성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하여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를 출범시킨다. 마침, 며칠 전 별도의
전국한터여종사연맹( http://cafe.daum.net/uavenus ) 카페가 생겼다. 만시지탄이지만 잘된 일이고 아무쪼록 많은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민성노련은 필요시 전국한터여종사자연맹과 언제든지 연대할 뜻을 갖고 있다.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한여연’ 터전을 만들었던 우리 성노동자 주체들은 이제 ‘민주성노동자연대’(http://cafe.daum.net/gksdudus )의 틀 속에서 더욱 견고한 성노동자들의 정체성으로 사태에 대응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민성노련은 전성노련의 10대 규약 등을 계승 발전시킬 것이다. 그리고 전근대적인 성담론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사회에 진일보한 성문화의 지평을 여는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민성노련 출범'을 위해 부득이하게 단행된 우리들의 '전성노련 탈퇴'는 결코 분열이 아니라, 성노동자들이 처한 상이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고 다시한번 말씀드린다. 전국의 성노동자들은 물론 성노동자운동에 관심있는 제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계의 폭넓은 이해를 바란다.
2005. 8. 27 / 민 주 성 노 동 자 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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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현재 성노동자에 관한 담론들의 내용들입니다.
동지들께서도 자료실에도 올려놨으니 받아서
함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성명서]자발적인 성노동(sex working)과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인정하라
세계여성헌장(헌장)중 정의 부분 " 선언3 "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인간의 육체적이고 도덕적인 완전성은 보호되어야 한다. 고문과 모욕은 금지되어야 한다. 성폭력, 강간, 여성 성기 절단, 여성에 대한 폭력, 성매매(sex trafficking), 인신매매는 개인과 인류 전체에 대한 범죄이다."
[요구사항] 성매매(sex trafficking)를 "성노동자의 의사에 반(反)하는 강제적 성매매“로 수정하고 ‘자발적 성노동(sex working)은 무관함’ 이라고 단서를 첨부하라.
우리들의 성노동(sex working)은 현 조건에서 우리들이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며 성노동자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여늬 직업처럼 가변적이다. 범죄적 성매매인 ‘강제적 성매매(sex trafficking)’는 한국에서는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자발적 성노동(sex working)과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를 억압할 구실을 제공한다.
따라서 우리는 위와 같이 요구하는 것이다.
평등 항목을 보자.
"(선언1) 모든 인간과 사람들은 모든 지역과 사회에서 평등하다. (선언2) 어떠한 인간의 조건 및 삶의 조건도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 (선언3) 어떤 관습, 전통,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적 체계 또는 정책도 누군가를 열등하게 여기는 것을 정당화하거나 인간의 존엄, 신체적 정신적 완전성을 해치는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
(선언4) 여성들은 연인, 동료, 아내, 엄마, 노동자이기 이전에 성인이고
시민들이다."
그렇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당신들과 하등 다를 바 없으며 당연히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왜 한국 여성계 권력자들은 관습과 종교와 이데올로기 등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어 우리들을 열등하게 여기려고 애쓰는가. 우리들은 헌장에서처럼 성인이고 시민들임을 알아야 한다.
자유 항목을 보자.
"(선언1) 모든 인간은 모든 형태의 폭력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 어떤 인간도 다른 사람의 재산이 아니다. 어떤 사람도 노예제, 강제 결혼, 강제 노동, 인신매매, 성적 착취에 놓여서는 안 된다."
맞는 말이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어떤 형태의 노예제나 강제 노동, 인신매매, 성적 착취 등의 폭력에서 자유로우며(자유로워야 하며), 만약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우리들은 단호하게 저항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알아야 한다.
"(선언2) 모든 인간은 그들의 존엄을 보장하는 집합적이고 개인적인 자유를 누린다.
(선언3) 자유는 사회에 의해 민주적으로 결정된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구조 내에서 관용과 상호 존중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선언4) 여성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육체, 출산력, 섹슈얼리티에 대해 결정한다.
그렇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집합적이고 개인적인 자유를 추구하며 한국 여성계 권력자들에게 존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제정 시행되고 있는 성매매 특별법은 민주적 공론화의 과정를 거치지 않은 반민주적 악법으로 관용도 상호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들은 이미 우리의 육체와 섹슈얼리티를 결정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연대 항목을 보자.
