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국사회] 전의경 폐지와 치안공백 / 오창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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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이 아닌데도 사실상의 군인 신분인 전의경들이 치안활동을 맡아왔다. 군사정권 때 만들어진 전투경찰대 설치법의 ‘대간첩작전’과 ‘치안업무 보조’에 기댄 활동이다. 민간영역에서 군인 같은 사람들이 활동하니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2005년의 농민사망 사건이나 지난해 하중근씨 사망 사건도 군대와 다름없는 ‘전투’경찰의 작전수행이 빚은 참극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전의경으로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이 당하는 고초 또한 적지 않았다. <한겨레> 보도(2006년 12월11일)에서 보는 것처럼 32평의 내무반에 110명이 생활하는 것은 보통이다. 1인당 0.29평이다. 큰 집회가 있는 경우에는 강당 같은 곳에 그저 매트리스 한 장 펴놓고 살아야 한다. 먹고 씻는 모든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교도소만 못하고, 상황이 있을 때는 난민수용소만 못하다. 구타와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고, 자살도 현역군인보다 두 배나 많다. 한 달에 나흘쯤 되는 진압훈련 시간을 뺀 출동시간만 쳐도, 휴일 없이 매일 13시간쯤이다. 고된 생활의 연속이다. 앞으로 몇 해를 더 기다려야 하지만 이런 험한 꼴이 사라지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경찰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의경이 없으면 치안공백을 감당할 수 없으니, 인력과 예산을 더 달라는 거다. 전의경 인력의 30% 정도는 직업경찰관으로 충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전의경은 24시간 움직이니 직업 경찰관이 네 배가 더 필요하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사뭇 진지하게 하고 있다. 최소 1만2천명에서 많게는 12만명이 더 필요하다는 거다. 과연 그런가? 전의경이 주로 맡고 있는 집회시위 현장 경비 활동은 합리적 인력배치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오후에 열리는 집회에 대비한다며 꼭두새벽부터 전의경을 길거리에 배치하거나 평화로운 집회에까지 전의경을 배치하고 있다. 무슨 행사가 열리는 곳은 물론이고, 음주운전 단속 현장, 노사협상을 하는 회사, 민원인이 방문하는 관공서, 심지어 작대기 하나 달랑 들고 세계 최강의 미군부대를 지키는 일도 전의경의 몫이었다. 경찰관서의 이런저런 잡일은 또 어떤가. 경찰서장 등 일정한 직급이 되면 군대의 당번병처럼 전의경 조수가 한명씩 배치되어 온갖 잡일을 해주고 있다. 청소와 운전, 복사, 음료수 내오기도 전의경의 일이 되었다. 시키면 무슨 일이든 다 하지만, 불만을 밖으로 드러내는 일도 없고 별도의 비용도 들지 않는 전의경은 그동안 경찰한테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머슴에 불과했던 것이다. 원래 설치 목적인 대간첩작전을 수행해 본 전의경은 지난 10년 넘게 단 한 명도 없었다. 경비업무와 관련해 몸 대주는 일과 경찰의 온갖 허드렛일이 그들의 임무였을 뿐이다. 이 이상한 제도, 부끄러운 강제노역을 이제야 없애는데도 경찰은 여전히 구시렁댄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보다.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정도로 치안공백이 있다면 큰일이다. 그렇다면 돈이 들더라도 경찰을 더 뽑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진작 박물관에 보내야 했을 국가보안법의 녹슨 칼에 기대 고무찬양 혐의나 쫓는 수천명의 보안경찰, 쓸데없는 서류작성에만 매달리는 경찰청, 지방경찰청 등 본부 인력들, 범죄정보가 아닌 정치·경제·사회 정보를 쫓는 정보경찰을 대폭 줄이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한 다음이어야 한다. 경찰관의 봉급이 시민의 혈세에서 나오는 만큼 당연하지 않은가. 오창익/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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