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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예전에 써둔 글이에요.
원글은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성매매 여성들의 수기 모음인데..먹먹해진다.
그 무거움에 쿵 내려앉는다.
내가 내 삶을 어찌할 수 없다는 절망감..

영화 '레퀴엠'을 보면서 참 끔찍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레퀴엠은. 아마 그 영화를 볼 때 상황과 겹쳐서 더 강렬했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건
너무 슬프고 처절하다.

자본가들의 근면으로 자본이 형성된 것처럼 꾸며놓은 경제학은
잔혹한 폭력과 약탈로 점철된 시초축적을 감춰놓는다.

성매매 또한 비슷한게 아닐까.
몸에 대한 일차적인 통제권 마저 뺏기 위해서는 다양한 폭력이 결합될 수 밖에 없다. 민성노련의 논의에 동의하지만 일면 그 논의는 이런 폭력을 은폐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한다.

이런 것들은 좀 더 많이 있는데.
예를들면 성폭력 피해자 중심원칙은 피해자를 여성일반으로, 전체로 복속시키는 논리에 기반하는 것으로 성억압의 근본적인 작동방식과 동일하다. 하지만 피해자를 개별자로서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권력화된 성 담론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정치적 의미를 가질 것이다. 평등연대..던가? 거기서 피해자 중심원칙을 비판하는 입장을 냈던데 이런 위험한 입장을 지지하는 근거로 차용될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푸코의 주장을 한국논단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다루듯이. (하지만 타자와 동일자의 구분 넘어 개별자들을 개별자로 인정하라는 주장은 내 기준에서 판단할 때 가장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입장이다. 들뢰즈의 스피노자 강의.)

다시 돌아가서.
참 무겁고. 슬프고. 등등.
밑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
그런 절망감은 하루도 견디기 어려운건데..
그 수많은 나날을 떠올리면. 아득하다.

또일편 드는 생각은.
얼마전에 성매매여성거주지에 지원센터 홍보하러 갔었는데
그네들도 자신의 삶이 있더라는 걸 보았다. 느꼈다.
일상이 있다는 것. 바깥에서 멋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래서 성매매'피해'여성 이라는 말도 안쓰는데 그네들을 객체화 시켜놓고 '피해자'라고 규정짓는 것이니까.

누군가를 비참한 상태로 상정하고 그들을 돕겠다는 것은 싸꾸려 감성이다. 철저한 대상화. 성매매여성들을 계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접근하는 여성단체는 그래서 밥맛이다. (센터 홍보활동은 여기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었을까?)

그리고 이 책이 그런 대상화를 은근히 부추긴다는 느낌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덧. 김하경씨 소설 첫머리에 보면.. 열사의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똥을 누더라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어디에나 삶은 있다고.. 삶을 무것운 것으로만 받아들이던 나에게 이런 깨달음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우면서도 기분좋고 설레이게 한다.

덧2. 나의 활동은 '싸구려 감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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