"(선언2) 모든 인간은 상호의존적이다. 그들은 함께 살고, 인권에 기초한 관대하고 정의롭고 평등적인 사회를 건설할 의무와 의지를 공유한다. 이 사회는 억압과 배제, 차별, 불관용과 폭력에 자유롭다. (선언3) 사람이 사는데 필수적인 천연자원과 상품 그리고 서비스는 모든 개인이 평등하고 공정한 접근권을 가지는 공공재와 서비스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 성노동자들과 고객들 또한 상호의존적인 관계다. 오히려 우리를 억압하고 배제하며 상호의존성을 깨뜨리는데 치중하는 집단은 한국 여성계 권력자들이다. 성욕은 식욕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사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성적인 결핍자들에게 우리들이 제공하는 성적 서비스는 인정받을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의 항목을 보자.
"(선언2) 사회적 정의는 빈곤을 제거하고 부의 획득을 제한하며, 모든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부의 평등한 재분배에 기반을 둔다.
(선언6) 보건, 사회 서비스는 공적이고 접근가능하며 질이 좋아야 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겨에는 HIV와 같은 모든 유행성 질병에 대한 치료 및 서비스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다. 우리 성노동자들의 성노동은 빈곤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인정한다. 우리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사회 전체의 빈부 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펴면 된다. 우리들에게 과도한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여타 빈곤층들에 비해 매우 불공평한 일이고 또한 한국 여성계 권력자들만의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다. 우리들은 지금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평화 항목을 보자.
"(선언1) 모든 인간은 평화로운 세계에 살아야 한다. 평화는 남성과 여성간의 평등,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법적, 문화적 평등, 권리의 보호, 빈곤 감축, 모든 이의 존엄한 삶, 폭력 종식의 결과이며, 모든 이들이 고용, 식량, 주택, 의복, 교육에 대한 충분한 자원, 노후 보장,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갖게 될 때 달성될 수 있다. (선언2) 관용, 대화, 다양성 존중이 평화의 기초이다.
(선언3). 개인 간,그룹간, 소수자와 다수자, 국가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지배와 착취, 배제는 사라져야 한다."
맞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평화로운 삶을 위해 당장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싶다. 그러나 성매매 특별법에 의해 이 접근권은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채 성노동자들은 질병에 노출된 상태다. 또한 한국 여성계 권력자들은 우리들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는 여성들을 이용하며 성노동자들의 평화를 깨고 있다.
그들은 결과적으로 우리를 지배하려는 것이다. 당신들은 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한번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측에 촉구한다.
정의 항목 선언3에서 성매매(sex trafficking) 부분 번역을 "성노동자의 의사에 반(反)하는 강제적 성매매“로 수정하고 ‘자발적 성노동(sex working)은 무관함’ 이라고 단서를 첨부하라.
우리 성노동자들은 2005 릴레이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이 '빈곤의 여성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한 보다 정교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기층 민중의 하나인 세계의 성노동자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기를 희망한다.
2005. 6. 9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한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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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도 인간이다. 성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하자!
김 정 은 (사회진보연대 여성부장)
성매매는 여성의 빈곤, 여성 노동의 현실, 성의 상품화, 가족 제도 하에서 억압당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 등 여성 일반이 겪는 문제들이 중첩되어 드러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껏 성매매는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원인들이 제기되기보다는 그 원인이 '성을 파는' 여성들의 도덕적 문제로(또는 여성들의 성을 사는 남성들의 문제로) 치부되었고,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성매매 여성들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사회적인 낙인과 편견으로 고통 받았다. 따라서 우리가 성매매 문제를 개인적인 행위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제기하는 것은 성매매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이 성매매 여성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성매매 문제 해결에 대한 관점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쟁취하는 과정은 그녀들의 긍정적인 주체화, 조직화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하는 자, 성노동자로서 그녀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그간 남한사회 성매매 운동에서 펼쳐진 담론들을 살펴보며 성매매 여성들이 주체로 설정될 수 없었던 성매매 논의의 공백을 현재 성매매 '근절'의 근거로 제기되는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제기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노동하는 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은 '성'노동자라는 차이를 주장하기 보다는 '노동자'로서의 공통의 권리를 긍정하자는 주장이다. 이 때 성매매가 개별행위자들의 행위이기에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금지주의의 관점을 폐기하고, 사회구조적인 지배, 착취, 폭력의 문제로 쟁점을 확대하고 성노동자들의 주체화와 조직화를 가능케 하기 위한 측면에서 비범죄주의는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성매매는 여성 일반의 문제이고, 여성 해방의 과정 속에서 폐절될 수 있다. 성매매 '근절'이라는 당위 선언이 아닌, 성노동자들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 성매매 폐절을 위한 운동 속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실천이 되어야 한다.
