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녀/청소년들에게 정치활동의 자유를 허하라.
광우병 소고기를 비롯해 학원자율화 조치 등 우리의 삶을 억압할 정책들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수많은 청소녀/청소년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러한 거리의 정치에 있음을 역사를 통해 배운다.
518 광주가 그랬고, 87년 뜨거웠던 6월이 있었다.
그리고 2008년 아래로부터 솟구치는 뜨거운 열망들은 이런 정신의 맥을 잇고 있다.
그런데 거리로 나오는 청소녀/청소년들을 학교에서 징계를 하고, 교육청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지 못하게 하라는 공문이 내려오고 있다. 일선 학교의 선생들은 자신들의 본분인 교육 현장에 있지 않고, 그 거리로 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심지어 5월 8일, 전주덕진경찰서의 정보과 형사가 학교를 찾아가서 수업중인 학생을 끌어내 취조를 했다. 그리고 그런 부당한 취조를 학교의 선생이 협조했다.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그 민주주의를 정부와 학교는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억압하는 학교와 선생들은 입에 발린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따위의 수사를 당장 포기하라. 당신들의 입으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키는 것이 역겨울 따름이다.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당신들은 분명히 70년대에는 박정희의 편에, 80년대에는 전두환의 편에 있었을 것이다.
청소녀/청소년들은 보호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주체적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서 언제나 우리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다. 만약 '성인'을 집회에 나갔다는 이유로 징계를 한다면 그게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비상식적인 일을 청소녀/청소년들에게 버젓이 저지르는 것은 청소녀/청소년들을 '미'성인으로, 불완전한 존재로 규정하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보호주의는 결코 청소녀/청소년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을 더욱 순종적이고 관리하기 쉽게 만들기 위한 것일 뿐이다. 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밤거리가 위험하니 10시이전에 귀가하라'고 경찰들이 권고한다. 하지만 대부분 청소녀/청소년들은 치열한 입시경쟁에 내몰려 12시까지 야자를 해야 한다. 이들의 건강과 안전은 누가 보장해 주는가? 그렇게 청소녀/청소년들이 걱정되면 이 땅의 입시경쟁부터 해소할 일이다. 당신들의 허울 좋은 보호주의 역시 당장 집어치워라.
청소녀/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심지어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드러난다. '지켜주지 못해서 잘못했다', '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오게 해서 미안해' 식의 발언들은 청소녀/청소년들의 주체적. 정치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청소녀/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거리로 나설 것이다. 이런 자발적인 정치를 가로막는 모두가 이 사회의 보편적 인권을 후퇴시키는 반민주적인 세력이다. 우리는 아무리 가로막아도 결코 멈추지 않고 청소녀/청소년의 주체적 권리 확보를 위해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