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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강령에 기초한 사회주의 정치활동>으로 도약하자!


자본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유연화와 구조조정이라는 자본의 탄압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투쟁도 끊임이 없다. “구조조정 저지”, “정리해고 저지”, “계약해지 반대”, “외주·용역화 반대”, 그리고 “비정규직 철폐”!!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본의 공격에 맞서 노동자계급은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반대’, ‘저지’ 투쟁은 대부분 승리하지 못하고 각개격파 당하는 것으로 끝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적 대중투쟁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다시금 힘을 얻어 새로운 투쟁으로 돌아온다. 계속되는 패배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투쟁. 이것이 바로 ‘반대’, ‘저지’ 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수세적 정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쳇바퀴 도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수세적 정세를 극복하여 혁명적 정세로 나아가기 위하여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우리는 계급의 전위들이 대중행동강령으로 결집하여 혁명적 노동계급 정당 건설을 앞당기자고 주장한다.


1. 지도력의 위기 : 혁명의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조건, 그리고 간극

이러한 순환의 원인은 간단하다. 사회주의 혁명의 객관적 조건이 무르익어 심지어는 물러터질 정도가 되었음에도, 노동자계급의 주체적 조건은 온갖 개량주의, 기회주의 지도부들의 영향에 의해 혁명의 필요에 대한 인식과는 아직 너무도 거리가 먼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금융시장이 팽창하여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한국의 1,000대 기업은 616%(06년)라는 사내유보율 사내유보율 : 회사의 이익금 가운데 처분하지 않고 놓아두는 부분의 백분율, 즉 잉여금/자본금. 사내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사용되지 않는 자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노-자 간의 계급불평등 뿐만 아니라 과잉축적이라는 자본주의의 모순적 상황 또한 드러내준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더 이상 자본의 이윤추구욕을 채워줄 신규투자거리가 없는 과잉축적의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로 인해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폭력적 탄압이라는 ‘Red Ocean’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을 기록하며 자본주의 생산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그 액수는 무려 364조원에 달한다.) 이는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더욱 명백해진다. 주가의 상승은 경제의 호황을 상징하는 듯하지만, 추가적인 투자는 발생하지 않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구조조정과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적 상황은 노동자계급으로 하여금 끊임없는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 심화는 혁명의 객관적 조건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주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상태는 어떠한가? 착취 받는 노동자대중의 자발적 방어투쟁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지도부-개량주의 지도부-는 이러한 투쟁을 지지·엄호하기는커녕 외면·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투쟁 등, 올해에도 상급단체의 외면과 통제 속에 수많은 현장투쟁이 자본에 무릎 꿇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동자대중은 이러한 개량주의의 지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노동자대중 앞에 다른 새로운 지도력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계급의 전위들, 사회주의자들, 선진노동자들이 노조관료 지도부들과 민노당에 맞선 지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도력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사회주의 세력은 이제 자신의 강령 강령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강령이란 <“당신이 원하는 노동해방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간결하고 명확하며 구체적이면서 포괄적인 답>이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주의자들은 이러한 강령을 제출할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음으로써, “혁명적 활동을 지체”시키고 있다.
이들은 현재 위기의 원인이 강령에 기초한 “열정적”인 사회주의 선전선동의 부재라고 하지만 이는 전혀 잘못된 이야기이다. 우리가 제대로 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은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회주의 정치활동에 대한 가이드, 즉 강령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과거 레닌은 <전 러시아적 정치신문>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것이 노동자계급의 사회주의 정치활동에 있어 “하나의 주요한 줄”이 되어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이 줄은 “석공이 그 예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 건설을 위해 여러 지점에 포석을 깔 때, 각각의 돌은 물론이고 앞에 놓인 돌과 뒤에 놓을 돌을 연결하여 포괄적이고 최종적인 선을 그릴 돌 조각들까지도 제자리를 찾아 서도록 하고, 또한 전체 작업의 최종 목표를 지시하는 올바른 포석 지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 이야기하였다. “우리에게는 돌도 있고 석공도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고 종사할 수 있는 줄, 바로 그것이 없다.”(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박종철출판사)
현재 우리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노동자계급(석공)이 끊임없는 투쟁(돌)에 나서고 있지만, 이 투쟁을 노동자계급의 권력투쟁으로 묶어줄 강령(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그야말로 비극적인 일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중행동)강령 제출과 연합에 반대하는 이들은, ‘강령 부재의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오로지 ‘사회주의자의 열정적인 노력’만을 요구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를 보고 있자면 마치 이들에게는 이미 완성된 강령이라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도대체 그 강령은 어디에 있는가? 동지들은 왜 자신들의 강령을 공개하고 이를 통한 노동자계급의 지도에 나서지 않는가?
가칭)사회주의노동자연합의 강령 초안 제출을 ‘탁상공론’이라 비판하며 현 시기 사회주의자의 과제를 ‘열정적’인 선전선동을 통한 소조 건설로 한정하는 이들은, 과거 레닌의 전 러시아적 정치신문 계획을 비판하며 지역 조직을 건설하는 일로 자신의 과제를 제한했던 ‘경제주의자’들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이들은 ‘현장 소조 건설’이라는 항상적인 과제를 가지고서, “강령에 기반한 사회주의 정치활동으로의 도약”이라는 현 시기 사회의주의자의 정치적 임무에 대립시키고 있다.
을 가지고 노동자계급 앞에 전면으로 나서야 한다. 투쟁하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의 조건이 혁명의 과제를 후일로 남겨두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산별노조’ 시대의 완성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개량주의 지도부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며, 이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더욱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지도력의 위기를 극복하고 혁명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지금 혁명 강령을 통해 노동자계급 앞에 지도력의 대안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이 혁명 강령은 ‘대중행동강령(=이행강령)’을 포함한다. 이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현재의 투쟁에 맴돌게 하지 않고 노동자권력 투쟁으로 인도해줄 것이다.