성매매 논의에서 성노동자가 부재했던 이유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성매매방지법의 강력한 시행을 요구했던 여성운동 단체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했던 지점이 아마도 집결지 여성들의 시위를 접했을 때일 것이다.
성매매방지법 시행이 오히려 생존권을 억압한다고 말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여성운동계가 말하던 '피해'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아니었다. 여성운동계는 '포주의 강요', '스톡홀름 신드롬'(인질이 장기간 범인에게 잡혀 있다보면 나중에는 범인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운운하며 그녀들의 발언 자체를 '사뿐히 즈려밟고' 초지일관 경찰의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사회에서 성에 대한 페미니즘의 문제제기가 성적 억압의 한 형태인 성매매에 집중되었던 상황에서 성매매에 대한 분석이 성매매 여성의 주체성을 상정하지 못한 채 성매매 '근절'을 위한 법 개정 운동으로 나아갔던 논의의 과정들을 반영한다.
기생관광 반대 운동으로 대표되는 70~80년대 성매매 운동은 기독교 여성운동의 주도 하에 이뤄졌다. 이 기독교 여성운동은 정부의 기생관광 정책과 이를 통한 외화 획득, 향락 산업의 문제를 비판했다. 이들은 기생관광 반대의 근거로 '민족의 수치'를 언급하거나 성매매 여성의 인권 유린을 성의 상품화로 인한 '정조'유린의 문제로 제기했다. 당시 성매매 운동은 가부장제에서의 남녀 성별 권력관계, 성매매 문제와 여성 문제 전반과의 연관을 해명하지 못했던 한계를 보였다.
이러한 기독교 여성운동은 이후 쉼터와 쉼터의 연합체인 ('매매춘 근절을 위한')한소리회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절박한 여성'을 지원하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문제를 이슈화했다. 이들은 성매매를 개인여성의 문제가 아닌 '매매구조'의 문제로 제기했다. 매춘여성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을 드러내 성매매 여성이 자발적으로 매춘을 하고 있다는 사회적 통념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탈매춘이 왜 불가능한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었다. 성매매 현장에서의 인신매매, 구금, 강간, 포주의 착취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몰린 성매매 여성들의 비참한 현실이 폭로되었다. 성매매 여성은 거대한 성적 착취 구조의 피해자로 인식되고 성매매 현장에서 '구출'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한계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착취당하고 소외당하는 인간'을 구원한다는 '종교적'인 맥락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운동을 전개하였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여성학계가 성매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의 문제는 단순한 성 문제가 아니라 여성노동, 가족 등의 문제가 얽힌 여성문제의 결정판이라는 인식 또한 가능하게 되었다.(민경자,「한국 매춘여성운동사」, 『한국 여성인권운동사』, 한울아카데미, 1999) 그러나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성매매가 여성의 생존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는 점을 간과한 채 성매매 문제에 대한 과제로 성매매 '근절'을 고수하고, 성매매 반대의 근거는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라는 명제를 제출하였다.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성매매 근절을 요구하고 성매매방지법 개정운동을 펼쳐온 것이 현재까지 여성운동계의 성매매에 대한 입장이다.
