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능력유무 관련 없이 빈곤층 기본생활 보장해야"
빈곤사회연대, '기초법 전면 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 촉구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빈민운동단체들이 최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기초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기초법 전면 개정 및 자활지원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21일 오전 빈곤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빈곤해결을위한사회연대(빈곤사회연대)는 국회 앞에서 △기초법 사각지대 축소 △기초법과 자활 분리와 자활지원법 제정 △자활사업 참여에 대한 빈곤층의 선택권 보장 △자활사업 참여자의 노동자성 인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7월 보건복지부가 마련해 최근 당정협의를 마친 기초법 개정안에 대해 “차상위계층 규정 신설, 자활제도와 관련한 개정사항 등에 그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대폭적인 개선을 요구해온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며 “차상위계층 규정의 신설은 주거, 교육, 의료에 대한 개별급여제도의 포기로 실효성이 전혀 없으며, 자활제도와 관련한 개정 사항도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근로능력 있는 저소득층, 빈곤계층으로 전락 방지”
보건복지부는 이번 기초법 개정안에 대해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이 빈곤계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일을 통한 빈곤탈출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등 그동안 자활지원제도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 보완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주요 내용으로 복지부는 개정안에 “차상위계층의 규정을 신설하고, 자활급여 등 필요급여를 차상위계층까지 부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복지부는 수급자의 빈곤탈출을 위해 무보증소액창업대출, 자산형성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을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빈곤층의 생활보장, 조건을 담보로 제공되어선 안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기초법 개정안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생색내기식 복지행정’이라고 일축했다. 정석구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회장은 “정부가 밝히고 있는 통계를 인용하더라도 현재 빈민들의 수는 700만을 넘어서고 있다”며 “그러나 이 중 기초생계비 수급자는 150만 명이 채 되지 않고, 또 자활노동자들은 6만 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석구 회장은 특히 “전체 자활노동자 중 절반인 3만 명이 조건부수급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는 끊임없이 생산적 복지를 운운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정부의 복지정책은 사기극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복지부의 개정안은 그간 기초법의 문제점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조건부수급 △간주부양비 △부양의무자 기준 등에 있어 전혀 개선된 점이 없다는 게 빈곤 단체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또 이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빈곤층에 대한 생활보장을 자활사업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어 기초법의 기본정신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빈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초법은 빈곤층의 생활보장이라는 원칙 하에 노동능력유무와 관련 없이 기본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며 “빈곤층의 생활보장은 어떤 조건을 담보로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활노동자들 맘대로 부려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한편,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 자활급여를 지급받는 수급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도록 한 조항도 신설했다. 복지부는 이 조항 신설 배경에 대해 “자활지원사업은 저소득층이 스스로 자립·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나 노동관계법을 적용받는 근로자로 인정할 경우 자활사업체계 내에 안주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복지부의 설명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은 “자활사업에 지원되는 정부예산의 부담을 기업에게 떠넘기기 위한 조처들”이라며 “기업들로 하여금 자활노동자들을 맘대로 부려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개정안에 포함된 자활노동자의 노동자성 불인정조항을 강하게 비판했다.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빈곤단체들은 이번 기초법 개정안에 공동으로 대응키로 의견을 모으고, 민중운동진영에 ‘(가칭)기초법 전면 개정 및 자활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를 제안하기로 했다. 공대위는 향후 릴레이 토론회, 공청회 등 기초법 전면개정안 및 자활지원법 마련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할 계획이다.
2005년09월21일 16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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