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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거리집회를 보며 단상들

2008.05.28 13:34 조회 수 : 413


NL/PD 이런 구분을 해묶은 도식이라고 비판하곤 한다.
분명히 그렇다고 느끼는데,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재현되곤 한다.

도식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이렇다.
지금 당장이냐, 아니면 현실을 유예하느냐.
이전에는 이런 구분이 민족주의와 민중주의로 표상되었다면
그런 구분 자체가 추상화된 지금
남은 것은 현실에 대한 태도이지 않을까.

도달해야할 어떠한 목적지를 상정하고,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현실에서 그 목적지의 이상을 유보시키는 것.
현실에서 그 목적지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

예를들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목적지의 이상을 담보하는 행동에서 철수한다든지..
소위 '운동권'들이 결코 지금 사람들처럼 거리에 나오지 못하는 것은
그런 태도 때문인 거다.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자신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유예를 거부하는 태도를 가진 거다.

누가 어떠한 구호를 외치느냐로 그 사람의 급진성이 결정되는 게 아니다.
'신자유주의 분쇄'를 외치며 도래하지 않은 사회를 기획하는 사람보다
'이명박 탄핵'을 외치며 지금 당장 거리에서 밤을 새는 사람이
내 기준에서는 더 혁명적이다.
(이렇게 도식적으로 구분하는 건 좀 위험한데,
 '신자유주의 분쇄'를 외치는 사람들이 지금 거리에서 밤을 새지 못한다는 게 아니다. 분명히 수많은 날들을 거리에서 보내왔고, 앞으로도 보낼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하지만 그 안에서 가르자면 관성으로서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상을 지금 실현하기 위해 거리에 있을 수 있느냐? 뭐. 이런거.)



 

그래서 지금 거리집회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게,

자신의 진심에서 그 요구들이나, 그것이 표출되는 방식에 동의되지 않는다면

그곳에 나오지 않는 게 내 기준에서는 옳다.

 

그네들을 더욱 높은 수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을(의식하든 하지 않든간에) 하고 있다면

그런 태도로는 절대 그 사람들이 따라오지도 않을 뿐더러

자기 자신에게도 괴로울 것이다. - 해야하니까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어떤 이상적인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곳을 향한 여정이 제시되고, 그 여정에서 벗어난 것들이 용납되기 어렵다. 그런 생각에서는 지금의 거리집회도 여정의 일환이거나, 이미 벗어난 여정이 된다. 그것이 여정의 일환으로 판단한다면, 그 여정에 맞춰 진행시키기 위해 거리집회를 대상화시키고 어떻게 변형시킬수 있을까를 분석하게 된다. 그것을 벗어난 여정으로 판단한다면, 그 흐름들을 무가치한 것으로 매기게 된다.

 

하지만 그런 곳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분출하는 그 상황을 우선 그대로 인정하는 것 - 그리고 동참이 아니라 연대하는 것.

// 동참과 연대는 상당히 다른데 그 안에서 내 요구를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연대가 아니다. 그리고 연대가 불가능한 것이라면 그것은 내 기준에서 같이할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다. 설사 그것이 수천만명이 모여 '반자본주의'를 외치는 것일지라도.

 

같은 맥락에서 지금의 거리집회가 연대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면 진정 자신의 요구를 분출하는 흐름이 아닐 것이기에 굳이 같이 하지 않을 거고, 긍정적으로 매긴 평가를 철회할거다.

 

...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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