여성운동계는 '자신의 쾌락과 이익을 위해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을 사물로 취급하는 성매매의 경험은 결국 여성을 대상화, 사물화하는 성폭력의 경험과 일치하고 남성에게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듯, 성매매는 돈을 주고 행하는 "연습게임"이라며' 서구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입장을 논거로 삼아 성매매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다.(원미혜,「우리는 왜 성매매를 반대해야 하는가」, 『섹슈얼리티 강의』, p180, 동녘, 1999)
남성일반이 여성일반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구조 아래서 성매매 여성은 성폭력의 피해자이며, 성매매에서 자발이나 동의는 불가능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은 성매매방지법에서 성매매 여성을 동질적으로 피해자라 규정했던 지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성매매를 '선택'했고 성매매를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주장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요구와 행위는 그녀들이 얼마나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되었고, 그녀들은 정신적 치료와 사회 '적응' 훈련이 필요한 더욱 약한 피해자가 되어갔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성매매에 대한 논의는 '왜 성을 파는 사람이 여성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지만 '왜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에 유입되고 남아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간과한 채 성매매 여성들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억압해온 한계를 지닌다.1) 그리고 이러한 한계는 서구에서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성에 대한 분석이 남성의 '폭력적인 성'으로 인한 여성의 성적 실천의 위험성을 부각하면서 여성들이 성적 실천에 대해 발언하지 않거나 그로부터 후퇴했던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의 실천 지점을 남기지 못했던 역사적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검토에서 알 수 있듯이 성매매 문제는 성매매 여성들의 문제로만 환원되고, 성매매 여성들은 '정조'를 훼손당한 자, 구원받아야 하는 자, 남성의 성적 착취의 희생자, 스스로 성매매를 '선택'했다고까지 말하도록 '세뇌'당한 성적 착취 구조의 피해자로서만 인식되었다. 성매매방지법 이후 생존권을 위해 성매매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집결지 여성들의 존재는 지금까지의 논의에서는 다뤄질 수 없었던 공백이었던 것이다.
성매매 여성도 노동자다!
역설적이게도 지금껏 남한의 성매매 금지주의 법 아래에서 범죄자이자 '문란한' 여성이라 낙인찍히며 살아온 성매매 여성들이 집단적인 시위를 통해 자신들을 드러내고 권리를 요구한 것은 성매매방지법 제정과 시행의 후과다. 그녀들의 존재와 요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와 여성운동계에 대항하여 이들은 스스로를 조직화하여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노동에 의한 대개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으로서 노동자'2)라고 말하며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을 성'노동자'로 호명하는 것은 육체적인 거래라는 도덕적 기준을 고수하며 그녀들과의 차이를 강조하기보다는 인간이자 노동하는 자로서의 공통의 권리를 긍정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녀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그녀들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고 그에 대해 발언할 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성매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그 쉽지 않은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리자가 아닌 주체로서 사회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된 그녀들의 삶을 가시화하는 것은 그녀들을 억압했던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분쇄하는 운동의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런데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자고 했을 때, "성노동이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인가?", "성매매를 노동으로 긍정함으로써 성매매를 지속시키자는 것 아닌가?"하는 물음들이 제기된다. 과연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칭하면 성매매가 확대될 것인가. 그렇다면 그동안 성매매가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고 명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성매매가 노동이냐 아니냐의 성격 규정은 성매매 감소·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성매매를 발생시키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그를 제거하는 운동의 과정을 통해서만 성매매는 폐절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자신의 임노동을 팔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그리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 때 성매매가 진정한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이 아닌 것은 현재 자본주의에서 존재하는 대다수의 노동이 그러한 '노동'이 아닌 것과 같다.
자본주의에서 임노동은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형태를 띠기 때문에 노동자의 집단적인 권력을 통해 착취에 맞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임노동 관계를 폐절하는 운동의 일환이 된다. 그러나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임노동 관계를 폐절하는 것이 즉각적으로 그러한 임노동 관계에서 철수하라는 주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같은 이유에서 집결지 여성들도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일터에서 철수할 수 없음을 주장했다. 여성의 의제로서 가사노동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여성들이 이를 전담하자거나 가사노동이 이뤄지는 공간인 가족을 폐쇄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가사노동이 성별분업이라는 논리로 여성들에게 전담되고 여성이 수행하는 노동을 평가절하했던 측면을 비판하고
가사노동의 전화를 제기하고자 했던 측면을 되새김해야 할 것이다.