2. 왜 하필 대중행동강령(=이행강령)인가?

이제 <강령에 기초한 사회주의 정치활동>이 남한 사회주의자들의 당면과제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하필 대중행동강령(=이행강령)인가? 이는 “구조조정 분쇄”, “정리해고 · 계약해지 저지”, “비정규직 철폐” 등의 자생적인 요구들만으로는 현실의 수세적 정세를 돌파해낼 수 없고, 동시에 “노동자권력”, “임노동 철폐”, “사적소유 철폐” 등 최대강령을 단지 선언하는 것으로 현실의 노동자투쟁을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몇몇 이들은 대중행동강령의 성격에 대해 완전히 오해하여, 이에 대해 최대강령을 현실요구투쟁에 희석한 ‘애매한’ 강령이라는 비판을 가한다. 하지만 이행강령은 최대강령을 대체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는 현실의 당면요구투쟁과 자본주의 사회의 토대에 도전하는 투쟁(최대강령의 내용을 실행하는 투쟁)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뿐이다. 때문에 우리는 최대강령과 대중행동강령을 ‘모두’ 제출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행강령이 어디에서 어디로의 ‘이행’을 위한 프로그램인지를 인지하여야 한다. 이는 권력 장악 이후 노동자 국가(프롤레타리아 독재)에서 사회주의 · 공산주의 사회로의 이행에 관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것은 “임노동 폐지”, “사적소유 폐지”와 같은 조처들을 담고 있는 사회주의 본 강령(=최대강령)에서 담당한다. 이행강령은 당면의 방어적 투쟁들을 출발점으로 해서 대중을 동원, 결집하여 권력 투쟁으로 나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후퇴와 방어에서 반격과 공세로 이행하는 ‘전술적’ 강령인 이행강령은 노동자권력의 시작을 예기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한다. 이후는 사회주의 본 강령의 몫이다.

대중행동강령은 오히려 최소강령을 대체한다. 최대강령과 분리되어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제자리걸음시키는 최소강령을 대신하여 들어설 이행강령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권력 장악 및 최대강령의 실행과 이어줄 것이다. 대중의 의식과 정서에 맞추어 최대강령을 희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를 최대강령 쪽으로 당기기 위한 징검다리로 이행강령이 필요한 것이다. 혁명의 객관적 조건과 노동자계급의 주관적 역량 사이에 괴리가 있는 상태에서는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도구로 이행강령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 하나의 가정을 해보자. 만약 노동대중들이 즉자적 반대·저지 투쟁에 머무르지 않고 근본 목표(노동자권력)를 위한 투쟁의 필요성을 받아들일 조건이 되어 있다면, 즉 중간에 가로놓인 간극과 장애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매개적인 이행 요구는 불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이 다른 매개 없이 직접적으로 권력 투쟁을 수행할 수 있다면, 그러한 이행 요구는 오히려 후퇴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조건이라면 이행강령이 아니라 노동자국가가 취할 조처들, 즉 사회주의 본 강령만이 투쟁의 전진을 대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행강령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경로를 매개로 해서 궁극 목표로 대중을 인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노동자 대중투쟁은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분명 최대강령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현실요구투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의 요구투쟁을 그냥 추수해서는 안 된다. “임노동제 폐지”나 “사적소유 폐지”라는 궁극 목표를 앞당기는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이는 이 궁극 목표, 즉 최대강령을 들이민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노동시간 연동제 도입”, 즉 “생활임금 보장 하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같은 요구를 내건 이행적인 투쟁과 운동을 통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권력 장악의 필요성 쪽으로, 사회주의 혁명의 길로 전취해야 한다. 이 과정은 투쟁 대오 속에서 개량주의 세력에 맞서 혁명주의자들이 다수파의 지위를 얻는 과정과 일치한다. 그것이 혁명주의자들의 지도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혁명주의자들의 강령이 대중적으로 승인 받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파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은 곧 부단히 공동전선 전술을 운용하는 것을 뜻한다. 혁명주의자들의 이러한 다수파 지위를 위한 투쟁, 강령의 대중적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을 거치지 않고서 단지 궁극 목표에 대한 추상적 선언이나 일반적 선전으로 지도력을 획득하겠다는 것은 몸에 물을 묻히지 않고서 수영을 익히겠다는 자세나 다름없다.


