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공성 확보, 한미FTA반대 자전거 실천단'4일차 활동보고
전날 찜질방에서 몸을 풀고 아침에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그간 한 번도 전체 사진을 안 찍었는데 모처럼 사진을 찍는 여유도 가졌습니다 ^^ 천안에서 평택으로 이어지는 길은 평탄했습니다. 그렇게 평탄해서 '평택'이라고 이름 붙인 게 아닐까 추측해 보기도 했습니다. 달리는 길 옆으로 가을걷이가 끝난 평택의 너른 들판이 펼쳐졌습니다. 그 너른 들녘에 전쟁을 위한 미군 기지가 들어온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납니다. 생명을 만들어내는 땅에 죽음의 시설을 들여놓기 위해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을 쫓아낸다는 건 명백히 잘못된 일입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평택의 너른 들녘 |
평택옆 앞에 도착해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수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쪽으로 올라가면서 여실히 느껴지는 것은 갈수록 탁해지는 공기와 매연이었습니다. 한참 자전거를 타고 얼굴을 닦으면 시커멓게 묻어나고, 숨쉬는 게 편하지 않습니다. 이런 공기를 매일 마시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과연 건강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런 외부적인 조건들 속에서 의료의 기술만을 논한다는 것은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아무리 의료 기술이 뛰어나도 병을 만드는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질병은 계속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의료가 병의 치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환경적 요인까지 같이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원역까지 타고온 자전거와 트럭 |
수원역 앞에 도착했습니다. 빽빽한 차들 사이를 헤짚고 들어와 수원역 앞 한켠에 가판대를 놓았습니다. 그런데 수원역에 붙어있는 백화점의 직원이 나와 자신들의 사유지라며 그곳에서 선전을 중지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과연 그곳이 사유지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굳이 마찰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가판대를 버스정류장쪽으로 옮겨서 선전을 진행했습니다.
▲수원역 앞 선전전 |
수원역 앞에서도 전날 천안역에서와 같이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지고 서명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자전거 실천단을 지원하는 모금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자전거 실천단 구성원 모두가 돌아가며 발언을 하며 선전을 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 모두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들이었습니다.
지나가는 분이 자전거 실천단의 활동에 이의를 제기하셔서 그 분과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세계화는 대세이고 경쟁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그 분의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의료가 경쟁에 맡겨져서는 안된다는 것, FTA가 강요하는 경쟁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가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렸지만 다른 가치관과 시각을 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만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참여정부는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면 한국의 모든 사람이 잘 살게 될 것처럼 선전하던 것은 거짓일 뿐입니다. 지금 학생들의 삶은 더욱더 가혹해진 취업 경쟁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되어버렸습니다. 한의원도 거대 프랜차이즈 형식의 개원 등 거대화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 질거라고 합니다. 누군가와 경쟁해야만, 누군가를 딛고 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가 진정으로 행복한 사회인지 되묻습니다.
선전전이 마무리 될 즈음, 대한공보의협의회 비대위 정책국장이 선전전을 방문해서 지지발언과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자전거 실천단의 활동을 지지하는 한의계의 눈길과 손길이 간절하던 저희로서는 반갑과 힘이되는 방문이었습니다. ^^
마지막 하루일정을 앞두고, 서울 신라호텔, 한미FTA 6차 협상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우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의료 공공성 확보, 한미FTA반대 자전거 실천단' 5일차 활동보고
수원종합터미널 앞에서 서울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경원대 학생들이 수원에서부터 함께했습니다. 신라호텔 앞 검문이 심하다고 해서 걱정이 되기도 했고 정보과 형사들의 전화가 계속 이어져 조금은 긴장된 상태에서 출발했습니다.
서울까지 가는 길은 평탄했습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건물들, 많아지는 차들이 서울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길거리에서 자저거실천단의 목소리를 전달하려 했지만 차들의 소리에 너무 쉽게 묻혀버리는 게 아쉬웠습니다.
긴 남산터널을 지나니 바로 신라호텔이 나왔습니다. 경찰들로 둘러싸인 신라호텔은 철저히 검문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자전거 실천단이 가까이 가자 전경들이 위협적으로 방패를 들고 달려와 길을 막았습니다. 경찰들에게 신라호텔에 절대 들어가지 못하느냐고 물었더니 '일급경계 지역이기 때문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답변하더군요. 무리하게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정문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만나고 가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고서야 실천단 전원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대표 4인만 들어갈 수 있도록 '허가' 받았습니다.
농성중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에게 학생들이 왜 자전거를 타고 익산에서 서울까지 왔는지, 무엇을 이야기 하며 왔는지 이야기 하고 의원들의 농성을 지지하겠다는 마음을 전달하고 나왔습니다.
잠깐의 휴식뒤, 한미FTA반대 대학생 공동촛불집회에 함께 했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가는 지하철로 내려가려는 것을 경찰들이 달려들어 입구를 막아버려 약간의 실갱이를 벌였습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 아저씨들 가신댄다. 막아라.' 이렇게 무전을 보내더군요. 너무나 당연한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아무 이유 없이 막겠다는 발상이 어쩜 그렇게 뻔뻔하고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지 경악스러울 따름입니다.
촛불집회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신라호텔 맞은편이었는데, 촛불집회를 호텔쪽에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는지 전경 버스들로 온통 둘러싸버려 전경버스 바깥에서는 촛불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촛불집회에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많은 학생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영역에서 모인 많은 이들과 연대할 때, 그 힘들이 모여 한미FTA를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집회를 시작할 때 자전거 실천단을 소개했는데 'ooo외 ....'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을 중심에 두고 소개하여 자전거 실천단원들은 당황스러웠고 함께한 이들이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자전거 실천단은 모두가 주체였고, 함께한 이 모두가 단장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집회 주최자, 사회자는 추후에라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할 것을 요구합니다.
촛불집회 중간에 활동 총화 발언 시간이 있었고, 자전거 실천단이 그동안 어떻게, 왜 그곳까지 갔는지 이야기 했습니다.촛불행사가 마무리되고 자전거 실천단의 간략한 해단식을 가졌습니다. 4박 5일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서울 신라호텔까지 도착한 것을 서로 축하하고 격려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전거 실천단 활동이 하나의 활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른 활동과 지속적인 연대를 통해 그 맥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중간에 도움 주신 많은 분들께 고맙고, 저희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http://club.cyworld.com/nofta-b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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