성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장 '폐쇄'가 아니라 자신들이 착취당하지 않고 노동할 수 있는 집단적인 권력을 형성하는 권리 쟁취의 과정이다. 현재 성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착취당하며 건강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성노동자들은 남들 다 자는 시간에 노동하며, 노동시간도 무척 길고, 노동과정에서 원치 않는 임신, 그에 따른 낙태, 성병이나 AIDS와 같은 질병에 노출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성노동자 자신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를 통해 생존을 유지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성노동이 자아실현을 위한 '노동'이 될 수 없으며 종국에는 폐절되어야 한다는 지향은 명확하다. 성매매는 여성의 육체와 성적 이미지가 상품 가치로 거래되는 성의 상품화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만을 '근절'함으로써 성의 상품화 일반을 저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여성들이 자신의 육체와 성적 이미지를 통제할 수 있는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식하고 요구하는 운동의 과정 속에서 그 한 형태인 성매매 또한 폐절될 수 있을 것이다.
성매매를 비범죄화하자!
성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권리 쟁취를 위한 조직화를 가능케 하기 위해 성매매의 비범죄화는 필연적인 요구이다. 당연히 현행 범죄자의 신분이 성노동자들의 주체화와 조직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금지주의가 성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억압해왔다는 비판적 평가와 맞닿는 바이기도 하다. 금지주의는 성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온갖 폭력에 노출시켰다. 금지주의는 성매매의 음성화를 동반하는데 음성화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성매매를 양산하는 범죄 조직, 그와 결탁한 경찰을 만들어냄으로서 음성적 성매매를 가능케 하는 구조를 양산한다.
음성화는 단지 성매매 업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단속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노동자들의 인권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비판되어야 한다. 포주와 남성 구매자들은 성노동자들이 범죄자라는 신분을 악용하여 그녀에게 폭력과 착취를 휘둘렀지만 성노동자들은 처벌이 두려워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할 수 없었다. 더구나 사회적으로 남성들에게 성매매가 용인되는 것과는 별개로 성노동자를 도덕적으로 타락한 이로 보고 손가락질하는 '창녀' 낙인은 성노동자를 가정과 공동체로부터 추방하여 더욱 고립시켰다. 고립된 여성들은 여기저기 팔려다니고, 지속적으로 살인이나 강간 같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으며, 자신들의 아이를 양육할 권리마저 의심받았다.(김정은, 「성매매방지법과 성매매를 둘러싼
쟁점」, 『월간 사회진보연대』, 2004년 11월호, 통권 50호)
그러나 비범죄주의가 성매매를 둘러싼 모든 법률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성매매 자체를 규제하지도, 성매매를 합법적으로 인정하지도 않는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의 비범죄주의 국가에서 매춘을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 상업적 목적을 위한 아동과 성인에 대한 성적 착취 행위에 가담한 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는 등의 적극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법률의 개입이 필요한 지점은 성매매를 금지하는 지점이 아니라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지점이어야 한다. 포주로부터 부당하게 임금을 착취당하지 않을 권리, 남성 구매자의 폭력과 강간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남성 구매자를 처벌할 권리, 평생 직업도 아닌 성매매를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권리,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신매매 되지 않을 권리 등은 성매매를 금지하는 형법이 아닌 노동법이나 상법, 민법과 같은 여타의 법률로 보호할 수 있다.