3. “애매한 이행강령”?

어떤 동지들은 이행강령과 혁명강령을 대립시키면서, 현재 대중의 의식과 정서 때문에 혁명강령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도력 위기로 모든 문제를 환원하며 애매한 이행강령을 제출했다는 평가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혼란된 사고의 소산일 따름이다.

사회주의자들이 혁명강령을, 대중의 현재 의식과 정서 때문에 제시할 수 없다면, 그것은 사회주의자들이 아니라 대중추수주의자들일 것이다. 혁명강령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이행강령을 제출한다? 이 동지들이 말하는 "혁명강령“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가? 임노동제 폐지, 사적소유 폐지, 분업 폐지, 국가 고사, 공산주의 사회의 상 등을 서술하는 최대강령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행강령을 가지고 이 최대강령을 ‘대신’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행강령을 최대강령의 대용품으로 사용하려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행강령은 최소-최대 강령의 분리를 극복하려고 한 것이지 최대강령을 극복, 대체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해방을 위해서는 최대강령도 필요하고 이행강령도 필요하고 둘 다 필요하다. 대중의 의식과 정서 때문에 최대강령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의식과 정서를 최대강령 쪽으로 당기기 위해 징검다리가 필요했고, 그것이 이행강령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최대강령만이 아니라 이행강령도 필요한 이유는, 대중의 현재 의식과 정서에 영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의식 및 정서와 국가권력 장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사이에 가교를 놓아야 해서다.

이행강령에 ‘애매’할 것은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 대중이 임금인상 투쟁 또는 “생활임금 보장!”을 내건 투쟁을 하는 데 여기다 대고 “임노동제 폐지!”라는 최대강령적 요구를 제기하고 그 슬로건을 중심으로 투쟁을 조직하려고 한다면 그게 되겠는가? 어거지로 들이밀면, “생활임금 보장!”에 결국 “임노동제 폐지!”를 대립시키는 최후통첩 밖에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생활임금 보장!”이라는 당면 투쟁과 “임노동제 폐지!”라는 최대강령 사이에 놓인 간극을 이을 이행적 요구로서 ‘노동시간 연동제 도입!’, 즉 ‘생활임금 보장 하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같은 요구가 필요한 것이다. 임노동제가 폐지되는 사회주의 사회의 노동제도로 가는 가교로서 ‘노동시간 연동제’는 총 노동시간을 총 노동자 수로 나눠서 일자리를 모든 노동자들 사이에 골고루 분배함으로써 노동자들을 상호연대책임망으로 묶어내자는 요구이다.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판매하는, 그로 인해 자본의 전제적 지배 하에 일자리가 편제되는 현실에 도전하며, 노동자가 사회를 통치, 운영하기 위한 여가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사회주의 사회의 노동제도에 대한 인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매개 역할을 하는 요구다. 이러한 매개, 이러한 이행적 요구에 그 어떤 “대중의 의식과 정서”에 영합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인가? 그 어떤 “애매한” 구석이 있다는 것인가? 중간에 매개 없이, 거추장스런 것 없이, 직접적으로 임노동제 폐지 같은 최대요구를 내걸어야 애매하지 않다는 것인가? “노동자 생산통제” 같은 매개적 이행적 요구를 거치지 않고 곧장 “노동자 권력!”이나 “생산수단 몰수”, “사적 소유 폐지!” 같은 최대요구를 내걸어야 애매함이 없이 확실하게 혁명성을 보증하는 것인가?

