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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 연예인 없으면 정녕 안되는가


 



 


봄의 절정이 살짝 꺾여 무더워지려고 하는 찰나에 우리는 느낀다. 축제의 시즌이라고. 5월 중순부터 말엽까지 많은 대학들은 축제를 벌인다. 축제가 화두에 오를 때 우리는 먼저 묻는다. “올해는 누가 오지?” 누구? 바로 어떤 연예인이 오는가 하는 문제다. 풍문에 밝은 친구가 한마디 던진다. “설운도 온다던데” 이러면 분위기가 착 가라앉으면서 다른 화제로 이야기가 넘어가지만 “원더걸스래 원더걸스” 정도의 대답이 나오면 다들 대박을 예감하며 축제 참가를 다짐하곤 한다.


 



 

서울지역 각 대학축제의 연예인 섭외는 해가 갈수록 열기를 더해 가는데, 올해도 어김없다. 원더걸스를 비롯해서 이승기, MC몽, 쥬얼리, 윤하, 브라운아이드 걸스 등 이름은 대충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연예인들이 대학축제에 선다. 원더걸스 팬들에게 살짝 귀뜸하면, 성대 명륜캠퍼스, 연세대, 서울대, 단국대 축제를 주목하면 된다.

 


 

다들 연예인에 열광하는 마당에 시어머니 잔소리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 한켠에 우리가 이미 대학의 주인이 아니게 되었다는 허전함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축제에서 연예인들의 화려함은 앞이며, 학생 아마츄어들의 열정은 배제되었다. 학생자치가 위축된 것도 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억지로 연예인에 끌어맞추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축제의 취지를 살린다고 보기 어렵다. 대학의 주인인 학생이 주인이 될 수 있는 축제와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상업문화의 화려함에 모두 묻히고 있다.

 


 

게다가 돈을 너무 많이 쓴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이번 축제에 연예인 섭외비로 3500만원을 썼는데, 이는 총학생회비 예산을 넘어선 수준이다. 원더걸스의 1회 섭외비는 1000 ~ 2000만원이나 된다. 모든 학생들이 원더걸스 광팬도 아닐진대, 자치를 위한 돈을 이렇게 펑펑 쓰는 것은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죽어가는 학술 동아리, 축제에서 배제되는 장애학우, 높아지는 등록금 앞에서 학생회의 의미를 다시 묻고 싶은 대목이다.

 


 

학생회는 변명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썰렁하다고. 하지만 환호 뒤편의 적막감과 쓸쓸함을 감추기는 힘들다.

 

2008.5.7

 

가장 낮은 곳을 향하는 연대, 대학생사람연대

 

http://www.daesaram.net | daesar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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