현재 성매매를 둘러싼 각 국의 입법 정책을 금지주의, 합법적 규제주의, 비범죄주의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비범죄주의 또한 국가가 성매매를 관리· 통제하는 법률의 일환이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비범죄주의는 19세기 유럽의 합법적 규제주의 정책이 공창이나 등록제로 성판매 여성을 '통제'했던 것에 반대하여 폐창운동이 전개되면서 모색된 하나의 시도이자 전략이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의미를 찾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주장은 금지주의가 아닌 나머지, 합법적 규제주의나 비범죄주의에서 하나를 선택하자는 것이 아니다. 물론 어느 사회에서 어떤 정책을 행하든 간에 성매매를 완벽히 근절하거나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매매 관련 법률안의 의미를 상대화하고 사회적으로 만연된 성매매의 형태를 억제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을 최소화하는 데 성매매 법률안의 의미를 둔다면, 우리는 성매매 정책을 사고함에 있어 어떤 법률안의 형태가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매매가 도덕적이거나 법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개별 행위자들의 행위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지배, 착취, 폭력의 문제로 쟁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성매매 수요-공급에서 성 구매자와 알선자,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성립의 원인으로 보고 이들을 처벌해야 성매매가 감소한다는 금지주의의 관점을 폐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범죄주의를 통해 우리는 성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면서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회구조적인 원인들을 인식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김정은·호성희, 성매매, 새로운 담론을 위해(2)-각 국의 성매매 법률안 고찰」, 『월간 사회진보연대』, 2005년 3· 4월호 통권 53호)
한국 사회에서 서울여성영화제라는 형식을 빌어 공식적으로 성노동 담론이 제기되기도 하고, 아직은 적지만 여러 여성단체나 조직들이 성노동자를 인정하고 그녀들과의 연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성노동자'만'을 비범죄화하고 남성 구매자는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성이론』에서 고정갑희씨는 성매매종사여성들의 노동을 성노동으로 칭하고 당연히 그녀들을 비범죄화해야 하지만 '진짜 범죄자는 가부장적 구조를 유지해 온 남성 집단이므로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남성구매자를 처벌하게 되면 여성들이 먹고사는 일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생존을 누군가가 책임져 줘야 하고 그래서 구출과 구제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다, 이런 딜레마는 있지만...'(고정갑희, 〈성매매방지법과 여성주의자들의 방향감각〉,《여/성이론》통권 12호)이라고도 말한다. 그녀는 이런 '딜레마'를 감수하면서까지 남성 구매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성노동자만을 비범죄화하여 처벌을 면하는 것과 여성운동진영이 모든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이기 때문에 처벌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 다른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가부장적 구조를 유지해온' 남성 집단을 처벌하면 가부장적 구조가 폐지될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처벌되어야 가부장적 구조가 폐지될 수 있을까. 남성들이 처벌되기만 하면 여성들의 성적 억압은 사라지는가.
여성의 성적 억압과 착취라는 가부장적 구조는 남성 일반이 유지해온 것이 아니라 가족 제도 하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욕 추구가 다른 방식으로 조직되었던 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 가족 제도 하에서 여성의 성은 재생산을 위한 기능만을 부여받았으며, 여성의 성욕은 억압되었다. 성매매에서 드러나는 ('성매매 여성'이 아닌) 여성 '일반'의 성적 억압과 착취의 구조는 가족 제도 하에서 성욕이 부정되고 억압되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따라서 여성의 억압과 종속에 기초한 가족 제도의 전화 없이는 여성 '일반'의 성적 억압은 소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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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性)노동 합법화 움직임이 거세다. 성노동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권을 적용하라고 말한다. 세계적 빈곤의 최대 피해자가 여성이며 이로 인한 자발적성노동 종사 여성들을 피해자의 측면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은 지난 9월 시행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이 그 성과도 극히 미미한데다 빈곤 여성을 더욱 더 힘든 생존의 고통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성매매 여성들도 직접 나섰다. 성매매방지특별법에 반대해 수십 차례의 시위를 벌이고 국회 앞 천막농성을 벌였던 성매매 여성들이 ‘성노동 합법화와 노동권 확보’를 걸고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의 노동자성 인정 및 노동권 쟁취 외에 ‘정직한 성산업인’과 성노동자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국민의 의지에 반하는 성매매방지특별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와 같은 성노동 합법화 움직임의 근거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성노동이 엄연한 산업으로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총 400백만 이상이 성노동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직접 성을 팔고 있는 여성은 정부추산 약 33만 명에서 여성계 추산 약 150 만 명이다. 시장 규모는 약 24조원으로 우리나라 GDP 4%를 넘어선다. 연간 1회 이상 성을 구매하는 남성은 약 320만 명으로 이들의 성 구매 횟수는 월 평균 4.5회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8.7%가 성노동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6.7%가 넘는 남성이 성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이렇게 엄청난 숫자가 종사하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금지법은 있으되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 줄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성노동 여성들의 인권 침해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셋째는 빈곤의 문제, 특히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빈곤 문제이다. 