이런 유치한 초좌익적 사고에 빠져들 사회주의자는 없을 것으로 안다. 다만 반대 편향으로 최대강령은 수동적인 선전 ․ 교육의 대상으로만 삼고, 현실의 투쟁에서는 대중의 당면 요구를 그냥 추수하는 선전주의/ 추수주의의 결합으로 빠져드는 것은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다. 당면 투쟁과 최대강령 투쟁 사이에 가교가 될 이행강령이 없으면 <최대강령 선전주의/ 당면요구 추수주의>로 가버리는 것은 불가피하며, 남한 선전써클들에게서 흔한 모습이다.
그래서 <강령에 기초한 사회주의 정치활동>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 시기 남한 사회주의자들의 긴급한 과제이다. 사회주의자 동지들에게 자신의 강령 초안을 제출해 줄 것을 촉구한다. 제출하지 못한다면 이미 제출된 강령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동지들, 써클주의와 선전주의를 걷어차고 강령을 통해 결집하자. 그리하여 혁명적 노동계급 정당 건설을 앞당기는 투쟁에 나서자.


<각주>

1. 사내유보율 : 회사의 이익금 가운데 처분하지 않고 놓아두는 부분의 백분율, 즉 잉여금/자본금. 사내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사용되지 않는 자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노-자 간의 계급불평등 뿐만 아니라 과잉축적이라는 자본주의의 모순적 상황 또한 드러내준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더 이상 자본의 이윤추구욕을 채워줄 신규투자거리가 없는 과잉축적의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로 인해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폭력적 탄압이라는 ‘Red Ocean’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2. 강령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강령이란 <“당신이 원하는 노동해방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간결하고 명확하며 구체적이면서 포괄적인 답>이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주의자들은 이러한 강령을 제출할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음으로써, “혁명적 활동을 지체”시키고 있다.
이들은 현재 위기의 원인이 강령에 기초한 “열정적”인 사회주의 선전선동의 부재라고 하지만 이는 전혀 잘못된 이야기이다. 우리가 제대로 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은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회주의 정치활동에 대한 가이드, 즉 강령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과거 레닌은 <전 러시아적 정치신문>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것이 노동자계급의 사회주의 정치활동에 있어 “하나의 주요한 줄”이 되어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이 줄은 “석공이 그 예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 건설을 위해 여러 지점에 포석을 깔 때, 각각의 돌은 물론이고 앞에 놓인 돌과 뒤에 놓을 돌을 연결하여 포괄적이고 최종적인 선을 그릴 돌 조각들까지도 제자리를 찾아 서도록 하고, 또한 전체 작업의 최종 목표를 지시하는 올바른 포석 지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 이야기하였다. “우리에게는 돌도 있고 석공도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고 종사할 수 있는 줄, 바로 그것이 없다.”(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박종철출판사)
현재 우리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노동자계급(석공)이 끊임없는 투쟁(돌)에 나서고 있지만, 이 투쟁을 노동자계급의 권력투쟁으로 묶어줄 강령(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그야말로 비극적인 일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중행동)강령 제출과 연합에 반대하는 이들은, ‘강령 부재의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오로지 ‘사회주의자의 열정적인 노력’만을 요구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를 보고 있자면 마치 이들에게는 이미 완성된 강령이라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도대체 그 강령은 어디에 있는가? 동지들은 왜 자신들의 강령을 공개하고 이를 통한 노동자계급의 지도에 나서지 않는가?
가칭)사회주의노동자연합의 강령 초안 제출을 ‘탁상공론’이라 비판하며 현 시기 사회주의자의 과제를 ‘열정적’인 선전선동을 통한 소조 건설로 한정하는 이들은, 과거 레닌의 전 러시아적 정치신문 계획을 비판하며 지역 조직을 건설하는 일로 자신의 과제를 제한했던 ‘경제주의자’들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이들은 ‘현장 소조 건설’이라는 항상적인 과제를 가지고서, “강령에 기반한 사회주의 정치활동으로의 도약”이라는 현 시기 사회의주의자의 정치적 임무에 대립시키고 있다.

3. 이행강령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행강령이 어디에서 어디로의 ‘이행’을 위한 프로그램인지를 인지하여야 한다. 이는 권력 장악 이후 노동자 국가(프롤레타리아 독재)에서 사회주의 · 공산주의 사회로의 이행에 관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것은 “임노동 폐지”, “사적소유 폐지”와 같은 조처들을 담고 있는 사회주의 본 강령(=최대강령)에서 담당한다. 이행강령은 당면의 방어적 투쟁들을 출발점으로 해서 대중을 동원, 결집하여 권력 투쟁으로 나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후퇴와 방어에서 반격과 공세로 이행하는 ‘전술적’ 강령인 이행강령은 노동자권력의 시작을 예기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한다. 이후는 사회주의 본 강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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