사회적 권력과 부의 남성 치중 현상으로 인해 여성은 빈곤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과 동시에 최대 피해자다. 자발적 성노동 여성은 이러한 빈곤의 문제가 만들어낸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빈곤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과 아동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남성 노동자의 약 40%가 비정규직 노동자인데 반해 여성 노동자의 약 70%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남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여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58%에 불과하다. 이러한 극심한 빈곤이 여성을 성매매의 영역으로 유인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빈곤이 사실이라고 해서 곧바로 성매매가 타당한 것은 아니다. 빈곤의 문제가 심각한 나라에서는 아직도 아동에 대한 노동착취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고 아동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권 확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아동은 자본의 착취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아동 인권’의 시각인 것이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자본이 세상의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것에
저항했던 역사다.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자본이 노동자의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부리는 시간을 제한하는 투쟁이었다. 한마디로 노동권은 노동할 권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부리는 자본의 상품화에 맞설 권리인 것이다. 빈곤의 문제로 인한 여성의 고통을 ‘성의 상품화’와 맞바꾸려 하는 것은 자본의 상품화 욕망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착취로부터 맞서 자유로울 권리인 ‘노동권’의 신장에는 하등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성의 상품화’는 성노동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대로 이미 ‘산업’의
수준으로 발달했다. 우리나라 GDP의 4%를 차지할 정도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인 것이다.
그러나 GDP의 몇 퍼센트를 차지한다 하더라도 무기 밀무역 따위를 합법화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GDP 4%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의 상품화’에 관대하여 여성의 성을 침해하고 유린하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지 합법화의 근거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의 버려야 할 악습을 산업화 시키자는 주장은 이 사회 모든 여성의 성을 ‘상품화’시키자는 주장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이다.
물론 성매매방지특별법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집장촌 성매매 여성의 상당수가 집장촌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은밀히 성을 매매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주택가까지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정부의 성매매 여성 자립 활동 지원도 그 실효성이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 여성의 평균적 임금과 생존, 가족 부양을 대체할 타 직종 전환 유인책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정책이 그 실효성을 떠나 의지 자체를 의심해 볼 대목이다. 자발적 성매매 여성의 경우는 성매매 이유가 ‘자발적’이라는 데 있어 더욱 더 문제가 심각하다. 빈곤을 해소할 정책적 경제적 지원이 아주 없는 상태에서 타직업전환이 강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는 경제적 수준에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성매매가 여성의 성 상품화를 극도로 밀어붙이고 가부장제 사회를 유지 시키는 남성 중심 사회의 수단이며 여성의 ‘인권’을 심히 훼손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바르지 않은 수단을 경제적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은 가부장제 자본주의의 논리일 뿐이다.
자본의 ‘성 상품화’와 최근의 ‘성노동 합법화’는 그 표현과 요구는 다를지 몰라도 맥락에서는 동일하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을 ‘파시즘’적이라고 비난하기 이전에 성노동 합법화가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에 얼마나 봉사할 것인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2005년 7월 19일(화)/ 사회당 대변인 이영기
-----------------------------------------------------------------[성명서] 민주성노동자연대 출범선언문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을 탈퇴하면서)
다가오는 9월 23일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법을 만든 주체이며 시행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가진 여성권력자들에게는 정치 권력을 확대한 기쁨과 환호의 한 해였겠지만, 성노동자들에게는 생존권을 몰수당한 분노와 비탄의 세월이었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여성권력자들의 횡포에 맞서 극한적인 단식을 비롯한 각종 집회로 투쟁의 전의를 다져왔으며, 다양한 세계적 행사에 참가하여 우리들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특히, 지난 5월 25일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한여연’ 의 터전을 인터넷 공간에 건설한 후, 성노동자들에게 가해오는 여러 형태의 음모와 공격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하고 진실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성명전’을 전개하여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6월 29일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을 출범시켰다.
그 결과, 이제 성노동자들의 옆에는 그간 멀게만 여겨졌던 성노동운동의 취지를 이해하면서, 이를 지지하고 연대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시민사회단체들과 노동단체가 속속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성노동자들의 노동자성’에 대한 공개질의를 받은 양대 노총과 정당들, 여러 사회단체 내부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성노동에 대한 공론화와 함께 우리들의 친구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현실은 준엄하다. 여성권력자들은 예정대로 올해 안에 이른바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정비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전국 10개지역을 시범지역으로 지정하여 성노동자들의 일터인 집창촌을 무력화시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8월 26일 부산진구 범전동 집창촌이 이해당사자들과의 일체의 대화도 없이 여성가족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좋은 예다.
만약 이대로 방치한다면, 여성권력자들의 집창촌 해체 파티는 2007년이면 마무리되고 그들만의 샴페인은 터지게 된다.
이런 긴박한 시기에 지금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 성노동자들이
‘10대규약’으로 선포한 생존권과 노동권, 건강권 쟁취 등은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가. 성노동자들의 건강한 자치조직은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 대한 우리들의 모습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성노동자들이 처한 각 지역별 여건의 차이를 고려한다 해도, 특히 우리 자신들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성노동자란 개념조차 아직까지 인식하고 있지 못한 회원들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점은 속히 극복되어야 할 사항이다 . 그리고 이러한 내부 차이를 극복하는 데 필요 이상의 많은 시간과 역량을 소모시켜온 것도 우리들의 부끄러운 현주소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다가오는 여성권력자들의 성노동자 말살 정책에 우리들은 결코 대처할 수 없으며 성노동자들의 미래는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저들의 무자비한 공세로부터 성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하여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를 출범시킨다. 마침, 며칠 전 별도의
전국한터여종사연맹( http://cafe.daum.net/uavenus ) 카페가 생겼다. 만시지탄이지만 잘된 일이고 아무쪼록 많은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민성노련은 필요시 전국한터여종사자연맹과 언제든지 연대할 뜻을 갖고 있다.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한여연’ 터전을 만들었던 우리 성노동자 주체들은 이제 ‘민주성노동자연대’(http://cafe.daum.net/gksdudus )의 틀 속에서 더욱 견고한 성노동자들의 정체성으로 사태에 대응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민성노련은 전성노련의 10대 규약 등을 계승 발전시킬 것이다. 그리고 전근대적인 성담론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사회에 진일보한 성문화의 지평을 여는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민성노련 출범'을 위해 부득이하게 단행된 우리들의 '전성노련 탈퇴'는 결코 분열이 아니라, 성노동자들이 처한 상이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고 다시한번 말씀드린다. 전국의 성노동자들은 물론 성노동자운동에 관심있는 제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계의 폭넓은 이해를 바란다.
2005. 8. 27 / 민 주 성 노 동 자 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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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현재 성노동자에 관한 담론들의 내용들입니다.
동지들께서도 자료실에도 올려놨으니 받아서
함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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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람
2005.08.30 15:58
최근 성노동자에 대한 담론과 더불어서 진보네트워크 참세상에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썼던 글들과 함께 여러가지 글들이 논쟁중인 것을 봤습니다. 안그래도 정리해서 내용들을 함 올려 보면 좋겠다고 생각 되었는데.. 이렇게 올려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가능하면 웹상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해 보는 것도 좋을것 같은데요. 뭐.. 저도 아직 생각이 정리되진 않았지만 어느정도 성노동자성에 대해 주장하는 것에 일견 동의하는 지점이 있기도 합니다. 성매매 여성들을 단지 피해자로만 규정하지 말자고 하는 부분이나 그녀들이 진정한 주체로서 서야 한다는 주장들 말이죠. 그럼에도 이 개념 자체가 너무나 쉽게 공창제와 같은 식으로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경계선을 긋는 것이 매우 힘든 문제라고 봅니다. [01] -
나무
2005.08.30 15:58
딸바람님의 의견에 저도 동감하구요, 공창제를 주장하는 이들이 성노동자의 의견들을 받아 가면서 마치 공창제를 주장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어 일반 대중들은 쉽게 받아들이기도 하지요.
우리들의 입장은 최소한 성매매는 있어서는 안된다라는 주장에는 모두들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성매매 반대 운동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발전적인 고민들을 함께 논의나갔으면 좋겠습니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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